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 미국 리포트/ “돈을 남김 없이 쓰라”는 은행들
생생 미국 리포트/ “돈을 남김 없이 쓰라”는 은행들
  • 이훈구 작가
  • 승인 2021.08.16 22: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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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최대 상업 은행 뱅크 오브 아메리카.

<미국 LA=이훈구 작가(재팬올 미국대표)> 미국의 은행제도는 한국과 많이 다르다. 물론 시스템상으로 그렇다는 이야기다. 사실 한국에 오래 살았던 분들이 미국에 와서 가장 당황하는 곳 중 하나가 ‘은행’이다. 미국의 은행은 한국의 은행과 DNA가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은 ‘예금을 안심하고 맡기라 그러면 이자를 주겠다’는 개념이지만 미국은 다르다. ‘너가 가진 돈을 (잠시) 은행에 맡기되 보관료를 우리가 받아야겠고 되도록 그 돈을 써라, 그러면 너희들의 노후를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개념이다. 

말이 좀 어려운가? 뭔가 이해가 안 되는 대목이 충분히 있으리라고 본다. 그렇다. 오늘의 생생리포트는 미국의 은행이 한국과 무엇이 다른지를 알아보겠다. 굳이 미국과 한국의 은행이 다른 점을 이야기 하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앞으로 유학을 가거나 이민하는 사람들은 참고가 되지 않을까 싶은 것이 필자의 의도다.

▲이자를 바라지 마라!
미국 은행들의 가장 큰 특징은 ‘이자’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필자가 어렸을 때 한국의 기억중 하나는 학생들도 통장을 만들어 예금을 했었던 일이다. 명절 때 받았던 세뱃돈이나 돼지저금통을 턴 돈들 중 상당 부분이 통장에 입금되었다. 특히 새마을금고나 우체국 예금 통장이 학생 때는 추억 중 추억이었고 단돈 10원이 들어있어도 ‘이자’가 지급되었다. 

그런데 미국에 와서 보니 이자를 받는 일이 거의 드물었다. 은행을 처음 방문하면 우선 ‘어카운트’(ACOUNT)를 개설하게 된다. 특히 미국의 경우 ‘뱅크 오브 아메리카’(BANK OF AMERICA, 약칭 이하 BOA)를 가장 많이 선호하는 편인데 이유는 지점이 가장 많기 때문이다. 지점이 많은 게 얼마나 유리한지는 다음 꼭지의 ‘ATM’(Automated Teller Machine)에 관한 수수료 규정을 참고하게 되면 곧 알게 될 것이다.  

보통 세이빙(SAVING) 어카운트와 체킹(CHECKING) 어카운트로 나뉘게 된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계좌를 개설하기 전에 은행과 약속을 한다. ‘잔고를 유지하겠다’는 약속이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보통의 경우 ‘1500달러’ 혹은 ‘2500달러’를 유지하겠다는 약속이다. 이 금액에 미달 된다면? 당연히 은행에서 정한 수수료(보관료)를 고객이 지불한다. 

미국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강력한 신용(크레딧) 사회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에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한다. 따라서 은행계좌(어카운트)를 개설한 그 날부터 고객이 아닌 ‘은행’이 왕이다. 그렇다면 은행거래를 하지 않으면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단 한순간도 이 올가미에서 벗어날 수 없다.

잔고 유지약속 조항을 의미하는 미니멈 밸런스(MINIMUM BALANCE)

▲체킹(CHECKING) 어카운트
미국인들이라면 누구나 보편적으로 갖고 있으며 개인금고 같은 성격이어서 언제든지 입출금이 자유로운 것이 그 특징이다. 이때 앞서 이야기했듯이 일종의 잔고 유지약속(기본잔고) 조항이 등장하는데 이를 미니멈 밸런스(MINIMUM BALANCE)라고 한다. 이를 어기게 되면 적게는 12달러에서 많게는 27달러까지 은행마다 다른 수수료를 매월 떼어간다. 단 학생계좌의 경우만 24세까지 면제해준다. 때문에 은행잔고를 자주 확인해야 한다. 어떤 경우는 어카운트에 신경을 쓰지 않아 수개월째 방치되다가 수수료만 정기적으로 빠져나가 결국 잔고가 남지 않게 되고 폐쇄되는 비극을 맛보기도 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체킹 어카운트를 열면 현금기능과 맞먹는 수표인 ‘체크’(CHECK BOOK)가 나오고 한국에서 볼 때 체크카드 기능을 하는 ‘데빗’(DEBIT) 카드가 함께 나온다. 계좌의 잔고 만큼 돈이 정확하게 빠져나간다. 오토페이(자동이체)도 처리한다. 다만 여기서 주의할 점은 잔고 확인이 제대로 안된 상태에서 발행된 체크로 인해 과태료를 낼 수도 있다. 예금에 관한 이자를 주지 않는 대신에 보관료(수수료)까지 받아 챙기지만 ‘안전’은 세계 최고다.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최고 25만달러까지 보호를 해주기 때문에 은행이 파산하거나 영업중단을 해도 보상을 받는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세이빙(SAVING) 어카운트
예금계좌이나 한국에서 말하는 ‘예금’의 개념이 아니다. 일종의 투자 개념이다. 한달 기준 입출금 3회 제한 등 규정도 빡세고 최초 정한 한도 이상을 넘은 입출금은 수수료가 막대하다. 체크와 데빗과는 족보가 달라서 연동도 안되고 지점에 직접 방문하여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 각 은행들은 세이빙 계좌의 돈을 가지고 운영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체킹과 달리 수수료를 많이 부과하지 않는다. 또한 이자율의 경우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서 연방 기준금리를 올릴 때마다 조금씩 오르기도 하지만 보통 2%대가 최고다. 이 내용들을 종합해 보면 당장 쓸 돈이라면 체킹에 당장 쓰지 않아도 될 돈이라면 세이빙을 선택하라는 이야기다. 따라서 돈이 있는 사람들은 종신보험이나 유니버설, 연금보험 등을 더 선호하기도 한다. 세이빙 보다 높은 수익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 ATM. 지점이 많아서 찾기가 수월하다. 

