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경영’ 기폭제가 된 편지 한 통
‘ESG 경영’ 기폭제가 된 편지 한 통
  • 에디터 이재우
  • 승인 2021.03.12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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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비롯, 전 세계 기업들 사이에 ESG 경영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ESG는 미래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 기업의 친환경,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Environment/Environmental(환경)·Social(사회적 책임)·Governance(기업 지배구조의 투명경영)의 앞글자를 딴 말이다. 이 ESG라는 용어는 언제, 어떻게 나오게 됐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ESG는 2004년 Who Cares Wins라는 보고서에서 처음 등장했고, 그 배경엔 코피 아난(Kofi Annan: 2018년 8월 18일 별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노력이 있었다. 여기에 기폭제가 된 것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의 래리 핑크(Larry Fink) CEO의 편지 한 통이었다.<에디터 이재우>

기업의 사회적 책임 투자(PRI)에 대한 첫걸음은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1997~2006년까지 역임)에 의해 주도되었다. 그는 세계 최대 기관 투자자들과 협력하여 책임있는 투자 원칙(PRI: Principle for Responsible Investments) 운동을 시작했다. 

이 이니셔티브는 전통적인 재정적 요인만으로는 더 이상 투자 성과를 평가할 수 없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소위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요소도 평가 과정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촉구한 것. 예를 들면, 기후 변화나 인권과 같은 비재무적 문제가 성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ESG는 기업의 비재무적 성과를 측정하는 지표다. 투자 결정을 내릴 때 기업의 지속가능성이나 사회적 책임 등의 요인을 재무 성과와 함께 고려하는 것이다. 

코피 아난 전 UN 사무총장이 ESG 씨앗 뿌려
이와 관련해 게오르그 켈(Georg Kell) 전 유엔 글로벌콤팩트(UNGC) 사무총장은 2018년 8월 19일, 포브스에 코피 아난 총장을 추모하는 기고글을 실었다. ‘현대 기업의 지속 가능성 운동의 아버지’(Father Of The Modern Corporate Sustainability Movement)라는 제목의 글이다. 

이 글에 따르면, 코피 아난(Kofi Annan) 당시 유엔 사무총장은 1999년 1월 29일 오후 스위스 다보스 세계 경제 포럼에 참가하고 있었다. 그는 이날 수백 명의 글로벌 기업 간부들을 향해 연설했다.

아난 총장은 경제, 사회, 정치 영역 간의 불균형(imbalance between the economic, social and political realms)이 불러 올 결과에 대해 경고하면서, 인간의 가치와 원칙을 공유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안했다. 

게오르그 켈은 “이 연설로 코피 아난은 현대 기업의 지속 가능성 운동에 씨앗을 뿌렸다"(with this “speech act,” Kofi Annan planted the seeds for the modern corporate sustainability movement.)고 했다. 

이후 마크 무디 스튜어트(Mark Moody Stuart) 같은 많은 비즈니스 리더들이 아난의 요청을 받아들여, 새로운 국제표준인 유엔 글로벌 콤팩트(UNGC:United Nations Global Compact)를 출범하기에 이르렀다.(마크 무디 스튜어트가 UNGC 재단 이사장 맡음) 

ESG, 2004년 Who Cares Wins 보고서에서 처음 등장
아난 사무총장과 UNGC의 이런 노력은 5년 후 구체화 되었다. 2004년, 아난 사무총장은 글로벌 투자기관의 CEO 50명에게 서한을 보내 UN글로벌 콤팩트에 동참하도록 요청했다. 당시 여기서 Who Cares Wins: Connecting Financial Markets to a Changing World라는 보고서가 나왔는데, ESG라는 용어가 이 보고서에 처음 등장했다.  

이듬 해인 2005년에는 좀 더 진전됐다. 그해 1월, 유엔 글로벌 콤팩트, 세계은행그룹, 스위스 정부가 공동주최한 콘퍼런스에서 ‘2014년의 확대판’인 획기적인 보고서 Who Cares Wins: Investing for Long-Term Value가 발표되었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ESG경영의 정식 출발이었다. 

이런 움직임에 힘을 보탠 글로벌 투자자들도 있는데, 대표적인 이가 미국에 본사 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의 래리 핑크(Larry Fink) CEO다. 잡지 포춘(Fortune)은 그를 “세계 최고의 리더 중 한 명”, 재정, 투자 전문지 배론스(Barron’s)는 14년 연속 “세계 최고의 CEO 중 한 명”으로 선정한 바 았다.

래리 핑크는 기업 대표들에게 직접 서한을 보냈다.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에 너무 소홀했던 투자자로서의 역할을 스스로 반성하면서, 기업들에도 강력하게 촉구했다. 이 편지는 'ESG경영' 확산의 기폭제가 되었다. 

 “기업들이 재무적 실적만 챙겨선 안된다.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사회에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지 그 가치 창출 방법을 보여줘야 한다." 

윤리적인 기업들 주가지수, 다른 기업보다 월등히 높아
이 편지는 세계 투자 시장 '큰손'의 강한 으름장이기도 했다. 기업들이 ESG에 관심을 더 기울일 수밖에 없는 사례 한 가지 더. 윤리적 비즈니스 관행을 측정하는 기관 에티스피어(Ethisphere)는 세계에서 가장 윤리적인 기업들의 리스트를 매년 발표하고 있는데, 이들의 주가지수를 지난 5년 동안 비교했더니 다른 기업들보다 평균 13.5%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ESG란 용어가 나온 지 17년. 친환경과 사회적 책임이 그 어느 때 보다 요구되는 현시점에서, 기업들에게 ESG 경영은 이제 대세를 넘어 필수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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