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기부 끝판왕’ 척 피니(Chuck Feeney)
미국의 '기부 끝판왕’ 척 피니(Chuck Feeney)
  • 에디터 이재우
  • 승인 2021.02.27 18: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 재산 80억 달러를 기부하고 임대 아파트에 살고 있는 자선가 척 피니(Chuck Feeney).photo=아이리쉬타임즈 캡쳐 

기자에겐 미국 LA에 사는 친구가 하나 있다. 여성 사업가로 성공한 그는 미국에서 번 돈의 상당액을 한국사회(대학)에 기부해 왔다. 물론 돈이 있어서 기부를 선택한 건 아닐 거라 생각한다. 오랫동안 보아온 친구의 인품을 보자면 성공과 기부는 상관관계가 없다.
 
최근 ‘배달의민족’ 김봉진 우아한 형제들 의장이 미국 기부재단 ‘더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에 전 재산의 절반을 기부하겠다고 발표했다. ‘더 기빙 플레지’는 워런 버핏과 빌 게이츠 주도로 2009년 만들어졌다. 

‘더 기빙 플레지’ 탄생에 아이디어를 제공한 건 미국의 전 억만장자 찰스 척 피니(Charles Francis Chuck Feeney·90)였다. 그는 전 세계에 매장을 둔 면세점 그룹 ‘DFS’(Duty Free Shoppers)의 창립자다. 워런 버핏은 “척 피니는 기빙 플레지를 만드는데 영감의 초석이 되었다”(Chuck was a cornerstone in terms of inspiration for the Giving Pledge)며 “그는 우리 모두의 롤모델”(He’s a model for us all)이라고 말한 바 있다. 

지금은 샌프란시스코의 임대 아파트에 살고 있는 아일랜드계 미국인 척 피니의 기부 인생에 대해 살펴봤다. <에디터 이재우>

“80억 달러 전 재산 기부하고 임대 아파트서 생활”
#.“모든 걸 내어준 억만장자 척 피니”(Chuck Feeney: the billionaire who gave it all away)

아일랜드 매체 아이리쉬타임즈(irishtimes)의 2018년 3월 3일자 기사 제목이다. 아이리쉬타임즈는 “이 자선가는 80억 달러의 재산을 기부한 후 임대 아파트에서 검소하게 살고 있다”(Philanthropist lives modestly in rented apartment after giving away $8bn fortune)고 척 피니의 삶을 소개했다. 다음은 아이리쉬타임즈의 내용이다. 

<오늘날 척 피니는 재산이 없는 사람이다. 그와 그의 아내 헬가는 샌프란시스코의 검소한 임대 아파트에 살고 있다. 그는 차나 사치품도 없다. 사실, 생각해 보니 아주 멋진 시계를 갖고 있긴 하다. 15달러짜리 플라스틱 제품.> 

원문: Chuck Feeney today is a man of no property. He and his wife Helga live in a modest rented apartment in San Francisco. He has no car or luxuries of any kind. Actually, come to think of it, he has a very nice watch. It is plastic and cost about $15.

아이리쉬타임즈에 따르면, 척 피니의 집에는 ‘80억 달러 기부’ 사실을 보여주는 그 흔한 트로피나 행사 사진(vanity photographs) 하나 없다. 척 피니는 철강왕이자 유명 기부자였던 앤드류 카네기 (Andrew Carnegie)의 에세이 『부의 복음』(The Gospel of Wealth)을 읽고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더 기빙 플레지' 주요 멤버인 워런 버핏과 페이스북 최고경영자 마크 주크버그 부부

한국전쟁 참전용사...면세쇼핑으로 억만장자
#. 척 피니는 1931년 뉴저지의 블루칼라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모는 아일랜드계 미국인 (Irish-American). 척 피니는 한국전쟁 참전 용사다. 미국 공군 무선 통신사로 복무했다. 이후 코넬대에서 호텔경영학을 공부했다.
 
그런 그가 대학 클래스메이트였던 로버트 워런 밀러(Robert Warren Miller)와 면세점 그룹 ‘DFS’(Duty Free Shoppers)를 설립한 건 1960년이다. ‘공항 면세 쇼핑’의 개념을 개척한 이가 바로 척 피니인 셈. 

그는 DFS를 통해 억만장자가 되었고, 1982년에는 자선재단 애틀랜틱 필랜스로피(Atlantic Philanthropies)를 설립했다. 척 피니는 이 재단을 통해 “전 재산 80억 달러를 모두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척 피니 재단의 첫 수혜자는 대학이었다. 척 피니의 모교인 코넬대와 뉴욕대에 기부금이 전달됐다. 대개 기부자가 대학에 기부할 경우, 기부자의 이름을 남기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척 피니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애틀랜틱 필랜스로피 재단의 CEO 크리스토퍼 웨츨리(Christopher G Oechsli)는 “척 피니의 이름이 붙은 건물은 하나도 없다”(No buildings bear Chuck’s name)고 말하기도 했다. 

척 피니의 기부는 그의 약속대로 40년 동안 이어졌다. 그는 마침내 2020년 9월, 애틀랜틱 필랜스로피 해체 문서에 서명하면서 “이 일을 마무리하게 돼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런 그는 아내와의 남은 노후를 위해서 재산의 일부는 남겨 두었다고 한다. 

빌 게이츠 “척 피니는 다른 자선가들에 길 열어줬다”
#. 척 피니의 기부 인생에 대한 평가는 이렇다. 미국 경제 매체 포브스의 스티븐 베르토니(Steven Bertoni) 시니어 에디터는 “그는 빈털터리가 됐지만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He has nothing left now—and he couldn’t be happier)고 썼다. 

‘더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를 만든 빌 게이츠는 “척은 다른 자선가들이 따라갈 수 있는 길을 만들었다”(Chuck created a path for other philanthropists to follow)고 고개를 숙였다. 

샌디 웨일(Sandy Weill) 전 웨일 코넬 메디슨(Weill Cornell Medicine) 의장은 “그는 자신에게 돈을 쓰지 않고 모든 걸 내줬다”(He never spent the money on himself and gave everything away)고 찬사했다. 

이렇듯, 척 피니는 ‘살아있을 때 기부하자’(Giving while living)는 좌우명을 제대로 실천한 자선가 중의 자선가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