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진의 SriLanka Talk/ 말라리아보다 더 사나운 '놈'
김성진의 SriLanka Talk/ 말라리아보다 더 사나운 '놈'
  • 김성진 작가
  • 승인 2021.08.31 1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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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난 버스가 아닙니다.(아래 풀 사진)

온 세상이 코로나바이러스로 떠들썩한 이때, 지금 내가 사는 스리랑카의 코로나 상황 또한 언급하지 아니할 도리가 없다. 지구상의 모든 나라가 더 고약하게 거듭 발전해 가는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 때문에 좌충우돌 정신을 못 차리는 상황. 이런 가운데 한국이나 여타 선진국들은세계 속에서 그다지 정치적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경제적으로도 궁핍한 인도양의 조그마한 섬나라 스리랑카의 코로나 상황에 대해서는 관심이 ‘1’도 없다. 

그런데다가, 현재 세계는 20년 동안 이어진 오랜 기간의 전쟁을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하고 문제만 잔뜩 남기고 어설프게 떠나가는 미군의 빈자리에 생기게 될 아프가니스탄의 미래에 대해 이목이 쏠려있는 지경이다. 

스리랑카 사람들은 기념일이 아니어도 평소 흔하게 국기를 내건다.

스리랑카의 코로나 상황을 ‘남의 일’로 바라보는 시선
지난 주말(2021년 8월 27일) 주스리랑카 한국 대사관에서 알려온 바에 따르면 스리랑카의 신규 확진자는 날로 증가하여 하루 4천 명을 넘어 5천 명에 육박하고 있다. 사망자는 2백 명 가까이 발생하고, 백신 접종률은 1차 완료자가 전체 인구의 약 55%, 2차까지 완료한 사람은 29%라고 한다. 

스리랑카의 전체 인구가 한국의 절반쯤 되는 2천 2백만이라고 하니, 한국과 비교해 볼 때 위와 같은 코로나 현황 수치는 엄청나게 많기도 하지만 이 수치를 그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한다. 당연히 줄였거나 분명하지 않은 통계라는 것이다. 또한 8월 20일부터 8월 31일까지 내려졌던 전국적인 봉쇄 및 통행금지(Quarantine Curfew) 조치가 최근 악화한 코로나 상황을 반영하여 9월 6일까지 연장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스리랑카, 2012년 ‘말라리아 청정국’으로 선포
‘말라리아’라고 하는 전염병이 있다. 모기를 매개로 하여 생기는 전염병인데 온대지방, 열대지방 가릴 것 없이 모기가 사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생길 수 있는 악성 전염병이다. 한국에는 학을 뗐다는 말이 있는데 지독하고 험한 상황에서 벗어났다는 뜻이다. 즉 학질(瘧疾)이라는 지독한 병을 고쳤다는 의미이다. 

그만큼 지독하고 악독한 병이다. 동의보감은 이 병을 ‘처음 발작할 때는 먼저 솜털이 일어나고 하품이 나고 춥고 떨리면서 턱이 마주치고 허리와 등이 다 아프다. 춥던 것이 멎으면 겉과 속이 다 열이 나면서 머리가 터지는 것같이 아프고 갈증이 나서 찬물만 마시려고 한다’라고 적고 있다. 학질(瘧疾)이 곧 영어로 말하면 ‘말라리아’라고 하는 병인 것이다.

꽃 한 송이, 음식 한 그릇. 스리랑카 사람들의 손길은 늘 따뜻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작년 한 해 동안 2억1천400만 건의 말라리아가 발병했고 이로 인한 사망자는 43만8천 명이었다고 했다. 발병지로는 아프리카가 88%이며 아시아 지역은 10%를 기록했다. 그리고 2030년까지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 35개국을 대상으로 말라리아를 완전히 퇴치하기 위해 기금을 모으고 있다. 

반면 스리랑카는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2012년 10월 이후 말라리아 발병 사례가 한 건도 없어 ‘말라리아 청정국’으로 선포됐다. 남아시아 지역에서 말라리아 청정국으로 인정된 것은 몰디브에 이어 스리랑카가 두 번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스리랑카 정부의 노력으로 이동식 진료소를 운영하는 등 환자를 조기 치료했으며 모기뿐 아니라 말라리아 원충 자체를 제거하는 방역이 효과를 거두었다고 했다. 이와 함께 “20세기 중반만 해도 말라리아 발병 건수가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였던 스리랑카가 말라리아 청정국이 된 것은 대단한 성취”라고 평가했다.

