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 미국 리포트 / 불꽃놀이로 얼룩진 독립기념일
생생 미국 리포트 / 불꽃놀이로 얼룩진 독립기념일
  • 이훈구 작가
  • 승인 2021.07.06 13: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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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랜드의 불꽃놀이

<미국 LA=이훈구 작가(재팬올 미국대표)> 올해도 어김 없이 미국의 독립 기념일(Independence Day/7월 4일)이 돌아왔다. 그러나 올해 독립기념일은 작년의 그것과는 달랐다. 펜데믹으로 인하여 외부 출입이 전면금지 되어 있었으나 백신 접종의 확산으로 지난 6월 15일부로 마스크 쓰기 등이 완화된 까닭에 억눌렸던 욕구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광란’의 독립기념일이었다는 평가가 나온 것이다. 

L.A 타임즈의 헤드라인 기사 제목이 ‘Making up for our lost year: THE guide to the best Fourth of July-and summer-ever’(잃어버린 한 해를 만회하기 : 역대 최고의 7월 4일과 여름을 위한 가이드)였을 정도이니 미국인들이 얼마나 2021년 독립기념일 연휴를 손꼽아 기다려왔는지를 예측할 것이다. 

공항마다 북적인 것은 물론이고 독립기념일 전통인 ‘불꽃놀이’(FIRE WORKS)에 모든 초점이 맞춰졌다. 미국인들은 독립기념일 불꽃놀이에 목숨 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 지역마다 랜드마크 건물에서 형형색색의 불꽃놀이쇼를 선사하는데 문제는 그 정도가 너무 심하다 보니 후유증도 심각해서 ‘불꽃놀이 퇴출론’이 해마다 등장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독립기념일 불꽃놀이의 유래
독립기념일 불꽃놀이는 어디에서 유래 되었을까? 토머스 제퍼슨과 함께 독립선언문 작성에 참여했고 미국의 초대 부통령, 2대 대통령을 역임한 존 애덤스(John Adams)가 채택 전날인 1776년 7월 3일 부인 애비게일(Abigail)에게 보낸 편지가 그 시초로 보고 있다. 사실 독립선언문이 토머스 제퍼슨(Thomas Jefferson), 존 애덤스, 벤자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 등 소위 ‘미국 건국의 아버지’(Founding Fathers of the United States) 들에 의해 서명된 7월 4일을 독립기념일로 인정하고 있지만 실제 의회의원들의 서명은 한참 뒤인 8월 2일까지 계속되었다. 

독립기념일 불꽃놀이는 존 애담스가 부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출발했다고 알려져 있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13개 주가 독립선언문을 채택하기로 한 것은 기정 사실이었기에 애덤스는 아내에게 그 기쁨을 편지로 전했다고 한다. 내용은 “이날은 전능하신 하나님께 엄숙한 헌신의 행위로 구원의 날로 기념되어야 한다. 또한 후손들에게 위대한 축일로 기념될 것이라고 믿는다”면서 “이것은 가두행진, 쇼와 게임, 스포츠, 총과 종, 이 대륙의 끝에서 다른 끝까지 지금으로부터 영원히 빛나는 모닥불과 빛 등으로 엄숙하게 거행되어야 한다”였다. 

▲기념문화로 자리 잡다
필라델피아 인디펜던스 홀에 모인 13개 식민지 대표가 미국 독립선언문을 채택한 후 펜실베이니아주와 뉴저지주의 일부 민병대는 7월 8일 독립선언문 채택을 축하하며 불꽃놀이를 했다. 그러나 공식적인 독립기념일 축하 불꽃놀이는 1777년 7월 4일 필라델피아와 보스턴에서 열렸고 그 이후로 전국적으로 퍼져나갔다. 

물론 불꽃을 처음 개발한 건 중국이었고 유럽에 전파한 것은 몽골이었다. 이미 유럽 화약제조의 주 생산지인 이탈리아 피렌체 등에서 이미 14세기부터 불꽃놀이를 즐겼고 16세기 영국에서 헨리 8세(Henry VIII)가 템즈 강가에서 왕실 군대의 불꽃 기술자 선발을 위한 불꽃놀이를 즐겼다는 기록이 있다. 17세기에는 폴란드, 스웨덴, 덴마크 등에 이미 불꽃놀이 학교가 설립될 정도였으니 신대륙이라고 예외는 아니었을 것이다. 물론 1800년경 프랑스 화학자인 클로드 베르톨레(Claude Louis Berthollet)가 형형색색의 불꽃을 개발하기 전까지는 노란색이 전부였지만 불꽃놀이는 하나의 기념문화였던 셈이다.

▲2021년 불꽃놀이는?
독립기념일 불꽃놀이답게 주제를 정하는 것이 그 특징인데 작년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모어산에서 이례적으로 불꽃놀이를 하기도 했다. 러시모어산은 조지 워싱턴(George Washington), 토머스 제퍼슨(Thomas Jefferson), 에이브러험 링컨(Abraham Lincoln), 시어도어 루즈벨트(Theodore Roosevelt) 등 전직 대통령 4명의 얼굴 동상이 있는 곳이다. 

