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선의 재팬 토크/ 필름회사를 180도 바꾼 경영자
정희선의 재팬 토크/ 필름회사를 180도 바꾼 경영자
  • 정희선 일본대표
  • 승인 2021.03.31 16: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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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필름홀딩스의 고모리 시게타카(古森重隆) 회장. 20년 동안 회사를 이끌며 필름회사를 사업 다각화 시킨 그가 6월 물러난다. 작은 사진은 그의 책 '혼의 경영'.

<도쿄=정희선 기업 애널리스트(재팬올 일본대표)> 후지필름홀딩스의 고모리 시게타카(古森重隆) 회장(81)이 퇴진한다고 전해졌습니다. 경영 전권을 잡은 지 20여 년 만입니다. 장래가 불투명한 필름회사를  ‘지속 가능 성장’ 회사로 탈바꿈 시킨 고모리 회장의 스토리와 퇴진 과정을 되돌아 봤습니다.  

“2000년 후지필름은 ‘죽느냐 사느냐’의 갈림길”
<내가 후지필름 사장에 취임한 2000년은 그야말로 후지필름이 ‘죽느냐 사느냐’의 갈림길에 있었다. 아무튼 취임한 그해부터 영업 이익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던 사진용 필름의 매출은 급격한 디지털화에 따른 시장 축소로 매년 25~30%씩 감소해 가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주눅들지 않았다.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태어났다’고 내 스스로를 고무시키며, 실패하면 그야말로 할복하는 각오로 회사 변혁에 착수했다.> 

일본 후지필름홀딩스를 20년 동안 이끌었던 고모리 시게타카(古森重隆) 회장의 회고다.(2014년 2월 17일 경제매체 프레지던트 기고 글). 고모리 시게타카는 후지필름의 ‘제2 창업’을 진두지휘하고 중흥시킨 경영자다. 

나가사키현 출신의 고모리 시게타카는 대학(도쿄대 경제학부 졸업) 시절 미식축구부로 활동했고, 1963년 후지필름에 입사한 후엔 주로 영업 현장에서 뛰었다. 1996년 후지유럽 사장 등을 거친 그가 본사 사장에 취임한 건 2000년이었다. 

후지필름, 2004년 필름 사업 철수 결정
당시 후지필름의 상황은 절박했다. 필름 디지털화 물결의 파도가 거셌다. 고급 카메라를 제외하곤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카메라는 순식간에 디지털 카메라로 바뀌었다. 그러면서 회사의 영업이익 60%를 차지하던 필름사업이 곤두박질 치는 이른바, 후지필름 몰락의 시기였다. 

이때 구원투수로 등판한 이가 고모리 시게타카다. 그는 당시를 되돌아보며 “새로운 사업 진출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며 “그렇다고 수수방관 한다면 기회를 놓친다. 현재의 사업이 악화되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그렇다”고 했다. 그런 후지필름은 2004년 필름 사업에서 철수를 결정했다. 필름 기술을 응용한 화장품과 의약품 그리고 의료 기기 등 다른 분야로 사업을 전환한 것이다. 

(☞필름은 초정밀 기술을 요하는 산업이다. 사진 필름이라는 여러 겹의 얇은 막 속에 미립자를 안정적으로 배치하는 나노 기술이 적용됐다. 그런데 이 필름의 주성분이 콜라겐이다. 필름의 산화를 막기 위해 콜라겐 성분을 사용했던 것. 후지필름은 이 필름 콜라겐을 이용해 화장품업을 만들었다.) 

고모리 시게타카는 가장 먼저 회사를 후지필름과 후지제록스를 거느린 지주체제(후지필름홀딩스)로 바꿨다. 아울러 구조 조정과 사업 구조 전환을 통해 실적 회복에 나섰다. 2006년 후지필름홀딩스 사장 겸 CEO에 취임한 고모리 시게타카는 2008년 3분기엔 사상 최고의 영업이익을 이끌어 냈다.  

2008년 제약사 인수...2014년 치료제 ‘아비간’ 개발
후지필름의 대표적인 사업 다각화 예가 도야마화학(富山化学工業) 인수다. 2008년 제약시장 진출 선언이었다. 당시 도야먀화학은 적자 회사였다. 하지만 고모리 시게타카는 이 회사의 잠재력을 보고 매수를 결정했다. 

이런 선택은 적중했다. 후지필름 자회사가 된 도야마화학은 2014년 A형 신종 인플루엔자 치료제 ‘아비간’(Avigan)을 개발했다. 후지필름은 지난해 10월 이 아비간을 코로나19 치료제로 승인 신청하기도 했다. 

2012년 후지필름홀딩스 회장에 취임한 고모리 시게타카는 이렇게 회사를 제약, 의약, 바이오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 시켰다. 한때 후지필름의 전체 매출에서 필름 매출은 60%를 차지했지만, 현재는 1%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엄청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NHK 경영위원회 위원장...『혼의 경영(魂の経営)』 펴내
지난 20년 동안 이런 변혁을 이끈 고모리 시게타카 회장은 이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수순을 밟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3월 31일 “현재 81세인 고모리 시게타카가 회장직에서 물러난다”며 “6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퇴직을 확정한 후 회사의 최고 고문을 맡게 된다”고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는 덧붙여 “후지필름은 바이오 의약품 사업의 강력한 성과를 바탕으로 2021년 3월 회계 연도엔 연결 순이익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NHK 경영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했던 고모리 시게타카는 2013년 자신의 경영 스타일을 담은 저서 『혼의 경영(魂の経営)』을 펴내기도 했다. 


<정희선 재팬올 일본대표>
-인디애나대 켈리 비즈니스 스쿨(Kelly School of Business) MBA
-한국 대기업 전략기획팀 근무
-글로벌 경영컨설팅사 L.E.K 도쿄 지사 근무
-현재 도쿄 거주. 일본 산업, 기업 분석 애널리스트
-‘라이프 스타일 판매중’ ‘불황의 시대, 일본 기업에 취업하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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