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 미국 리포트 / 일본계 겨냥 범죄가 적은 이유
생생 미국 리포트 / 일본계 겨냥 범죄가 적은 이유
  • 이훈구 작가
  • 승인 2021.03.19 0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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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틀랜타 한인 스파 총격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사람들.

<미국 LA=이훈구 작가(재팬올 미국대표)>지난 16일 미국 애틀랜타 총격 참사로 한인 여성 4명을 포함해 8명이 숨진 다음 날 워싱턴DC, 뉴욕시, 애리조나주 피닉스,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등지에서 각각 추모객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추모 행사를 가졌다. 추모객은 애틀랜타 근교에서 백인 남성 로버트 에런 롱(21)의 연쇄 총격으로 숨진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아시아계를 겨냥한 범죄를 규탄하기 위해 모인 것이다. 

이들은 촛불을 켜고 희생자들에게 애도를 표하는 한편 ‘아시아인 목숨도 소중하다’(ASIAN LIVES MATTER) 등이 적힌 팻말을 들고 행진했다. 소셜미디어(SNS) 역시 ‘아시아인 혐오를 멈춰라’(#StopAsianHate)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인종 혐오범죄를 비판하는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현지 경찰은 성중독이나 증오범죄 가능성 등 사건 동기와 경위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범행 장소인 마사지샵과 스파가 아시아인이 다수 종사하는 곳이라는 점, 총격범 롱이 최근 SNS에 코로나19(일명 우한폐렴) 사태와 관련해 “모든 미국인은 우리 시대 최대의 악인 중공에 맞서 싸워야 한다”라고 말한 점을 들어 평소에도 아시아계에 대한 반감이 컸던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 추모객이 꽃을 놓고 있다. 
'아시아인 증오를 멈추라'는 시위

▲아시안계의 온도차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시안계들 사이에는 엄연한 온도차가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주로 중국계와 한국계는 무척 경계하고 분노하지만 일본계, 베트남, 캄보디아 계열은 침묵하고 있다. 다른 국가들의 이민자들은 그 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주요 아시아 커뮤니티를 기준으로 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특히 한인 커뮤니티의 반응은 중국계에 대한 포비아의 불똥이 한국계로 튀었다고 생각한다. 반면 중국계 커뮤니티의 반응은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어글리 코리언’들로 인한 ‘포비아’ 때문에 자신들이 희생당했다고 주장한다. 사실 아시안계가 많이 거주하고 있는 남 캘리포니아 지역의 경우 특히 중국계와 한국계가 사이가 좋지 못한 내면에는 부동산 전쟁과 영역싸움이 치열하다. 

코리아타운의 경기가 나빠지면서 중공계 사람들이 마치 백화점에서 물건을 사듯 한인들의 건물을 사들이고 한국인들의 젖줄이라던 의류업계, 봉제공장의 집결지인 다운타운 지역의 이른바 ‘자바시장(자버(Jobber)의 한국식 발음)’까지 치고 들어온 까닭이다. 이에 대하여 한국인들은 임대료가 비싼 코리아타운과 오렌지카운티, 얼바인 지역을 벗어나 비교적 집값이 싸고 임대료가 저렴한 산 가브리엘(San Gabriel, 중국계 집단 거주지역)지역으로 이주하고 있다. 

