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 미국 리포트/ 머나 먼 한식의 세계화
생생 미국 리포트/ 머나 먼 한식의 세계화
  • 이훈구 작가
  • 승인 2021.06.16 1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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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LA=이훈구 작가(재팬올 미국대표)> 100% 필자의 경험담이다. 미국이라고 다 똑같은 미국이 아니기에 강조한다. 사우스캐럴라이나 시절 나는 5년 만에 등장한 한국인이었다. 스팔탄버그(Spartanburg) 카운티는 BMW 공장이 있지만 그 주변은 미국에서 아주 유명한 복숭아 과수원들로 가득한 전원지대다. 이 작은 도시와 주변 도시를 통틀어 중국식당은 유명한 프랜차이즈인 ‘PANDA’, ‘SUN KING’이라는 상호의 뷔페를 비롯해 5개 이상 영업을 하고 있다. 
일본음식점은 3개가 있었는데 ‘사쿠라’라는 식당은 주로 히바치(Hibachi) 요리를, ‘곤니찌와’는 도시락(LUNCH BOX), ‘후지’는 일본식 라멘 전문점이었다. 그런데 한국 식당은 왕복 3시간은 족히 희생해야 하는 먼 거리에 있었다. 따라서 6개월은 한식 없이 지냈다. 
식재료도 구하기 힘든 마당에 한식은 사치였고 유일하게 월마트에서 파는 신라면이 한식의 범주에 들었다. 어느 날 나는 한식에 대한 그리움으로 그 먼 거리를 달려가 김치찌개와 제육볶음을 사왔다. 숙소로 복귀하는 내내 차 안 가득 한국 음식의 향기는 나를 행복하게 해 주었다. 그리고 감격을 하며 맛있게 먹었다. 그러나 그 이후 며칠 동안 일어난 소동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음식 냄새’에 대한 미국인들의 과민반응 때문이었다. 그렇다. 오늘은 멀고도 험한 한식의 세계화 이야기를 꺼내려고 한다.

▲미국생활 ‘수칙 1호’는 냄새 조심!
미국은 다인종 국가다. 그러다 보니 온갖 사람의 몸 냄새가 존재한다. 이건 ‘인종차별’이 결코 아니다. 한여름 엘리베이터 같은 폐쇄된 공간이나 차 안에 흑인들과 타보라. 글로 표현하기 힘든 향기로 인해 비호감 수치가 높아진다. 그런데 그들 역시 우리네 동양인들의 몸 냄새를 좋아하지 않는다. 이른바 ‘마늘 냄새’가 난다고 한다. 

물론 잘 씻지 않는 문화를 갖고 있는 히스패닉들과 흑인들은 예외이지만 미국에서는 반드시 외출 전 샤워와 가글이 필수이며 한국인들은 특유의 음식 냄새로 인해 종종 푸대접을 받는다. 70~80년대 아파트에서 ‘된장찌개’나 ‘청국장’을 끓였다가 경찰에 신고를 당했다는 이야기는 사실이다. 

이따금 걸쭉한 한국 음식을 먹고 공항에 픽업이라도 가게 되면 향수를 뿌리고 페브리즈를 뿌렸음에도 주변에 사람들이 모이지 않는다. 한국 음식만이 가지고 있는 냄새의 지속성 때문이다. 오래도록 옷과 몸에 배어있다. 때문에 냄새에 민감한 미국인들은 이러한 한식의 강렬함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따라서 유투브 등에 올라온 동영상들을 보면 “맛은 좋은데 냄새가 오래 간다”는 반응이 많이 등장한다. 한식은 전 세계 어떤 음식보다도 냄새가 강렬하며 특히 마늘 냄새가 강한 것이 특징이다. 

로스앤젤레스 인근 컬버시티의 비비고 매장

▲특유의 반찬 문화
한식의 세계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컬러풀(colorful) 한 ‘반찬’에 있다. 유일하게 반찬을 여러 가지 함께 주는 음식문화를 갖고 있는 탓에 가격경쟁력에서 크게 뒤떨어진다. 예를 들어 중국식 볶음밥이나 일본식 스시(壽司), 롤 등은 매우 저렴하고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메뉴다. 

그 이유는 반찬을 안 주기 때문인데 볶음밥에는 의례 간장과 칠리소스 정도만 준다. 일본 음식도 마찬가지인데 와사비를 추가로 받을 뿐이다. 이탈리아 파스타 역시 올리브 피클 혹은 오이 피클이 전부고 중남미 음식들은 아예 없거나 아주 매콤한 할라피뇨 피클 혹은 노란색에 아주 작지만 매운 고추인 칠리페퍼(Chili pepper)를 줄 뿐이다. 

따라서 중국식 볶음밥의 경우 야채, 소고기, 해산물 등 여러 가지 타이틀이 붙기는 하지만 ‘질보다 양’이다. 간장에 볶은 ‘밥’만 많이 들어 있다. 베트남, 태국 음식들 역시 최근에 인기가 높지만 별다른 반찬은 없다. 햄버거 역시 프렌치 프라이(French Fries)가 일종의 반찬이고 소다(soda, 탄산음료)나 커피, 물이 전부다. 그런데 한식은 반찬을 동반한다. 때문에 한국 음식은 상대적으로 비싸고 복잡하다. 태생적 한계로 인해 가격경쟁력에서 우선 밀리는 셈이다. 

