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진의 SriLanka Talk/ ‘스리랑카의 음식정신’ 카레
김성진의 SriLanka Talk/ ‘스리랑카의 음식정신’ 카레
  • 김성진 작가
  • 승인 2021.07.26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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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카레를 베이스로 한 새우 카레. 맛이 상당이 좋고 안주로도 '강추'.

한때 ‘사장님 나빠요’라는 개그 코너의 멘트가 유행한 적 있다. 스리랑카 출신 이주노동자 블랑카(가상의 인물)를 내세워 이주노동자들이 겪는 차별을 개그로 꾸몄다. 당시 블랑카 역을 맡은 개그맨 정철규는 어디가든 진짜 스리랑카인으로 오해 아닌 오해를 받았다고 한다. ‘사장님 나빠요’ 이후 이주노동자들을 바라보는 한국인들의 시선이 제법 바뀌었지만, 그들(이주노동자)을 위해 오랫동안 일해 온 김성진(55) 작가의 눈에는 아직 미흡한 점이 많다. 스리랑카에 유학하고 현지에 거주하는 한국인 김성진 작가가 스리랑카의 사람, 풍경, 일상, 인권, 노동 환경 등 경험담을 '스리랑카 토크'(SriLanka Talk)라는 제목으로 기고한다. <편집자주>

코로나가 세상을 휘몰아치기 직전인 2020년 2월, 필자는 스리랑카를 떠나 한국에 잠시 들렀다. 그런데 대구지역에서 갑자기 코로나 감염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예기치 않게 거의 1년을 한국에서 지내게 되었다. 이미 거처(居處)를 스리랑카로 옮긴 터라 막막하기 그지없었다. 

그렇게 팔순 노모와 함께 지내는 어중간한 한국 생활이 시작되었다. 그때는 금방이라도 한국을 떠날 수도 있는 상황. 가족과 지인 등 모두가 오랜만에 만난 나를 위해 지극한 환대와 정성을 보여주었다. 이루 말할 수 없이 황송할 지경이었다. 

한국인의 대접이 으레 그렇듯이 돼지고기며 쇠고기, 닭고기, 생선회 등을 원 없이 먹게 해주었다. 외국에서 지내면서 그동안 한국 음식을 맘껏 먹지 못했을 거로 생각한 배려일 터이니 그저 고마울 따름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스리랑카와 다른 섭생 환경을 맞이하면서 체중이 엄청나게 불어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아침마다 치루게 되는 화장실 ‘볼일’도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스리랑카 후추

스리랑카는 400년간 외세 지배받아
그럼, 다시 스리랑카 이야기로 들어간다. 스리랑카를 대표하는 음식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카레(커리) 라이스’이다. 일본사람들이 그들의 입맛에 맞게 브랜딩하여 마치 자기 나라의 음식처럼 지방마다 특색있는 조리법을 내놓기도 한 바로 그 음식이다. 돈가스, 고로케와 함께 일본의 조리법으로 변형시켜 만든 3대 양식 요리 중 하나로서 자리매김을 하였다. 한국에는 ‘오뚜기 카레’라는 간편식으로 그 풍미가 널리 알려진 음식이다. 

카레 라이스는 인도와 서남아시아 지역의 주된 음식인데, 그 나라에 자생하는 음식 재료에 맞추어 특색있게 발전해 왔다. 스리랑카의 경우 과거 400년 동안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의 식민지 시대를 거치면서 지배자들에 의해 그들의 정신과 문화가 스리랑카에 깊숙이 스며들 수밖에 없었다.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영향을 크게 끼쳤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스리랑카 사람들은 그 폭력적인 식민지화 과정에서도 그들의 언어와 전통 음식인 ‘카레’만은 굳건히 지켜왔다. 

흰(노란) 카레

색깔별로 골라 먹는 카레 
스리랑카 카레에는 흰색(노란색), 빨간색, 검은색 크게 세 가지 유형이 있다. 흰(노란) 카레는 순한 맛이 난다. 마늘, 생강, 덜 매운 고춧가루를 넣고 코코넛 밀크(열매의 즙)를 이용하여 걸쭉하게 만들기도 하고, 넉넉한 국물이 있게도 만든다. 여기에 각종 스리랑카의 전통 향신료를 첨가하여 맛을 더 한다. 빨간 카레는 많은 고춧가루를 넣어 맵싸한 맛을 기본으로 연출하고 마찬가지로 향신료를 더하는데, 특히 건조된 회향, 고수, 쿠민을 넣는다. 대체로 걸쭉한 모양이다. 

