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쿠시마 방문기④/ 그곳의 행복한 사람들
야쿠시마 방문기④/ 그곳의 행복한 사람들
  • 에디터 이재우
  • 승인 2018.09.17 1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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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이오 감독이 묵은 민박집의 여주인 이와카와 야스코씨
미야자키 하이오 감독이 묵은 민박집의 여주인 이와카와 야스코씨

 

<3편에서 계속>

야쿠시마 여행에서 건진 또 다른 재미는 현지에 정착한 한국여성 두 명을 만난 일이다. ‘풋고추’라는 간판을 달고 민박 겸 식당을 하는 부산 출신의 아줌마 김모씨와 모스버그에서 일하는 김모씨였다.

‘풋고추’는 부부가 함께 운영한다. 가게를 방문하던 날, 일본인 남편은 부지런히 음식을 만들어 내왔다. 가게의 메뉴는 모두 한국 음식들이다. 한국에서 먹던 맛 그대로. 부산 아줌마 김씨는 상당히 유쾌하고 재미있는 분이었다.

여행 중 어느 날, 점심을 놓쳐 오후 2시쯤 안보강 다리 근처에 있는 모스버그에 들어갔다. 일본어 억양이 이상한지 “한국분이시죠”라고 물었다. “그렇다”고 하니 자신도 한국여성이라고 했다. 더없이 반가웠다. 이 여성은 “도쿄 경시청에서 일하던 남편이 퇴직해 야쿠시마로 내려오게 됐다”고 말했다. 공교롭게 두 김씨 아줌마들이 최근에야 서로의 존재를 알았다고 한다.

애니메이션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묵었던 민박집 여주인(오카미상)과의 짧은 만남도 인상적이었다. 여주인의 이름은 이와카와 야스코씨. 민박집 위치는 안보강 인근. 민박집 이름은 ‘스이메이소우’. 이 민박집에 직접 숙박을 하지는 않았지만 현지인 소개로 여주인을 만날 수 있었다. 현관에 들어서자 하야오 감독이 이와카와씨의 세 아들에게 그려줬다는 캐리커쳐들이 피아노 위에 나란히 놓여 있었다.

이 민박집에서 하야오 감독은 애니메이션 ‘원령공주’(모노노케히메)를 구상했고, 영화 개봉 이후엔 또 한번 찾아와 여독을 풀었다고 한다. 이와카와씨는 그런 인연을 소개하면서 “남편이 만들었다”며 작은 열쇠고리를 선물로 줬다.

센삐로다키 폭포 근처에는 작은 기념품을 만들어 파는 한 프랑스 노신사가 있다. 그 역시 흥미로운 사람이었다. 도쿄에서 야쿠시마로 와서 산지가 벌써 십 여년이 넘었다고 했다. 일본어를 너무 유창하게 구사해 적잖이 놀랐다.

안보강 다리 근처에 있는 카페 ‘니나’의 젊은 주인장도 좋았다. 직접 낚시를 해서 잡아온 고기들을 사시미로 내준다. 지인과 함께 들렀는데, 야쿠시마산 게찜은 유달리 맛있었다. 야쿠시마 특산품인 미다케 소주를 곁들여 잠시 여흥을 즐겼다.

아 참, 3일 밤을 묵고 자동차까지 빌려준 민박집 ‘야쿠스기소우’의 여사장님도 잊을 수 없다. 푸근한 인상의 여장부 스타일이다. ‘야쿠스기소우’는 미야노우라다케 마을 강가에 있다. 테라스에서 내려다 보면, 높은 산을 타고 강에 내려 앉는 저녁 노을이 정말 장관이다.

지난 여름 두 차례 야쿠시마를 다녀왔다. 그 결과물인 4편의 야쿠시마 연재를 이제 마무리한다. 여전히 내 눈엔 '푸른 이끼의 섬'이 아른거린다. 다시 그곳에 갈 수 있을까. 끝.   <에디터 이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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