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진의 SriLanka Talk/ 인도양의 진주와 세렌디피티
김성진의 SriLanka Talk/ 인도양의 진주와 세렌디피티
  • 김성진 작가
  • 승인 2021.10.18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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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스리랑카의 바다. 예부터 '인도양의 진주'라 불리던 스리랑카다. 

<스리랑카=김성진 작가> 글을 쓴다는 것이 절대 쉽지 않은 것이라는 것을 안다. 쓴 글이 불특정한 독자에게 보인다는 것이 부끄럽기도 하고 얕은 지식의 바탕이 드러날까 두렵기도 함이다. 그래서 필자는 남들이 겪어보지 못했음 직하거나 생경하다고 여겨질 만한 주제를 찾아 글로 옮기기 위해 애를 쓴다. 그러면 부족한 글솜씨가 묻혀서 보이지 않으리라 생각해서다. 

그리 길지 않은 글을 게재하지만, 필자의 글이 역사적인 고증이나 학문적인 인용이 틀리지는 않았는지 노심초사하며 써 내려가기 일쑤다. 요즘같이 인터넷을 통한 자유롭고 깊이 있는 검색이 가능하였을 때는 더욱 그렇다. 

이번에는 스리랑카의 보석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고 준비하였었다. 그러면서 자료를 찾아보고 읽어보는 중에 스리랑카에 대하여 논하는 한국의 매체나 학자들의 글은 너무나 빈약할 뿐만 아니라 그 내용이 비슷하거나 어쩌면 서로 베낀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문화적으로나 학문적으로 연구 가치가 별로 없어 보여서일까.

인도의 남부 해안과 맞닿는 만나르 해협(Gulf of Mannar)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진주 공급원이었다고 한다.

역사적인 진주 공급지 만나르 해협
‘인도양의 진주’ 혹은 ‘인도의 눈물’이라는 타이틀을 내건 글들이 주로 보였는데, ‘인도양의 진주’라 함은 스리랑카에는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오래된 문화유산이 많아 거의 전 국토가 유네스코 지정 지역이라서 그랬을 터이고, ‘인도의 눈물’이라 하면 지구의 형상을 북반구 중심의 관점으로 그려진 지도에 나타난 나라의 모양이 눈물방울처럼 생겨서이고, 스리랑카가 겪었을 식민지 시대의 고난과 30년간의 오랜 내전의 상처를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 내용은 다르다. 스리랑카의 서북부 해안에는 인도의 남부 해안과 맞닿는 만나르 해협(Gulf of Mannar)이 있는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진주 공급원이었다고 한다. 어김없이 유럽의 강국들이 식민 지배를 통하여 갈취해갔음은 물론이다. 고고학자들은 그 연원을 기원전 300년경으로 보지만, 지금으로부터 3,000년 전부터 진주의 채취사업은 성행하였다고 보는 것이 정설이다. 

스리랑카의 역사 지리학자인 Jinadasa Katupotha 교수는 19세기 초까지 이어오던 진주 채취사업이 식민지배기간 무분별한 남획으로 인한 서식 환경의 파괴와 지구온난화에 따른 엘니뇨와 같은 자연환경의 변화가 찾아옴으로 진주를 배태하는 굴이 자취를 감추었다며 안타까워했다. 과거 ‘인도양 진주의 나라’라고 불리던 명성이 같이 사라졌음은 물론이다. 

삶의 터전인 바다가 어부들에겐 곧 보석이며 진주이다.

전 국토 25%가 잠재적인 보석의 매장지
올해 7월에는 한국에도 알려진 떠들썩한 뉴스가 하나 나왔는데 스리랑카의 한 집에서 우물 청소를 하다가 510㎏ 무게의 사파이어 원석이 발견됐다고 한다. 가치가 2억 달러(약 2300억 원)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고 스리랑카 사람들은 말한다. 

스리랑카는 지질학적으로 매우 오래된 나라이다. 스리랑카 암석의 90%는 5억 6천만 년에서 24억 년 전의 선캄브리아 시대의 것이다.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돌연변이 하여 보석이 된다고 하는데 소위 말하는 보석은 주로 강과 하천의 범람원 지대에서 발견된다. 변성유형의 보석들은 스리랑카의 전체 국토 면적 25%에 잠재적으로 매장되어 있으며, 스리랑카는 육지의 크기에 비해 보석 매장량이 가장 높은 나라라고 한다. 

보석학자들에 의하면 스리랑카에는 다이아몬드와 에메랄드만 제외하고 거의 모든 보석이 나온다고 한다. 게다가 전 국토의 25%가 잠재적인 보석의 매장지라고 하니 이제는 길을 가다 발에 채는 반짝이는 조그마한 돌멩이만 보아도 예사롭지 않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라도 하는 걸까.

행운으로 다가 올 세렌디피티(Serendipity)
2세기 천문학자 프톨레마이오스는 ‘베릴과 사파이어’가 스리랑카의 보석 산업의 주축이었다고 기록했다. 스리랑카에 찾아와 보석을 거래하던 상인들은 돌아가서 ‘세렌디프의 보석(Jewels of Serendib)’을 가지고 왔다고 자랑하였다고 한다. 세렌디프(Serendib)라는 말은 4~5세기 스리랑카에서 보석을 거래하기 위해 인도양을 건너온 유럽 및 페르시아 무역업자들이 사용했는데, 이 이름은 고대부터 페르시아 제국의 동화에 나올 만큼 유래가 깊었다. 

세렌디프는 아랍어 Sarandbb에서 유래되었다. 이 이름은 적어도 서기 361년 초에 사용되었으며 산스크리트어 복합어인 ‘시할라드베파(Sihalhaladvpapa) 즉, 사자가 사는 땅의 변형이다. 아랍인들은 그들이 거래한 스리랑카 인디언들로부터 그 이름을 빌린 것으로 생각된다. 이것은 영어권 사람들에게 ‘세렌디피티(serendipity)’라는 단어로 변용되어 사용되었으며, 18세기 영국 작가 ‘호레이스 월폴(Horace Walpole)’에 의해서이다. 

‘세렌디피티(Serendipity)’라는 단어를 통해서 필자의 마음에 쏙 드는 말을 찾아내었다. ‘뜻밖의 행운을 발견하는 사람’이라는 뜻을 가진 ‘세렌디퍼(Serendipper)’라는 것이다. 혹시 모를 일이지 않은가? 스리랑카에 살면서 전 국토의 땅 25%에 잠재된 보석 알맹이가 눈에 뜨일지, 보석보다 더 귀한 행운을 찾게 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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