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진의 SriLanka Talk/ '꿈의 나라' 한국
김성진의 SriLanka Talk/ '꿈의 나라' 한국
  • 김성진 작가
  • 승인 2021.08.01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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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양의 섬나라 스리랑카는 해변 풍광이 특히나 멋지다. 다리로 연결된 섬에 절이 있다.(마하따라 지방)

스리랑카는 쌀농사를 주로 짓는 전통적인 농업 국가이다. 식민지 시대의 유물인 홍차를 차마 버리지 못하고 재배하고 있으며 계피와 각종 향신료를 생산한다. 관광자원도 풍부하다. 파도 타기를 할 수 있는 아름다운 해변이 있어서 서양사람들이 한철 쉬었다 가는 장소이며, 또 다양한 열대우림이 잘 보존되어 있고 야생동물을 훌륭하게 보호하여 사파리 관광을 즐길 수 있으며, 아울러 유서깊은 고대 불교의 유적지가 있는 신비한 매력을 가진 나라이기도 하다. 

30년간 지속된 종족 간 내전...깊은 상처는 여전히 남아
서양이나 다른 선진국에 비해 경제적으로 뒤처질 수밖에 없는 역사적인 배경(제국 식민지 지배를 받아 자원의 수탈을 당하고 민족 사이의 이간질을 경험한)을 가진 나라는 늘 그렇듯이 일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자리가 있다손 쳐도 임금도 넉넉하게 쳐주지 못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80~90년대 스리랑카의 일할 수 있는 젊은이들은 해외로 나가게 되는데 여자들은 중동의 가사도우미로 남자들은 외항선을 타거나 호텔, 레스토랑 같은 서비스 업종으로 진출하였다. 그런 탓에 지금도 스리랑카에는 호텔학교가 많다.

스리랑카의 아름다운 해변들

하지만 이런 생존 노력이 있었음에도 안타깝게 스리랑카에서는 타밀 반군과 정부군 사이에 거의 30년 동안 내전(이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내전은 과거, 제국의 식민주의의 산물이 아닌 그것이 없다)이 지속 되었다. 내전은 정치적인 불안정을 야기하고 나라를 타밀 반군의 점령지인 북동쪽과 정부군의 남서쪽으로 분열하게 하여 나라의 살림살이를 더욱 궁핍한 지경으로 내몰고 말았다. 엄청난 살육과 파괴를 거친 내전은 2009년 종결되었지만 서로 적대시 하였던 스리랑카 주요 민족인 싱할라족과 소수 타밀족간의 깊은 상처는 아직 치유되지 못하고 있다. 

타밀족 사람들

게다가 2019년 4월 부활절에 290명 이상의 사망자와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한 이슬람교도 과격분자들에 의한 폭탄테러는 외국 관광객의 발길을 끊어 주요 수입원이었던 관광산업조차 얼어붙게 하였다. 이후 갖은 노력으로 몸을 추스른 나라는 회복 일로에 들어서는가 싶었는데, 곧이어 근세 인류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프랑스의 철학자 질 들뢰즈(Gilles Deleuze)는 “현대 사회는 새로운 ‘노마디즘(Nomadism)의 시대’”라고 정의했다. 한군 데 정착하지 못하고 가축들의 먹이가 풍성한 초원을 찾아 세상을 떠돌았던 유목민이나 유랑자처럼 특정한 방식이나 삶의 가치관에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자아를 찾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살 곳을 찾아 끊임없이 이동하는 유목민(노마드, Nomad)에서 나온 말이다. 

타밀학교 아이들과 필자. 아이들의 눈망울이 초롱초롱하다.

새로운 ‘노마드(Nomad)’ 시대... 준비된 스리랑카 젊은이들
스리랑카 젊은이들 역시 새 시대의 ‘노마드(Nomad)’답게 상대적으로 잘사는 나라에 취업할 기회를 잡으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한국처럼 체계적으로 정부와 정부 간 근로자 송입송출계약이 이루어진 나라는 EPS-TOPIK이라는 한국어 능력 시험을 통과하는 절차를 밟으면 된다. 그러나 일본, 호주, 중동 및 유럽국가로 가고자 하는 사람들은 브로커를 통한 고액의 중개료에 시달려야 하기도 하며, 외국 진출을 돕겠다는 불법 중개 사기꾼에게 거액을 갖다 바치기도 한다. 
한국의 정책은 고용허가제를 통하여 외국인 근로자들을 선발하고 있는데, 저숙련 단순노동자에 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고급인력의 취업 기회와 한국에 있는 대학교에 진학하고자 하는 젊은이들에게는 그 문호의 개방이 지금까지는 제한적이다. 

필자가 출강하는 한글학교

최근 한국의 지방 대학교는 모집정원 미달사태가 속출하고 있어 외국인 유학생의 수요를 받아들이는 적극적인 정책을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 과거 일부 국가의 유학생들이 학업에 충실하지 않고 대거 이탈하여 불법체류 신분으로 산업현장에서 일하는 사례가 많이 발생하였으나 이 또한 제도적인 보완과 유연한 대처가 필요한 시기가 도래하였다고 본다. 

BTS는 만국공통 스타. 여학교 학생들과 BTS 이야기를 나누었다. 

외국에서 일하다가 잠시 돌아온 사람이나 외국으로 나가려고 준비하는 사람 모두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종식되기만을 눈이 감기도록 기다리고 있다. 아직 한국에 갈 기회를 잡지 못하였거나 코로나로 인하여 잠시 귀국할 수밖에 없었던 스리랑카의 젊은 노마드(Nomad)들은 한국어 공부에 열중이다. 학원을 찾기도 하고 코로나 시대에 맞추어 인터넷 동영상을 통해 원격으로 공부 하기도 한다. 

그들 곁에는 언제든 떠날 준비가 된, 주인의 손을 기다리는 커다란 여행 가방이 우두커니 놓여있다.

 

→<김성진 작가는?>
△한국에서 이주노동자센터를 10년 간 운영했다.△ 2018년 스리랑카로 건너 와 페라데니아 대학(university of peradeniya) 대학원에서 사회학 전공,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스리랑카 수도 외곽의 호칸다라 사우스(Hokandara South)에 거주하고 있다. “인권, 노동뿐 아니라 스리랑카 문화에 대해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 기회가 되면 여기서 공부를 더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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