물론 비비고(Bibigo)의 경우 이를 의식하여 10달러 미만 메뉴들을 다수 출시했다. 그러나 미국처럼 텍스(tax)에 팁(tip)까지 줘야 하는 나라에서는 치명적인 약점이다. 심지어 코리아타운의 경우 한국의 연예인들이 식당을 개업했었던 경우가 많았는데 ‘강호동의 백정’이나 백종원의 홍콩반점 등을 제외하고 대부분 가격 때문에 철수했다. 한국음식 값이 월등히 비싼 것이 주원인으로 지목된다.

미국 마트의 김치
미국 마트의 코리안 비비큐 소스

▲무조건 맵다?
한국 음식의 치명적 약점은 맵다는 점이다. 오리지널 미국 음식은 딱 2가지 맛이 존재 하는데 무조건 달거나 짜다. 기후 탓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그렇다. 따라서 커피(아메리카노)나 소다를 함께 먹게 될수밖에 없다. 한국인들의 입맛에는 ‘느끼’하거나 너무 달기 때문에 얼큰한 국물이 있는 한국 음식을 찾게 마련이다. 

문제는 한국인들은 ‘시원하다’고 느끼는 이 맛이 현지인들에게는 가혹하다는 점이다. 필자의 대학 시절 미국인 교환교수가 왔었는데 우리들이 매운 국물을 먹거나 온탕에 몸을 담그며 ‘시원하다’는 말을 쓰는 것에 대해 상당히 의아해했다. 혹독하게 맵고 뜨거운데 ‘시원하다’니. 미국 내 퓨전 한국음식점들만 하더라도 ‘HOT’, ‘SPICY’ 같은 단어들이 들어간 메뉴가 월등히 많고 보기만 해도 매워 보인다. 

이러한 문제점을 한국에서도 잘 알고 있다. 때문에 한국에서 파는 ‘신라면’과 이곳에서 파는 ‘신라면’의 수프 맛은 다르다. 물론 미국인들도 매운 음식에 적응을 하면 되지 않겠는가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유투버들이 ‘불닭볶음면’을 먹으며 우는 모습이 재미있을지는 몰라도 두 번 다시 못 먹겠다는 것이 그들의 입장이기에 일단 매운맛을 중화시켜야 기대를 갖고 도전한다. 때문에 항상 미국인들에게 부동의 1위의 한국 음식은 ‘비빔밥’(Bowl)이다. 여러 종류의 비빔밥이 등장하며 한국처럼 고추장만 소스로 고집하지 않는다. 이를 참고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비비고의 불고기 비빔밥에 대한 음식평. 달랑 2건이다. 

▲접근성과 대중화의 과제
수많은 유투버들이 외국인들의 한식 체험기를 올리면서 ‘맛에 반했다’고 말한다. 그 말이 틀린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흥미를 갖고 주변에서 한국 음식을 접해 보려고 해도 우선 ‘식당’이 없다. 또한 한국인이 드문 지역에서는 전문적인 쿠커들이 아닌 분들이 한식점을 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만약 한국인들이 그 식당들의 음식을 맛보게 된다면 대단히 실망하게 될 것이다. 필자 역시 한번은 눈물 나게 맛있게 먹었지만 다음에 다시 그 식당에서 몇 가지 음식을 투고(to go)해 온 후에는 가지 않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 미국인들에게 한식은 생소하면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외국 음식일 뿐이다. 한국인들에게는 소울푸드일지 몰라도 적어도 외국인들에게는 그렇다는 것이다. 

우선 그들은 씹는 순간의 ‘식감’이나 맵고 뜨거운 국물 그리고 종류는 다양하지만 어떤 걸 먼저 먹어야 할지 생소한 반찬 문화에 적응해야 한다. 고기를 ‘비싼’ 야채에 싸 먹는 문화 역시 번거롭고 생소하며 마늘 향의 후유증에 괴로워한다. 코리아타운의 정육점들은 이를 감안하여 ‘파절이’를 종종 서비스한다.

미국인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한국음식 비빔밥

▲에필로그
CNN 등의 보도로 인해 한국인들은 ‘개고기 수프’(Dog soup)를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잊을 만하면 한 번씩 개고기를 몰래 먹다가 한인들이 신고를 당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이민의 역사가 길어지면서 점차 2세 3세들은 전통적인 한국 음식을 먹지 않게 되었다. 따라서 교포들의 가정에는 서양식과 한식 두 가지를 따로 만들어 먹는 케이스들이 늘고 있다. 2세 3세들은 된장, 고추장을 잘 먹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김치를 반찬으로 챙긴다는 식습관도 없다. 그나마 한식이 BTS 등 한류의 인기와 동반 상승할 기회마저 펜데믹으로 인해 상실되면서 코리아타운을 제외한 지역들의 한국식당들이 많이 문을 닫아 접할 기회도 줄어들었다. 다만 미국인들은 여전히 한국식으로 ‘구워 먹는’ 음식에 대해서 매우 흥미를 갖고 있으며 BBQ 소스에 대한 호감도는 여전하기에 코리아타운의 음식점들 역시 그러한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 그 특징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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