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의 본류’로 돌아간 일본 파벌 정치
‘보수의 본류’로 돌아간 일본 파벌 정치
  • 에디터 이재우
  • 승인 2021.09.30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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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재우>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64)가 일본 총리에 오른다. 기시다는 9월 29일, 자민당 총재 선거 결선 투표에서 고노 다로 행정규제개혁상을 꺾고 압승했다. 그는 10월 4일 임시국회 지명 투표 후 일본 100대 총리로 선출된다. 기시다는 지난해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는 스가 현 총리에 크게 패했었다. 

기시다는 2012년 12월 제2차 아베 내각에서 외상으로 취임하면서 아베와 발을 맞춰왔다. 일본 헌정 사상 최초로 외무상과 방위상을 겸임한 기록도 있다. 중의원 9선의 기시다는 자민당 당3역 중 하나인 정조회장을 맡아왔다. 

특히 그는 자민당 4대 파벌 중 하나인 고치카이(宏池会)의 수장이다. 아베 신조의 지원을 입은 스가 요시히데에 이어 기시다 후미오가 새 총리에 오르면서 일본 정치는 여전히 파벌정치에 발이 묶여 있다는 점을 재차 확인시켜 주었다. 도쿄 시부야구 출신인 기시다는 ‘적을 만들지 않는 정치인’으로 불리며, 반면 행동과 말이 애매한 스탠스를 취한다는 지적과 비판도 있다. 기시다 후미오의 총리 취임을 앞두고 고치카이의 계보를 살펴 보았다.  

일본 100대 총리에 오르는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의 가장 오래된 파벌 고치카이(宏池会)의 수장이다. 

기시다 소속된 자민당의 고치카이(宏池会)는 ‘보수의 본류’
고치카이(宏池会)는 자민당에서 가장 오래된 파벌로, 이른바 ‘보수의 본류’에 해당한다. 고치카이(宏池会)는 1950년대 이후 자민당 총재와 총리 자리를 독차지하다시피 했다. 고치카이의 최정점에는 이케다 하야토(池田勇人:1899~1965)가 있다. 

1957년 6월, 이케다 하야토의 후원회로 결성된 것이 고치카이다. 이케다는 1960년 7월, 자민당 임시대회에서 총재에 올라 하야토 내각을 출범시켰다. 국민총생산과 국민소득을 2배 이상으로 올린다는 ‘소득배증 계획’은 그의 트레이드마크였다. 

1대 회장 이케다에 이어 8년 후인 1965년 8월엔 마에오 시게사부로(前尾繁三郎:1905~1981)가 2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6년 뒤인 1971년엔 오히라 마사요시(大平正芳: 1910~1980)가 3대 회장에 올랐다. ‘김종필-오히라 메모’의 그 당사자다. 7년 후인 1978년 오히라 마사요시 내각이 출범했다. 

고치카이 5대 회장 미야자와 기이치의 위안부 사과
2년 뒤인 1980년 7월엔 4대 회장으로 스즈키 젠코(鈴木善幸:1911~2004, 70대 총리)가 올랐다. 이어 1987년 고치카이 5대 회장에 취임한 이가 그 유명한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1919~2007, 78대 총리)다. 1991년 출범한 미야자와 내각은 일본 최초로 위안부 문제를 공식 사과한 내각이었다.

1992년 1월 미야자와의 한국 방문을 앞두고 당시 관방장관 가토 고이치(加藤紘一)는 “군의 관여를 부정할 수 없다”는 담화를 발표했다. 이어 한국을 방문한 미야자와는 노태우 당시 대통령에게 위안부 문제에 대해 공식 사죄했다. 

이듬해인 1993년 8월 4일, 당시 고노 요헤이 관방장관은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하는 ‘고노 담화’를 발표하게 된다. 고노 요헤이의 아들이 이번에 기시다와 경쟁한 고노 다로다. 

고치카이 역대 회장들, 자민당 쥐락펴락 
1998년 고치카이 6대 회장에 오른 이가 위에서 언급된, 위안부 강제성을 처음 인정했던 가토 고이치(加藤紘一: 1939~2016)다. 이후 7대 회장 호리우치 미쓰오(堀内光雄: 1930~2016), 8대 회장 고가 마코토(古賀誠;1940~)로 이어졌다. 자민당 간사장을 지낸 고가 마코토는 ‘고가파’를 형성, 아베 총리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여 왔었다. 

그러다 기시다 후미오가 9대 회장으로 취임한 게 2012년이다. 고가 마코토는 기시다의 후견인을 맡고 있다. 이처럼 쟁쟁한 인물들이 자민당의 보수 본류인 고치카이를 쥐락펴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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