정부에 긴급하고 실질적인 코로나 상황 대처를 주문한 칼링가 튜더 실바 교수. 필자의 대학원 스승이다.

대학원 스승 칼링가 튜더 실바 석좌교수의 목소리
필자의 대학원 시절 스승이기도 한 패러대니아(peradeniya)대 사회과학대학원 칼링가 튜더 실바(Kalinga Tudor Silva) 석좌교수는 스리랑카의 석학으로 유명하다. 그런 그는 칼럼을 통해 작금의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 상황을 과거 스리랑카가 말라리아를 극복한 위대한 사례에 견주면서 스리랑카 정부의 관료와 지식인, 사회의 리더들, 기득권 세력들에게 일갈했다.

“현장으로 나가라! 코로나바이러스가 만연한 지역으로 가라! 거기서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사회적으로 소외된 도시 빈민을 만나고 가난한 농어촌지역으로 나가서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집에 격리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라!”고 말이다. 과거 말라리아를 극복했던 것처럼 이동식 검사소를 만들고 선제 검사를 하며 24시간 고충을 상담할 수 있는 채널을 긴급히 구축하여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낡았지만 여전히 잘 달리는 버스.

조금 환경 좋은 곳으로 이사했지만...
보름 전 필자는 스리랑카 지인의 배려로 종전에 살던 곳보다 거주환경이 조금 나은 곳으로 옮겨왔다. 그렇지만 도시 빈민 지역이었던 종전의 그곳이 그리운 것은 인지상정이리라. 옆집과 담 하나만 사이에 두고 있어 도란도란하는 그들의 이야기를 희미하게 들을 수 있고, 부엌에서 나는 음식 향기가 오늘 저녁 그들의 식탁에 무슨 반찬이 오르는지 훤히 알 수있었다. 

오늘은 '마실' 안나가요~

문 하나만 열고 나서면 길을 오고 가는 이웃을 만날 수 있었고, 일이 없어 한숨 짓는 중년 가장을 서로 쳐다보며 멋쩍게 웃음짓고, 하루종일 뱅글뱅글 좁은 골목길을 뛰어다니며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 동네 꼬마 녀석들과 장난하는 재미가 있었으며, 구멍가게 앞에서 아줌마들과 수다를 떠는 즐거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햇살이 좋은 날이면 그곳의 이웃들은 일제히 갖은 빨래를 내어다 말리는데 알록달록한 아이들의 옷과 어른들의 윗도리 아랫도리도 있지만, 그중에 조롱조롱 매달린 해어진 마스크를 볼 수 있다. 다섯 번 아니 족히 열 번은 쓰고 말리기를 한 듯한 하얀 또는 하늘색의 외출용 코로나바이러스 방지 마스크가 나란히 앙증맞게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이래봬도~

‘코로나 청정국’...필자의 기분 좋은 상상
상상해 본다. 이렇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영국 BBC의 여기자가, 미국 CNN의 남아시아 특파원이, 중국 CCTV가, 한국의 방송이, 일본 NHK 등이 WHO의 발표를 앞다투어 방송으로 내보낸다. “인도양의 조그만 섬나라 스리랑카가 세계에서 제일 먼저 ‘코로나바이러스’를 극복하고 ‘코로나바이러스 청정국’이 되었다”고. 

코로나 빨리 사라졌으면 좋겠어요~

지구촌 방송국들이 뉴스 특보를 전한다고 난리법석이다. 방송 내용을 덧붙인다. “스리랑카 정부와 국민들은 과거 지독한 전염병이었던 말라리아를 극복한 저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서로 힘을 합하고 자발적으로 나섰다. 사람의 발길이 닿기 힘든 구석구석까지 코로나바이러스 검사소를 만들어 선제 방역한 것이 주효했다.”   

→<김성진 작가는?>
△한국에서 이주노동자센터를 10년 간 운영했다.△ 2018년 스리랑카로 건너 와 페라데니아 대학(university of peradeniya) 대학원에서 사회학 전공, 석사학위를 받았다. △스리랑카 수도 외곽 호칸다라 사우스(Hokandara South)에 거주하다 지금은 나왈라(Nawala) 지역에 살고 있다. “인권, 노동뿐 아니라 스리랑카 문화에 대해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 기회가 되면 여기서 공부를 더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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