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기/ 신세계 정용진이 엄지 치켜세운 양조장
탐방기/ 신세계 정용진이 엄지 치켜세운 양조장
  • 노운 작가
  • 승인 2021.02.25 13: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해남 해창주조장...11만원짜리 ‘롤스로이스 막걸리’
<전남 해남=노운>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이 SNS에 ‘인생 막걸리’라고 소개하면서 유명세에 불을 붙인 양조장. 막걸리 한 병에 11만원, ‘롤스로이스 막걸리’라 불리는 집. 전남 땅끝마을 해남군에 있는 ‘술도가’ 해창주조장을 찾은 건 2월 20일이다. 

“사장님, 해창막걸리 만드는 곳이 어딥니까?”. 대흥사 앞 식당에서 비빔밥과 해남 삼산막걸리 한 병을 시켜 놓고 대뜸 물었다. “여기서 자동차로 30분 가야죠. 화산면이라고.” 대흥사를 둘러보고, 절을 품고 있는 두륜산을 오른 뒤 늦은 오후, 해창주조장으로 향했다. 

주인장이 2008년 새롭게 인수했다고 한다. 

누가 이 먼 땅끝마을 양조장까지 찾아올까. 술을 직접 사러 오기나 할까. 삼산면에서 해창리로 가는 길, 왼쪽에 ‘해창주조장’이란 간판이 보여 얼른 차를 세웠다. 양조장 옆에 오래되고 녹슨 창고가 보였다. 해창(海倉)은 바다의 창고라는 뜻이라고 한다. 

'롤스로이스 막걸리'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 양조장 마당에 롤스로이스가 있다. 

양조장 안에 들어서자 연식이 오래된 롤스로이스가 자태를 뽐내고 있다. 듣기에 사장인 오병인 대표가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애마’란다. 사장은 18도짜리 막걸리에 이 롤스로이스 이름을 붙였다. 11만원짜리 막걸리가 나온 이유다. 높은 가격이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그런 탓에 일부 막걸리 마니아들은 멀리 이곳까지 찾아온다. 

허영만 화백이 레이블 그려...찹쌀 멥쌀 8대2 비율
막걸리에 그려진 레이블은 허영만 화백의 작품이다. 오랜 단골이라고 한다. 해창주조장이 생긴 건 1927년 무렵. 당시 일본인이 설립했고, 해방이 되면서 다른 2대, 3대 주인을 거쳐 2008년 오병인 대표가 새롭게 인수했다고 한다. 

이 집 막걸리는 해남산 유기농 찹쌀과 멥쌀을 8대2 비율로 담가 2개월 숙성한다. 특히 덧술(곡물·누룩·물 혼합물 또는 이 혼합물을 밑술에 더해주는 것)을 3번 한다. 도수가 높고 재료비가 비싸지는 이유다. 해창주조장에선 9도, 12도짜리 등을 택배 판매하고 있다. 

 

9도(7000원), 12도(1만1000원)짜리 막걸리 두 병을 건네 받았다. 

이날 늦은 오후인데도 불구하고 외지 손님들이 부지런히 들어오고 있었다. 미리 주문한 박스나 낱개들이로 사간다. 이왕 여기까지 찾아온 김에 박스째는 부담이 되어, 9도(7000원), 12도(1만1000원)짜리 두 병을 구입했다. 

공짜 막걸리 한 잔 값으로 ‘폴더인사’
양조장을 잠시 둘러보니 정원이 꽤나 괜찮다. 주인장이 이 정원에 반해 양조장을 샀다고 한다. 이미 정원에 진을 치고 막걸리를 비우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한잔 하세요 이리와서.” “비싼 술을 공짜로 얻어 먹어서야 되나요?” 극구 사양했지만, 극구 권한다. 한 잔을 받아 먹었다. 처음 맛본 해창막걸리. 걸쭉하면서 깊은 맛이 올라온다. 막걸리값으로 ‘폴더인사’를 하고 돌아서 양조장을 나왔다. 

막걸리 가격을 매기는 건 주인장의 몫이고, '마시고 안 마시는' 판단은 소비자의 몫이다. 물론 가격이 더 적당하면 좋겠지만. 여러 지방을 다니면서 빼놓지 않았던 게 ‘막걸리 맛보기’다. 몇 가지만 소개하자면 이렇다. 

전남 벌교의 태백산맥막걸리와 꼬막안주.
경북 문경새재의 만복생탁배기와 약돌돼지구이.

▷경북 문경 문경새재에서 맛본 ‘만복 생오미자 탁배기’와 ‘만복 생탁배기’는 석쇠에 구운 약돌돼지와 잘 어울렸고 ▷전북 부안(변산) 내소사 근처에 한 잔 들이킨 ‘줄포막걸리’와 ‘울금(강황)막걸리’는 바지락(동죽)전과 궁합이 좋았다. ▷전남 보성 벌교에서 마신 ‘태백산맥막걸리’(소설 『태백산맥』에서 이름 따옴)는 꼬막무침과 안성맞춤이었고 ▷경남 남해군에서 즐긴 ‘유자막걸리’는 멸치쌈밥과 제격이었으며  ▷전북 정읍의 송명섭막걸리는 과메기와 잘 어울렸다. 

노운은? ☞
노운(露雲)은 절집 순례자입니다. 그의 주말 여행지에는 늘 절(사찰)이 있습니다.
아니, 절을 보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지도 모릅니다. 
그는 ‘절멍’(절 보며 멍 때리기)에서 작은 즐거움을 느낀다고 하네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