정희선의 재팬 토크/ 한일 관계 ‘해동’은 언제쯤?
정희선의 재팬 토크/ 한일 관계 ‘해동’은 언제쯤?
  • 정희선 일본대표
  • 승인 2021.02.02 15: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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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니클로 한국 최대 매장  명동중앙점 폐점
<도쿄=정희선 기업 애널리스트(재팬올 일본대표)> 1월 31일을 기점으로, 한국과 태국에서 일본 유통업계의 철수 소식이 들려왔다. 유니클로의 서울 명동중앙점과 태국 중심가의 도큐(Tokyu) 백화점이 문을 닫은 것이다. 

먼저, 서울 중구 유니클로 명동중앙점이 1월 31일을 끝으로 폐점했다고 한다. 2011년 11월 개점 이후 9년 2개월 만에 문을 닫게 된 원인은 한일 관계의 악화로 인한 불매 운동과 코로나19의 영향이란 건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2019년 기준, 190여 개에 달했던 유니클로의 한국 매장은 이후 급속하게 줄어들었다. 지난 연말 한국에선 이미 8개의 점포가 폐점했다. 

일본 TBS뉴스는 1월 31일 한국발 기사에서 “명동 입구인 여기가 한국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 곳인데, 여기 있는 유니클로의 모습이 사라지게 된다”며 “영업 마지막 날인 오늘도 특히 혼잡한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TBS뉴스는 “유니클로는 한국에 157개 점포를 운영 중”이라며 유니클로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명동중앙점 폐점은) 효율적인 매장 운영의 일환”이라고 덧붙였다. 

명동중앙점 폐점은 유니클로의 한국 매장 중 가장 규모가 크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번 철수한 매장이 다시 돌아오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복귀 상황과 조건이 조성된다고 하더라도 한번 돌아선 소비자들은 다시 마음을 열지 않는다. 더군다나 불매운동의 중심에 있던 유니클로가 아니던가. 

#. 태국 중심가 도큐 백화점도 35년만에 철수
태국 얘기를 해보자. 태국에선 일본 백화점들의 철수가 두드러져 보인다. 지난해 9월 ‘방콕의 중심’으로 불리는 센트럴월드에 입점해 있던 이세탄(Isetan) 백화점이 30년 역사의 마침표를 찍었고, 며칠 전인 1월 31일엔 마분크롱(MBK)의 도큐(Tokyu) 백화점도 문을 닫았다. 35년 만에 짐을 싸게 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태국에 거주하고 있는 한-태교류센터(KTCC:Korea-Thailand Communication Center)의 이유현 대표는 재팬올에 이렇게 말했다. 

“도큐 백화점은 이미 지난해 1월 방콕 파라다이스파크에서 운영하던 백화점에서도 손을 뗐습니다 .이로써 태국에 남은 규모 있는 일본 백화점은 차오프라야강 건너 아이콘시암의 시암 타카시마야(Siam Takashimaya)가 유일합니다.”

도큐 백화점의 철수는 심화된 경쟁과 관광객 감소의 영향이란 분석이다. 이 대표는 “코로나로 인한 입국제한 탓에 해외 관광객의 씨가 말랐고, 자본력을 갖춘 태국 토종 백화점 공룡들의 ‘텃새’를 견뎌내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한일 관계 봄날을 기다리는 답답한 심정
일본 유통업체들의 해외 철수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 사태가 예상 외로 길어지면서 관련 유통업체들의 행보가 일본 국내에서나, 해외에서나 이래저래 힘겨워 보인다. 

정치적인 상황도 여전히 녹록치 않다. 악화된 한일 관계는 언제 복원될 지 기약이 없다. 아베 신조가 물러나고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새로 집권하면서 일말의 희망을 가져 보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국내적으로 스가 정권이 일본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고, 외부적으로 한일 간 구체적인 접촉이 없는 탓에 ‘한-일 훈풍’은 요원해 보인다.  

그럼에도 계절은 입춘(2월 3일)에 다다랐다. 얼어붙은 한일 관계의 해동(解凍), 더 나아가 ‘봄날’을 기대해 본다.  

<정희선 재팬올 일본대표>
-인디애나대 켈리 비즈니스 스쿨(Kelly School of Business) MBA
-한국 대기업 전략기획팀 근무
-글로벌 경영컨설팅사 L.E.K 도쿄 지사 근무
-현재 도쿄 거주. 일본 산업, 기업 분석 애널리스트
-‘라이프 스타일 판매중’ ‘불황의 시대, 일본 기업에 취업하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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