흰(노란)카레에 들어가는 식재료. 덜매운 고추와 줄기콩. 

검은 카레는 강황, 쿠민, 고춧가루와 검은 후추 등을 볶아서 내는데 그 매운 향이 코를 찔러 콧물이 나와 훌쩍대거나 잔기침을 유발한다. 보통 걸쭉하며 육류나 생선요리의 기본이 된다. 이것 또한 매우 매운 맛을 동반한다. 

스리랑카 사람들은 이웃, 가족과 음식을 나누는 것을 좋아해서 정해진 날짜와 장소에 초대하기도 하고 길을 가다가 우연히 마주친 친구나 이웃의 소매를 끌어 집으로 들이기도 한다. 한국의 정서와 비슷한 면도 있는데 ‘밥 먹었냐고’ 물어보는 것이 일상 인사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그래서 스리랑카 가정을 방문할 때 알아두면 좋은 몇 가지 팁을 독자들에게 알려 드린다. 

 

'부리아니'라고 하는 인도풍 카레요리.  귀한 손님을 위한 특별식이다. 파인애플도 같이 나오고 큼직한 닭고기도 한 덩어리 얹어준다.

초대 받은 집에 꽃 선물은 피해야
먼저 선물과 의복 예절. 초대 받은 집을 방문할 때는 꽃 선물은 피해야 한다. 꽃은 절이나 상갓집에서 망자(亡者)를 위로하는 용도로 쓰이기 때문이다. 방문하는 집이 이슬람교도일 경우, 술 또는 육류가 포함된 선물은 피해야 한다. 힌두교도에게는 가죽으로 만든 선물을 주면 큰 실례를 범하는 것이며, 선물을 주고받을 때는 지위 고하, 나이를 불문하고 양손으로 한다. 덧붙여 흰색 또는 검은색 옷을 입고 방문하는 것도 예의에 맞지 않다. 조문을 연상시켜서다. 

다음은 음식 예절. 스리랑카 사람들은 수저를 사용하지 않고 맨손으로 식사를 하는 데 꼭 오른손을 쓴다. 그리고 접시에 음식을 조금 남겨두고 뜸을 들이고 있으면 식사를 끝내겠다는 의도로 읽히고, 체면상 그릇을 싹싹 비우면 만면에 기쁜 웃음을 띠고 밥과 카레를 듬뿍 더 얹어 준다. 더 먹고 싶거나 배가 많이 고픈 것처럼 여겨서다. 아울러 술은 절대 강권해서는 안된다.  

음식을 먹고 났으니, 혹시 화장실 갈 일도 생길터. 스리랑카 화장실에는 화장지가 없고 조그만 물동이만 놓여 있는데 왼손은 이때 사용한다. 사용법은 알아서 상상하시길 바란다. 한국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문화지만 기회가 되면 한 번 경험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카투 아노다' 라고 불리는 과일. 바닐라와 바나나 맛이 나며 스리랑카 아무데나 자라는 흔한 과일이다..

건강한 주식 카레 먹으며 체중 줄어들어
이제 나는 스리랑카로 돌아와 다시 ‘스리랑카인’으로 지내고 있다. 한국에서 돌아온 지 한달 만에 15㎏ 정도 체중이 줄었다. 모두 ‘음식 덕’이다. △한국에서의 육류 식단과 지나친 음주에서 벗어나 비교적 건강한 음식인 카레를 주식으로 먹은 덕이며 △달기도 시큼하기도 한 열대과일을 맘껏 즐긴 덕이며 △수도꼭지에 그냥 입을 대고 들이켜도 괜찮은 깨끗한 물을 마신 덕이다.

지금 스리랑카는 우기가 지나고 건기로 접어들었다. 아침마다 눈부시고 넉넉한 햇살이 쏟아진다. 나는 여기서 조금은 느릿느릿하게 코로나 시대를 보내고 있다. 

→<김성진 작가는?>
△한국에서 이주노동자센터를 10년 간 운영했다. △2018년 스리랑카로 건너 와 페라데니아 대학(university of peradeniya) 대학원에서 사회학 전공,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스리랑카 수도 외곽의 호칸다라 사우스(Hokandara South)에 거주하고 있다. “인권, 노동뿐 아니라 스리랑카 문화에 대해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 기회가 되면 여기서 공부를 더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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