역설이 아닐 수 없는데 고급 주택 혹은 비싼 지역을 한인들이 포기하면 중국인들이 매입하고 그 공백을 한인들이 채워가는 식이다. 이 두 커뮤니티의 충돌이 결국은 ‘포비아’로 이어지고 있으며 다른 아시아계와 달리 ‘우리 민족이 최고’라는 경향이 무엇보다 강해서 다른 민족들과 인종들을 멸시 천대하기 일수이며 따라서 아시안계 혐오가 주로 중국계와 한인계에 집중된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미국에서 일본계를 향한 증오범죄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일본 커뮤니티가 잠잠한 이유
반면 일본계 미국인들에 대한 혐오범죄는 놀라울 만큼 드물다. 또한 매년 8월이 되면 각 학교나 관공서에 조기게양을 거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되는데 이민 초창기 큰 충격을 받았다. 태평양 전쟁 당시 미국과 일본은 서로 적이었으며 특히 일본군들의 잔인한 저항은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그런데 두 가지 사건으로 인해 오히려 미국이 일본인들에게 사죄를 하고 추모까지 하는 기이한 일이 일어났다. 첫 번째로는 전쟁 종식을 위한 두 번의 핵폭탄 투하인데 인류 최초로 핵을 사용하고 일본인들의 많은 희생을 가져온 것에 대한 참회의 의미로 조기를 게양한다는 것이다. 한국인들이 볼 때는 이해가 안 가겠지만 미국인들은 진심으로 추모를 하고 있다. 

자신들의 가족들이 참전으로 희생되었음에도 ‘전쟁은 전쟁이고 핵은 핵이며 사과는 사과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두 번째는 ‘백악관 행정명령 9066호’로 진주만 공습 이후 반일감정의 희생자가 된 일본인들에 대한 사과이다. 당시 미국은 일본계 이주민(독일계, 이탈리아계도 포함되었지만 사과는 일본계에게 가장 먼저 함)에 대해서 지문, 사진을 등록하고 주소지를 조사해 이주를 제한하였다. 

영화 '‘폭풍의 나날'

위험인물이라고 판단 되면 수용소에 보내거나 즉각 추방 조치를 내렸는데 하와이의 경우만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아 격리 대신 이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정책을 펼쳤다. 이때의 과오에 대해 정부가 공식적으로 잘못을 인정한 사례이면서 역사책에도 기록되는 한편 ‘폭풍의 나날'(Come see the paradise, 1990)이라는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이러한 프리미엄에 더해져 일본계 미국인들은 철저하게 몸을 낮췄고 약 64% 이상이 비일본인과 결혼했으며 84%의 일본인들은 모국어를 버리고 영어를 사용하면서 철저하게 미국과 동화되었다. 또 일본경제의 호황기를 거치는 동안 정계에 많은 일본계들이 진출하고 미국 내에 일본문화와 음식, 영화 등을 적극적으로 뿌리내리게 했다. 

아시아계 중 미국 주류사회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진출해 있고 자신들의 정체성을 ‘미국인’이라고 대부분 생각한다.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다’는 일본인 특유의 모토 역시 개인주의적 사고가 강한 미국의 문화와 맞물려 일본인들에 대한 증오나 혐오범죄는 지극히 드문 편이라고 할 수 있겠다.

미국내 자유월남 퍼레이드

▲베트남, 캄보디아 등 마이너
베트남이나 캄보디아계 커뮤니티에 대해서도 잠잠한 편인데 여기에도 아픈 역사가 숨겨져 있다. 먼저 베트남 공화국(Việt Nam Cộng Hòa) 출신들로 지금의 베트남 민주공화국(Việt Nam Dân Chủ Cộng Hòa)이 아니다. 1975년 4월에 북베트남 공산군과 소련의 지원을 받은 베트공들에 의해 패망한 지금은 지도상에서 사라진 나라다. 나라가 망하고 상당수 월남인들이 미국으로 이주했다. 

특히 캘리포니아의 경우 가든 그로브(Garden Grove)에 몰려 살며 아직도 당시의 국기를 사용하고 있다. 북베트남에 의해 공산정권이 들어서면서 가톨릭 신자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한 까닭에 신앙의 자유를 찾아 월남했지만 역시 나라가 망해 미국으로 넘어온 만큼 그들은 ‘돌아갈 조국이 없다’는 인식이 강하다. 

미국내 캄보디아인 퍼레이드

그러다 보니 베트남 공화국계 갱들의 경우 잔인하기로 악명 높고 아무리 강심장인 마피아들도 한번 걸리면 100% 죽는다. 그래서 마피아들이나 무개념 흑인들도 그들은 건드리지 않는다. 상점 약탈도 삼가는 편이다. 캄보디아 출신들 역시 폴포트에 의해 나라가 망하면서 탈출하였고 역시 조국이 사라졌다고 믿는 사람들인데 잔인한 편은 아니다. 

