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후드’를 성장시킨 초심플 디자인
'로빈후드’를 성장시킨 초심플 디자인
  • 에디터 이재우
  • 승인 2021.03.29 15: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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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을 오히려 기회 삼아 몸집을 크게 불린 회사를 꼽으라면, 미국의 무료 주식거래 서비스 로빈후드(Robinhood)도 빼놓을 수 없다. 로빈후드의 비즈니스 핵심은 ▷주식을 간단하고 빠르게 ▷수수료 없이 무료로 사고 팔 수 있다는 데 있다. 
또 다른 특징은 고객 연령대. 대부분의 사용자가 20대 중반의 밀레니얼 세대다. 사용자의 78%가 35세 미만인 것. 2013년 설립된 로빈후드는 지난 23일(현지시각) 기업공개(IPO) 절차에 들어갔다. 나스닥에 상장하기로 한 것. 
현재 로빈후드는 ‘기업가치가 45조원에 이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렇게 로빈후드가 급성장한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밀레니얼 세대 친화적인, ‘단순한 앱 디자인’이다. <에디터 이재우>

‘Keep it simple, stupid’...키스 원칙
‘키스 원칙’(KISS principle)이란 걸 들어봤는가. 남녀간의 키스를 말하는 게 아니다. KISS는 ‘Keep it simple, stupid’의 앞글자를 딴 약자다. 이 말은 1950년대 항공회사 록히드의 스컹크 워크스(록히드마틴 연구소의 별명)를 운영했던 켈리 존슨(Kelly Johnson:1910~1990)이 처음 만들었다. 

☞: KISS: keep it simple, stupid. The acronym KISS reportedly began by Kelly Johnson, lead engineer at the Lockheed Skunk Works It is called the KISS principle.(미국의 질의 응답 웹사이트 쿼라,quora)

‘짧고 간단하게’. 단순한 디자인을 강조한 이 디자인 철학은 현재도 여전히 유효하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 적용했었고, 로빈후드를 설립한 두 젊은이 역시 이를 비즈니스에 녹여 돈방석에 올랐다.

대학 룸메이트였던 두 젊은이는 블라디미르 테네브(Vladimir Tenev, 35)와 그의 친구 바이주 바트(Baiju Bhatt,37)다. 둘은 미국 무료 주식거래 서비스 로빈후드(Robinhood)의 공동 창업자다. 

불가리아와 인도 이민자 아들이 창업
로빈후드의 CEO 테네브는 불가리아 태생으로 다섯 살 때 부모님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했다. 부모가 세계은행에서 일하게 된 것. 테네브보다 두 살 많은 바이주 바트는 인도계다. 두 사람은 2005년 여름 스탠포드대에서 학부생으로 처음 만났다. 

“우리는 놀라운 공통점이 있습니다. 둘 다 버지니아에서 자랐고, 스탠포드에서 물리학을 공부하고 있었고, 부모님이 박사 학위 공부를 한 이민자의 아들입니다.”(포브스 기사)

로빈후드 사이트 화면과 공동창업자 블라디미르 테네브(오른쪽)와 바이주 바트.

테네브는 수학 박사 과정을 밟기 위해 UCLA로 갔지만, 바이주 바이트와 회사를 차리기 위해 중퇴했다. 둘은 2010년 5월 발생한 ‘플래시 크래시’(Flash Crash) 사건에서 사업 아이디어를 얻었다. 

플래시 크래시는 미국 다우지수가 거래 종료 15분을 남기고 998.5포인트 폭락한 것을 말한다. 당시 폭락엔 아무런 악재가 없었다. 원인을 조사해 보니 한 투자은행의 직원이 실수로 거래단위를 잘못 눌렀다. M(Million) 대신 B(Billion). 

수학, 물리학도 출신인 테네브와 바이주는 복잡한 알고리즘을 피했다. 초보자도 실수 없이 손쉽게 주식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고, 영국 의적 이름을 따 ‘로빈후드’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2013년이다. 두 사람은 앱 디자인에 상당히 신경을 썼는데, ‘초단순화’에 초점을 뒀다. 기존 중개 회사가 부과하는 수수료도 없앴다. 

‘밀레니얼 세대 친화적인 앱’이 성공 전략
현재 로빈후드 사용자의 대부분은 20대 중반의 밀레니얼 세대다. 사용자의 78%가 35세 미만인 것. 이 ‘밀레니얼 세대 친화적인 앱’은 2015년 애플 디자인 어워드(Apple Design Awards)에서 수상했다. 그러면서 디자인계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그럼 로빈후드의 디자인은 뭐가 다를까. 

“우리는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제거하기 위해 단순한 색상을 사용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주식시장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사용자에게 분명하게 전달해 줍니다.”(We make use of simple colors to remove as much information as possible, so that it’s clear to the user what’s happening.)

정리하면 ▷복잡하게 정보 나열을 하지 않았다는 것. ▷또 시장 움직임을 명확하고 뚜렷한 방식으로 표시하기 위해 색상을 채택했다는 것. 이를테면 로빈후드의 앱에는 ‘낮과 밤’ 모드가 있다. 주식 시장이 열려 있을 때는 흰색 배경, 닫히면 검은 색 배경을 쓰는 것이다.  

무엇보다 로빈후드의 인터페이스는 매우 간단하다. 단순하고 미니멀한 디자인이 돋보인다. 어수선함을 배제했고, 빡빡하거나 산만한 요소가 없다. 직관적인 디자인을 통해 초심자도 원하는 시간, 장소에서 손쉽게 거래할 수 있도록 했다. 

초단순화 ‘디자인 앱’ 하나가 돈방석을 만들어 준 셈이다. 로빈후드 공동 창업자 테네브와 바이주의 지분 가치는 각각 최소 10억 달러(1조 1200억원)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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