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진의 SriLanka Talk/ 화장실, 화장지 없다고 깔보지 마라
김성진의 SriLanka Talk/ 화장실, 화장지 없다고 깔보지 마라
  • 김성진 작가
  • 승인 2021.08.20 13: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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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트 물감 풀어놓은 듯. 이처럼 아름다운 색깔의 배들이 또 있을까. 

기후변화 재앙에 속절없이 무너지는 전 세계
<스리랑카=김성진 작가>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온 세상의 모든 이슈가 가려졌지만, 지금 세계의 화두는 단연 기후변화로 말미암은 자연재해의 발생이라고 할 수 있다. 구구절절 말을 하지 않아도 지구촌 구석구석은 홍수, 화재, 지진 등 자연재해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것을 뉴스를 통해 알고 있다. 

터키와 그리스는 이상고온에 기인한 화재가 발생하여 국가적인 재난이 생겨났고 독일을 비롯한 북유럽 지역은 갑작스런 호우로 산사태가 일어나고 도로가 잠기는 등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했던 사태에 당황스러워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도 예외는 아니어서 중국과 일본 지역에서 일어나는 집중호우는 자연 앞에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속절없이 보여주고 있다. 기상이변으로 인한 자연재해는 더 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는 일이 되고 말았다.

‘생태 발자국’이라는 용어가 있다. 1996년, 캐나다 경제학자 마티스 웨커네이걸(Mathis Wackernagel)과 윌리엄 리스(William Rees)가 처음 사용한 말인데 사람이 이 땅 위에 살면서 소비하는 모든 비용(의식주, 에너지, 폐기물 처리)을 토지의 면적으로 환산한 수치다. 이것은 사람이 걸어간 자리에 발자국이 남듯이 사람이 살면서 지구의 환경에 미치게 되는 영향을 ‘생태 발자국’이라고 표현한 것으로, 발자국의 면적이 크고 넓을수록 환경문제를 더 유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함반토타 지방의 배들. 항구엔 일반인들은 접근할 수 없다. 

그 흔한 화장지도, 물티슈도 찾아보기 힘들어
이번에는 스리랑카의 화장실 문화와 화장지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전에 잠시 말했듯이 스리랑카 화장실에는 종이로 만든 화장지가 없다. 처음 이 나라의 화장실을 찾은 외국인은 당황할 수밖에 없는데 조그만 물통만 하나 놓여 있을 뿐이다. 손으로 씻으라는 얘기다. 

아직 시설이 잘 갖추어지지 않은 대중 공용화장실은 대부분 그렇다. 필자도 처음에는 집 밖에서 만나는 공중 화장실을 가기가 두려워 먼 곳으로 떠나기 전에는 집안의 화장실에서 일을 보는 단단히 준비를 하고 나서기 일쑤였다. 그나마 집안에는 변기 옆에 물줄기가 뿜어 나오는 노즐이 긴 호스 끝에 달려있다. 

오늘은 뭐 해 먹을까. 전통 부엌 아궁이.
낡았지만 소박한 조리도구들.

스리랑카 사람들은 화장실에서 화장지를 사용하지 않는다. 집안에서도 보통 화장지를 사용하지 않고 수건이나 천 쪼가리로 닦아내고 훔쳐내며 청소를 한다. 화장지 소비가 거의 없기도 해서 화장지 때문에 생기는 생활 쓰레기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동네 가게나 마트에 가도 한국처럼 화장지를 쌓아놓고 파는 매대도 없다. 한국 사람들이 즐겨쓰는 물티슈가 없음은 물론이고 그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각설하고, 다시 주제로 넘어가서, 어떻게 씻어낼까? 화장지를 대신하여 조그만한 물동이의 물로? 필자도 많은 시행착오를 통한 경험을 통해서 익숙해졌는데 이제는 물로 씻어내지 않으면 시원하며 상쾌한 느낌이 없고 찜찜할 지경이 되어버렸다. 

여기 살다보면 저절로 알게 되는, 적응할 수밖에 없는, 설명하기는 곤란하지만 생각하면 싱긋이 미소짓게 되는 기분 좋은 그런 것이다. 코를 풀 때 시원함과 코딱지를 후벼내었을 때 느끼는 성취감(?) 같은 뭐 그런 것이다. 단, 사용한 손은 비누로 깨끗이 두 번 세 번 씻어낸다.  

오늘은 뭐하고 놀까. 순박한 아이들의 모습. 
오늘은 어디로 갈까. 비가 오는데...

곰곰이, 다시 생각하게 되는 ‘생태 발자국’
다시 ‘생태 발자국’. ‘생태 발자국’이라는 것은 근대화, 공업화, 도시화, 성장, 발전이라는 개념과 동반하게 된다. 스리랑카에도 거대한 생태 발자국의 흔적이 여기 저기 생겨남을 본다. 안타깝고 화가 나기도 한다. 

중국의 세계확장 전략인 해양 실크로드 이니셔티브 정책에 휘말린 스리랑카 정부는 함반도타라는 지역에 막대한 중국자본으로 항구를 건설하였으나 차관을 감당하지 못하여 중국 정부에 2017년부터 99년 동안 항구의 사용권을 넘겨주고 건설비용을 탕감한다. 중국의 덫에 걸린 셈이었다. 거대한 발자국에 밟힌 것이다. 

필자는 여기 스리랑카에 살면서 최대한 조그마한 ‘생태 발자국’을 남기려고 한다. 아기 발자국만한 크기로 그것도 뒤꿈치를 들고. 이 사람들과 같이 살면서 화장지를 사용하는 잘못된 문화는 돌이키지 않고, 물로 씻는 청량한 상쾌함과 함께 건강하게 까치발로 살려고 한다. 

→<김성진 작가는?>
△한국에서 이주노동자센터를 10년 간 운영했다.△ 2018년 스리랑카로 건너 와 페라데니아 대학(university of peradeniya) 대학원에서 사회학 전공, 석사학위를 받았다. △스리랑카 수도 외곽 호칸다라 사우스(Hokandara South)에 거주하다 지금은 나왈라(Nawala) 지역에 살고 있다. “인권, 노동뿐 아니라 스리랑카 문화에 대해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 기회가 되면 여기서 공부를 더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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