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유대계 이 남자
코로나 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유대계 이 남자
  • 에디터 이재우
  • 승인 2021.04.22 17: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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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 그룹 앨버트 불라(Albert Bourla) 회장 겸 CEO. photo=화이자 트위터, 페이스북.

"장관말고 총리가 직접 나서라”
앨버트 불라(Albert Bourla·60) 화이자 CEO가 일본 정부를 머쓱하게 만든 멘트다. 후생노동성과 고노 다로 행정개혁 담당상이 화이자 백신 도입에 나서자, 앨버트 불라 CEO는 일본 정부를 향해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직접 오라”고 큰소리쳤다. 
총리 관저는 총리가 직접 나서는 모양새가 좋지 않다며 신중론을 폈지만, 스가 총리는 미국을 방문하던 지난 17일, 불라 CEO와 전화통화를 하고 백신 추가분 도입을 성사시켰다. 경제대국 일본의 총리가 제약사 CEO에게 머리를 조아린 셈이다. 
코로나 시대, 앨버트 불라 화이자 CEO가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이라는 걸 보여준 한 사례다. 전 세계 백신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앨버트 불라는 유대계다. 우리 정부가 화이자 백신을 더 추가적으로 확보하려면 유대계 인맥을 활용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이유를 짚어봤다.<에디터 이재우>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앨버트 불라의 부모
“독일군이 그리스를 침공했을 때 약 5만 명의 유대인이 이 도시에 살고 있었습니다. 전쟁이 끝날 무렵엔 2000명 만 살아 남았습니다. 운 좋게도 내 부모님은 그 속에 포함됐습니다.”
“When the Germans invaded Greece, there were approximately 50,000 Jews living in the city. By the end of the war, only 2,000 had survived. Lucky for me, both of my parents were among the 2,000.”(그리스 관련 매체 파파스포스트)

미국 화이자그룹의 회장 겸 CEO 앨버트 불라는 그리스인이다. 1961년 그리스 북부 도시 테살로니키(Thessaloniki)에서 태어난 그는 유대계 후손이다. 정확하게는 500여년 전 종교박해를 피해 스페인을 떠난 세파르디(Sephardic) 유대인. 오늘날 대부분의 그리스 유대인들은 ‘세파르디’계에 속한다. 

지금으로부터 529년 전인 1492년. 스페인에서 종교 재판이 있었다. 가톨릭 신자였던 이사벨 1세 여왕이 개종을 거부하는 유대인과 이슬람인들을 강제로 추방했다. 당시 스페인에는 20만명의 유대인이 살았다고 전해진다. 쫓겨난 세파르디 유대인들은 새로운 터전을 찾아 그리스를 비롯해 팔레스타인, 터키, 라틴아메리카로 흩어져 정착했다. 

스페인에서 쫓겨난 세파르디 유대계 후손
그리스 테살로니키에 정착한 일부 세파르디 유대인들은 한때 번성한 공동체를 형성했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에 점령 당하면서 홀로코스트(대량학살) 현장으로 변했다. 5만 명 유대인 중 겨우 2000명 만 목숨을 건졌고, 불라 CEO의 부모도 기적적으로 살아 남았다.

불라의 아버지는 한때 미국 이민을 꿈꿨지만 테살로니키에 머물면서 가정을 꾸렸다. 테살로니키에서 성장한 불라는 아리스토텔레스대에서 수의학을 공부했다. 그는 2개의 박사 학위(수의학과 바이오테크놀로지)를 갖고 있다. 

화이자 입사 26년 만인 2019년 CEO에 올라
당초 그는 학교에서 경력을 더 쌓을 생각이었다. 그러던 1993년 화이자에서 ‘콜’이 왔다. 화이자의 아테네 ‘동물 보건 부문’(Animal Health Division)에서 일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이었다. “나는 테살로니키를 사랑했고, 그곳이 내겐 세상의 중심이었기에 아테네로 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수도 아테네에서 그는 제약산업 경력을 쌓아갔고, 유럽의 여러 도시를 거쳐 2001년 화이자 본사가 있는 뉴욕에 입성했다. 이후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태평양 담당 사장 △글로벌 백신 부문 대표 등을 지냈다. 2018년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승진했고, 2019년 1월엔 회장 겸 CEO에 올랐다. 코로나가 창궐하자 독일 회사 BioNTech와 함께 서둘러 백신을 개발, 전 세계 백신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스라엘 총리 “불라는 이스라엘의 위대한 친구”
앨버트 불라의 경우는 유대계 파워의 작은 사례에 불과하다. 백신 접종 선도국가인 이스라엘의 ‘일상 복귀’ 배경엔 앨버트 불라와의 관계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지난 1월, 이스라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의미심장한 멘트를 전했다.

“테살로니키의 유대 후손인 화이자 CEO 앨버트 불라는 ‘이스라엘의 위대한 친구’이다. (Pfizer CEO Albert Bourla, a descendant of a Jewish family from Thessaloniki, is "a great friend" of Isra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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