▲억울한 수수료 규정
사실 미국의 경우 ATM의 수수료가 타행 간의 경우 매우 비싼 편이다. 미국에서 만든 계좌라고 해도 타행거래는 이중으로 수수료를 지불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설상가상으로 한국계좌라면? 무려 세가지 수수료를 물게 된다. ▲한국 은행 수수료 ▲네트워크 수수료 ▲현지 ATM 수수료. 이렇게 삼중으로 지불하게 됨으로 그 부담이 만만치 않다. 

타행거래시 본 은행과 ATM 당사자 은행에 이중으로 수수료를 내는 것도 억울한데 세 가지 수수료까지 물게 된다면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그러므로 지점이 많은 BOA는 ATM 찾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고 월등히 많기 때문에 당연히 선호은행이 될 수 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한국처럼 골목 골목마다 편의점 ATM과 은행 ATM이 존재하지 않고 차를 타고 한참을 달려야 나타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현실 때문에 BOA는 특히 유학생들이나 이민을 처음 온 분들 혹은 주재원들이 선호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한국계 미국 은행들의 경우 파격적으로 수수료가 싸다는 점을 강조한다. 참고로 미국 캘리포니아에도 한국의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들어와 있다. 그러나 법인이 다르고 따라서 한국의 계좌와는 전혀 연동이 되지 않으니 유의하자.

미국은 드라이브 스루 (drive-through)가 활성화 되어 있는 곳도 많다.

▲그 외 다른 점들
미국의 은행 설립과 운영 환경은 한국과 차이가 많다. 미국의 은행들은 철저히 이윤을 목표로 은행을 운영하며 합병도 자주 일어난다. 미국 은행들의 개점시간은 보통 오전 8시-9시, 폐점시간은 오후 3-6시로 은행마다 다르고, 지역에 따라서도 다르다. 같은 은행이라도 지점마다 금요일 저녁 늦게까지 문을 여는 경우도 있고, 토요일 점심시간까지 영업을 하는 곳이 있으니 이점을 먼저 체크해야 하며 드라이브 스루 (drive-through)가 활성화되어 있는 곳이 많다. 

자동차의 나라답게 그 안에서 창문만 열고 해결하는 것이다. 또한 미국에서는 현금이나 카드 혹은 인터넷 뱅킹 보다는 ‘체크’ 발행을 선호한다. 체크거래가 활성화 되어 있고 이걸 우편(MAIL) 혹은 직접 가져다 주기도 한다. 물론 뒷면에 사용자 정보가 기입 됨으로 가장 안전한 수단이 되며 오용의 염려도 없다. 오로지 체크를 받는 사람만이 현금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은 세금(TAX)보고가 활성화 되어 있고 항상 거래에 대한 증거가 남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체크는 매우 중요하다.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Catch Me If You Can)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Catch Me If You Can, 2002)은 체크(CHECK)에 관한 이야기가 가장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영화 제목을 한국어로 리얼하게 번역해 보면 “날 잡아 봐라?”이다. 실화이며 체크 위조범의 이야기다. 미국에서 체크(Check, 개인 수표 시스템)는 아주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고 현금과 동일한 힘을 가지게 되기에 신용(CREDIT)이 트레이드 마크인 미국 금융 시스템의 상징과도 같다. 

물론 지금도 미국 정부가 위조 체크를 적발해내는 노력은 게을리 하지 않고 있지만 영화 속 주인공 프랭크는 실제 인물로 16살부터 사기행각을 시작해 약 5년간 250만 불의 위조수표를 발행한 전설적인 인물이다. 그가 깨달은 것은 미국에서는 체크를 위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신용’을 위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점이었다. 이후 당시 미국 대형 항공사였던 ‘팬암’(PANAM)의 젊은 신입 부조종사를 사칭하며 사용하는 고액의 위조수표는 마법과도 같이 통한다. 

그러나 점점 꼬리가 길어지면서 FBI의 추적을 받게 되고 결국 체포 되었지만 역시 미국다운 결말이다. FBI에 특채 되어 일을 하더니 이후 컨설팅회사를 차려 1만 4천여 개에 달하는 국가기관, 금융기관, 일반회사 등에게 사기, 도용, 위조에 대한 자문을 제공하는 한편 새로운 위조방지 프로세스를 도입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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