하지만 폴포트의 학살 같은 트라우마가 있다 보니 되도록 뭉쳐 살면서도 절대로 외부와 부딪히지 않고 최대한 조용히 산다. 특이한 것은 미국 내 주마다 골고루 퍼져 살며 영어만 사용하고 최대한 추가 이민을 자제한다는 점이다. 미국 내에 이러한 국가 출신들이 쿠바(주로 플로리다에 거주)까지 셋 존재하는데 공통점은 ‘돌아갈 조국이 없다’는 점을 꼽는다. 그래도 쿠바계처럼 마약을 거래하거나 시체조차 찾을 수 없을 만큼 악랄하지는 않다는 평가를 받지만 만약 분위기 파악을 못하고 이들 커뮤니티를 건드린다면 그건 곧 죽음이다.

▲중국계들에 대한 혐오
중국인들에 대한 포비아는 수차례 언급하였고 역사와 전통이 강한데다가 미국 사회에 동화되는 것을 거부하는 경향이 많다. 특히 시진핑의 장기집권 이후 ‘공자학원’을 통해 중국 공산당의 우월성과 ‘중화민족 최고’라는 사상을 너무 무리하게 전파하다 보니 중국인들에 대한 혐오가 상당히 강해졌다. 

캘리포니아 지역의 대학들도 한때 중국 출신 유학생들로 채워졌다가 몸살을 앓았는데 2021년이 중국 공산당 100주년이 되는 해이고 2049년이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00주년이 되는 해라는 점에서 미국 사회에 동화를 거부하면서 오히려 ‘주인행세’를 하고 미국을 중국화 하려는 시도를 무리하게 전개했다. 지난 영국 런던 올림픽에 출전하는 미국 대표선수단의 단체복의 중국산 논란 등 여러 논란을 차치하고라도 중국인 커뮤니티가 다수의 친중국계와 소수의 대만계, 홍콩(광둥)계의 사소한 대립에다가 대만계 미국 정치인들의 견제도 매우 심하다. 

차이나타운 중국인 코로나 관련 시위

어떻게 보면 천안문 사태 이후 중국인들의 갑작스런 등장과 돈으로 무조건 해결하려는 태도들이 혐오를 조장했다는 점에 대해서 미국인 대다수가 동의하는 편이다. 불법체류자의 양산은 물론 노동조합조차 없는 공산국가 출신답게 악명 높은 근로환경으로 착취를 일삼고 미국 문화를 거부하며 ‘중화사상’만 강조하는, 그러면서 ‘부’를 독점하려는 그들의 행태가 혐오범죄를 키운다는 지적이다.

▲한국계들에 대한 혐오
대다수 미국인들은 한국인들에 대하여 한마디로 정의한다. ‘한국인들은 절대로 영화 ‘미나리’에서처럼 험지를 개척하지 않고 살기 좋은 곳에 몰려 산다’고. 캄보디아인들이 미국의 험지에 찾아가 주유소나 빨래방 등을 운영하며 베트남인들이 생소한 도시까지 ‘아시아마트’를 차려 뿌리내리는 동안에도 대다수 한인들은 각 도시의 코리아타운에 대부분 몰려 있다. 그런데다가 한국인들은 부끄럽지만 ‘인종차별’을 서슴지 않고 하는 민족이다. 지난 1992년 L.A 흑인폭동 역시 뿌리 깊은 한인들의 흑인 멸시 풍조가 쌓인 결과물이라는 지적이 많다. 지난 1991년 3월 19일 이른바 ‘두순자 사건’이 발생한다. LA에서 리쿼스토어를 운영하던 40대 한인 여성 두순자씨가 절도가 의심되는 15세 흑인 소녀를 향해 호신용 권총을 발사하여 사망한 것이다. 