아무래도 흑인폭동과 역사논쟁이 치열하게 벌어진 만큼 그에 대한 ‘바로잡기’ 성격이 강했다. 흑인들과 인디언들은 러시모어산을 ‘백인우월주의’의 상징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4명중 링컨을 제외하고는 모두 노예제에 호의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올해 불꽃놀이의 주제는 정치색을 띄지 않았다. “Celebrating America’s Perseverance”. 즉 “미국의 인내를 기념하자”로 정한 것이다. 

지난 팬데믹 기간 동안 힘들게 참아왔던 미국인들의 심정을 헤아린 주제이며 이 위기 속에서 싸워 준 근로자나 의료종사자 등의 노고에 감사하는 뜻을 전하자는 차원에서 정한 것이다. 그래서 곳곳에 ‘Countdown To AmericaFest 2021’라는 현수막이 내걸리고 대량의 불꽃이 준비되었다. 미국의 건국과 함께 코로나19 바이러스로부터의 독립을 함께 축하하겠다는 취지로 열렸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에 대한 논란을 낳기도 했다. 이곳 로스앤젤레스의 할리웃 볼(HOLLYWOOD BOWL)은 로즈 보울(ROSE BOWL)과 함께 불꽃놀이의 명소로 꼽히는데 올해는 그룹 쿨 앤 더 갱(Kool & the Gang)의 화려한 공연으로 갈채를 받았다.

 

불꽃용품 납품과 관련해 흑인업체를 배체했다면서 워싱턴 DC에서 항의하는 흑인들
뉴욕 브룩클린의 흑인들이 벌이는 불꽃놀이

▲불법이냐 합법이냐
그러나 7월 4일이라고 미국 전역이 불꽃놀이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개인 불꽃놀이에 관하여 엄격한 규정을 두고 단속하고 있다. 이곳 캘리포니아만 해도 심각한 가뭄을 겪고 있다. 따라서 개인들의 무분별한 불꽃놀이는 초대형 화재(산불)로 번질 수 있다. 이곳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각 도시, 카운티마다 그에 관해 다른 규정을 적용하고 있으며 일부 지역의 경우에만 개인적인 불꽃놀이가 허용된다. 

특히 로스앤젤레스(LA)시는 개인이 불꽃놀이를 벌이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다. 불꽃놀이 기구, 폭죽을 사는 것도 지역마다 법이 다르기 때문에 사실상 혼돈될 수 있고 비록 합법적으로 폭죽을 구입했지만 불꽃놀이가 금지된 곳에 가서 터뜨리면 역시 법을 위반하게 된다. 만일 적발되면, 벌금은 최대 천 달러에 달할 수 있기 때문에 되도록 개인 불꽃놀이를 벌이지 말고 공식적으로 열리는 불꽃놀이 쇼에 참석해 줄 것을 당부하였다. 

그러나 역시 흑인들은 이를 무시하는 것이 곧 그들의 진정한 ‘독립’(백인우월주의에 대한)이라고 여기기에 골목 곳곳에서 게릴라식으로 불꽃을 터뜨리고 도망가기도 했다. 그리고 한편에서는 워싱턴 D.C에서 흑인들의 항의 시위가 열렸는데 불꽃놀이 업체 선정 과정에서 흑인들을 차별하고 있다는 것이 골자다. 이런 광경들을 보노라면 인종차별을 떠나서 과도한 요구를 흑인들이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대규모 불꽃놀이에 따른 대기오염 경보

▲불꽃놀이 후유증
한편 독립기념일 불꽃놀이에 의한 대기 오염이 심각해지자 미국 전역이 관련 주의보를 발령했다. 특히 남부 해안 대기질 관리국(SCAQMD)은 관할 지역의 대기 질이 매우 나쁘다며 일대 ‘미립자 주의보’를 발령했다. 관리국에 따르면 이 지역의 대기 오염은 ‘건강에 매우 나쁨’(Very Unhealthy) 수준으로 치달을 수 있다. 미립자 호흡은 심장마비를 비롯해 천식 증상 악화, 폐 기능 저하, 호흡 곤란, 심장이나 폐 질환 환자의 조기 사망 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화상 위험에 대해서도 경고하고 있다. 실제로 수많은 사람들이 화상을 당하거나 심지어 차량에 옮겨 붙어 사고가 나기도 한다. 

폭격 맞은 것 같은 로스앤젤레스의 하늘. 마치 공습 광경과도 비슷해보인다.
사우스 LA에서 불법 폭죽 폭발로 17명이 다쳤다.

올해도 사우스 LA에서 불법 폭죽 폭발로 17명을 부상하게 한 남성이 기소되었다. 불법 폭죽이 폭발해 경찰을 비롯한 17명이 부상한 사고인데 범인 아르투로 세자(Arturo Ceja)는 수 톤의 폭발물을 불법으로 수송한 혐의 등으로 기소되었으며 이를 경찰이 압수해 해체하는 상황에서 폭발을 일으킨 것이다. 주류, 담배, 화기 단속국 ‘ATF’는 세자가 뒷 뜰에 3만 2천여 파운드의 불법 폭죽을 더 보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 밖에도 독립기념일 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게 바비큐(BBQ) 구이인데 요리하지 않은 Ground beef, 즉 스테이크용 소고기 가격이 급등하였으며 덩달아 맥주와 집에서 마시는 주류, 돼지고기, 알코올이 함유되지 않은 음료와 베이컨 값이 폭등하여 “장보기가 무섭다”말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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