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선의 재팬토크/ ‘카사노바’라는 이름의 경영인
정희선의 재팬토크/ ‘카사노바’라는 이름의 경영인
  • 정희선 일본대표
  • 승인 2021.05.01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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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맥도날드홀딩스의 사라 카사노바(Sarah Casanova) 회장. photo=NHK. 

<도쿄=정희선 기업 애널리스트(재팬올 일본대표)> 일본 재계에 ‘카사노바’라는 재밌는 이름을 가진 경영인이 있습니다. 그것도 여성. 일본인이 아닌 캐나다 출신입니다. 그의 이름은 사라 카사노바(Sarah Casanova·57). 일본맥도날드홀딩스의 회장을 맡고 있죠. 
외국 여성이 일본기업의 사장, 회장을 맡은 사례는 익히 없었습니다. 일본에서 퇴출된 카를로스 곤 전 닛산회장처럼 카리스마도 대단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인데요. 2004년 일본에 부임한 사라 카사노바 회장은 ‘현장론’을 특히 강조하는데, 그가 즐겨 사용하는 말이 ‘고 겜바’(Go! GEMBA)입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캐나다 출신... 일본맥도날드홀딩스 사라 카사노바 회장
캐나다에서 호텔식품학과를 전공한 사라 카사노바가 맥마스터 대학에서 경영학 석사 공부를 하고 ‘맥도날드캐나다’에 입사한 건 1991년이다. 이후 러시아, 캐나다 근무를 거치고 2004년 ‘일본맥도날드’에 마케팅 본부장으로 오면서 일본과 본격적으로 인연을 맺었다. 

이후 4년간 말레이시아 임원으로 일했던 그는 2013년 일본맥도날드 대표 겸 CEO로 화려하게 컴백했다. 이듬해 2014년 3월엔 일본맥도날드홀딩스의 사장 겸 CEO로 취임했다. 하지만 이내 엄청난 위기가 들이닥쳤다. 

2014년 7월, 치킨 맥너겟 등의 사용기한을 속여 판매한 일이 벌어진 것.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전 일본이 들끓었다. 업계에선 “카사노바 사장이 책임을 회피하고 일본을 떠날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급기야 매출이 최대 40%까지 하락하면서 “최대 주주 미국맥도날드가 지분을 일부 매각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흘러 나왔다.(일본맥도날드엔 미국 맥도날드가 지분 50%를 투자했다). 

2014년의 위기...수습책으로 ‘고 겜바’(Go! GEMBA) 
하지만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카사노바 사장은 정면돌파를 시도했다. 사건 발생 열흘 뒤 기자회견을 열고 사태 수습에 나섰다. 그러면서 그가 내놓은 방안이 ‘현장주의’였다. 47도도부 현을 모두 방문해 메뉴의 안전성과 품질을 고객들에게 전했다. 특히 어린이 자녀를 둔 엄마들의 목소리에 차분히 귀를 기울였다. 

아울러 외부 전문기관이 불시에 점포를 검사하는 제도도 시행했다. 이때 등장한 말이 ‘고 겜바’(Go! GEMBA)다. 겜바(GEMBA)는 일본어 ‘현장’(現場)을 영어로 표기한 것. 영어와 일본어를 조합한 ‘고 겜바’는 현장에 가라는 의미다. 카사노바 CEO의 말을 들어본다. 

<나는‘Go! GEMBA’라는 말을 즐겨 사용합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면 먼저 현장으로 가세요”라고 직원들에게 지시합니다. 나 자신도 현장에 가죠. 문제가 없어도 가능한 한 현장에 갑니다.>(멘트 스타일닛케이 인용)

“맥도날드는 ‘해피 플레이스’(Happy Place) 입니다"
카사노바 CEO는 위기를 돌파, 2019년 3월 대표이사 회장으로 승진했고, 2021년 3월에는 홀딩스 회장에 올랐다. 그런 그는 맥도날드라는 공간이 ‘해피 플레이스’(Happy Place)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맥도날드는 ‘해피 플레이스’이어야 합니다. 고객들이 항상 “맛있다” “먹고 싶다”라고 생각해 주는 장소면 좋겠지요. 직원들 또한 “맥도날드에서 일하는 것이 즐겁다”라고 느끼게 하고 싶어요.> 

카사노바 회장은 어려서부터 골수 맥도날드 팬이었다. 다음은 맥도날드에 얽힌 그의 추억담이다. 

<어린 시절 살던 캐나다의 작은 마을에선 차로 1시간 나가야 맥도날드를 먹을 수 있었습니다. 나는 ‘빅맥’이 먹고 싶었지만 언제나 아버지는 “넌 아직 어려서 안된다”고 했어요. 하지만 열 살이 된 어느 날, 아버지와 함께 빅맥을 먹었을 땐 어른이 된 기분이었습니다.> 

맥도날드 ‘찐사랑’은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계속됐다고 한다. 

<고교 시절 수영 선수였는데, 운동 후엔 항상 팀 동료들과 맥도날드에 갔습니다. 취직할 때 입사하고 싶은 곳은 맥도날드뿐이었습니다. 지금도 맥도날드와 인연을 맺고 있는 것은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멘트는 경제매체 다이아몬드 인용)

실적 부진에서 서서히 V자 회복...코로나에도 ‘선방’
일본맥도날드는 실적 부진과 2014년 위기를 겪은 이후, 서서히 V자 회복을 이뤄냈다. 그 결과 코로나 사태로 대부분의 외식 산업이 고전하는 가운데, 일본맥도날드만은 놀라운 실적을 기록했다. 일본맥도날드가 2월 발표한 2020년 12월기 결산에 따르면, 영업이익은 312억 9000만엔으로, 전년 동기보다 11.7%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런 선전에 대해 카사노바 회장의 경영 수완을 언급하는 분위기다. 오늘날 일본 기업들의 성장엔 카사노바 회장이 강조한 ‘겜바(現場) 정신’이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정희선 재팬올 일본대표>
-인디애나대 켈리 비즈니스 스쿨(Kelly School of Business) MBA
-글로벌 경영컨설팅사 L.E.K 도쿄 지사 근무
-현재 도쿄 거주. 일본 산업, 기업 분석 애널리스트
-‘라이프 스타일 판매중’ ‘불황의 시대, 일본 기업에 취업하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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