1992년 LA 흑인폭동 당시 코리아타운

이후 흑인 소녀는 사망했고, 두씨는 몸싸움을 하며 입은 상처 치료 후 LA카운티 형무소에 수감됐다. 이 사건 이후 ‘한흑 갈등’이 불거졌다. 급기야 흑인민권단체인 ‘유색인종 지위향상협의회’가 사건이 발생한 수퍼마켓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두씨가 흑인들에 대한 혐오로 총격을 했다면서 “한인 상인들은 흑인고객들을 존중하지 않으며 항상 흑인을 의심스런 눈으로 바라 본다”고 발언했다. 

아닌게 아니라 한인들은 흑인들을 평소에도 ‘껌둥이’라고 부르며 멸시 천대했고 심지어 한인 할아버지가 “불알 좀 만져보자”며 사탕 하나를 주고 한국 관습대로 흑인소년을 함부로 만졌다가 성추행 혐의로 기소되기까지 했다. 특히 주한미군 출신들이 한국에서 받았던 멸시와 천대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으며 평소 자신들이 기물을 스스로 파손하고도 ‘흑인들이 했다’는 쪽으로 몰아간 것에 대해 불만이 쌓여 있었다. 

흑인들과 결혼한 한인들에 대한 차별은 말할 것도 없었다. 이후 1992년 LA 인근에서 과속 운전을 한 흑인 로드니 킹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백인 경찰들이 무자비하게 구타하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파문이 일었는데 이 백인 경찰들이 4월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불똥이 코리아타운으로 옮겨져 ‘흑인폭동’이 일어났다. 그렇다고 한인들이 흑인들만 멸시하는 것만은 아니다. 히스패닉계들 역시 멸시하고 백인들에게는 ‘잘난 체 한다’며 거부감을 보였는데 그들 중 흑인들의 불만이 가장 컸다. 

지난 연재에서 언급하였듯이 한인들은 단결이 안 되는 까닭에 공동대처도 늦은 편이고 같은 아시아계와도 사이가 매우 나쁜 편이다. 미국사회에도 동화를 거부하면서 무조건 한인 커뮤니티의 이익과 권익만을 요구하고 영어 구사 능력도 많이 떨어진다. 한인타운에 있으면 1년 365일 한마디의 영어를 구사하지 않고도 사는데 지장이 없다. 명문대학을 나오고도 주류사회가 아닌 코리아타운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높은 자리에 한인이 많지 않고 범죄대처에도 서툴다.

▲글을 마무리하며
미국에서 가장 유행하는 우스갯 소리가 있는데 ‘타인종이 타인종을 전혀 못 알아본다’는 말이다. 실제로 그렇다. 백인들이 아시아계를 다 똑같은 외모로 바라보는 것이나 한인들이 흑인들을 다 똑같은 외모로 바라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상이다. 그런데 코로나가 중국발로 의심, 확산되면서 대다수 타 인종 미국인들은 ‘아시아인은 모두 중국인’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이 가운데 한인들은 자신들이 중국인이 아니라는 표시로 ‘KOREA’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다니기도 해 갈등을 빚었다. 한마디로 ‘너희들은 당하고 우리는 건드리지 말라’는 의미다. 같은 아시아인임에도 말이다. 필자의 결론은 이렇다. 아시아계의 혐오는 주로 중국인들이 원인을 제공하였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평소 ‘인종차별’을 많이 하고 배타적이며 영어 구사에도 서투른 한국인들이 오히려 희생양이 되고 있다. 그리고 유교적 영향으로 인해 타인종들에 대해 배타적인 한인들의 언어습관과 행동들이 스스로를 ‘표적’으로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코리아타운 내의 한인 상점이나 공장에서 일하는 타인종들이 한국어와 BTS는 몰라도 자신들에게 하는 걸쭉한 ‘욕’은 알아듣고 있다는 점에서 제2, 제3의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자성의 노력이 시급하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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