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책/ 시인 윤재영이 들려주는 ‘그리스 신화’
새 책/ 시인 윤재영이 들려주는 ‘그리스 신화’
  • 에디터 이재우
  • 승인 2021.06.09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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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기행 에세이 『그리스 신화와 사랑 이야기』를 들고 한국을 찾은  윤재영 전 샘포드대 교수.

6월 5일 늦은 오후, 강원도 춘천 구봉산 카페거리에 있는 야외카페 라타르타. 수줍은 소녀처럼 커피를 마시는 한 중년의 여인과 마주 앉았다. 미국에서 30년 째 살고 있는 윤재영(63) 전 샘포드대(앨라배마주 버밍햄시) 교수다. 

소설가 이외수의 오랜 벗인 최돈선 시인(춘천시문화재단 이사장)의 평이 틀린 말은 아니었다. “선량한 외모에 차분하고 분명한 말씨, 어느 것 하나 흐트러짐 없는 태도에서 그의 성품이 조용히 드러난다.” 윤 전 교수와 몇 마디 주고 받아보니 딱 그러했다. 

윤재영 전 교수와 마주 앉은 춘천의 야외카페

춘천 출신의 윤재영 전 교수는 매년 책을 한 권씩 들고 고향을 찾아온다. 마치 태어난 곳으로 회귀하는 연어처럼. 코로나 상황이 심각한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윤 전 교수는 최근 『그리스 신화와 사랑 이야기』(비가람)라는 제목의 에세이를 출간했다. 지난해 펴낸 기행에세이 ‘그리스 유적지를 돌아보며’의 완결편인 셈이다. 

윤 전 교수는 미국인 남편과 함께 미 남부 앨라바마주 버밍햄에 살고 있다. 마거릿 미첼의 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중심 무대인 애틀랜타(조지아주)와 바로 이웃한 곳이다. 영화 ‘미나리’ 이야기부터 물어 보았다. 

“교민 사회의 모든 분들이 봤을 겁니다. 정말 가슴 뭉클했죠. 제가 15년 동안 교수로 일했던 버밍햄 지역은 미국에서 상당히 보수적인 곳입니다. 여전히 인종차별이 존재하는 곳이죠. 교수 임용 당시엔 수강생들과 교수들이 전부 백인들뿐이었지요. 그러니 ‘미나리’의 영화적 정서가 제가 더 다가왔을 겁니다.”

윤 전 교수는 서른 셋에 퍼듀대에서 박사 학위(아동학)를 받고 교수 생활을 했으며, 비교적 최근까지 버밍햄 한글학교 교장을 지냈다. 그는 여러 권의 시집을 낸 시인이며, 수필가로서 교민 사회에 널리 알려져 있다. 이번 책 출간에 대해 “최근 몇 해 동안 그리스 신화 속에 파묻혀 살았다”며 “어려운 신화, 역사 이야기를 일반인도 쉽게 읽고 접근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리스 신화와 사랑 이야기』엔 여성의 관점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윤 전 교수가 사는 버밍햄도 책의 한 챕터에 녹아 있다. 버밍햄에는 대장장이 불의 신 헤파이스토스(Hephaistus) 철 조각상이 있다고 한다. 

윤 전 교수는 “높이 17미터, 무게 15톤으로 1904년 세인트 루이스에서 열린 세계박람회에서 버밍햄 철광소의 위상을 알리기 위해 만들어져 전시된 것이 1938년에 다시 버밍햄으로 돌아와 시가지를 바라보고 있다”고 했다. 

추남 헤파이스토스는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와 강제결혼하게 되는데, 이 미녀와 야수의 ‘잘못된 만남’에 대한 저자의 해석은 어떨까. 흥미로운 독자라면 그 챕터를 한번 들춰보기 바란다. 

카페의 야외 장식물 너머 춘천의 해가 넘어가고 있다

시인, 수필가, 전 교수, 여러 직함을 가진 그와 짧은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해가 넘어가고 있었다. 카페의 트리 모양 얼굴 장식물 안에 일몰이 걸렸다. “매년 오는 고향이지만 여긴 또 다른 느낌의 춘천이군요.” <에디터 이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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