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 미국 리포트/ ‘닮은 듯 다른’ 미국의 교통체계
생생 미국 리포트/ ‘닮은 듯 다른’ 미국의 교통체계
  • 이훈구 작가
  • 승인 2021.10.26 14: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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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LA=이훈구 작가(재팬올 미국대표)> 종종 발견하게 되는 현상이다. 한국에서 오신 많은 관광객들이나 방문객들이 호기 있게 렌트카를 빌린다. 물론 운전에 있어서는 한국에서 많은 경험을 축적하고 왔을 것이다. 그런데 처음 운전을 하면서 사전 정보 없이 운전을 하다가는 아찔한 순간을 자주 경험하게 된다. 어떤 분들은 “미국에 가자마자 곧 적응 되었다”고 이야기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닐 수 있다. 교통법규가 다르기 때문이다. 

반대로 미국에서 운전을 줄곧 해 오신 분들 역시 한국에 가서 당황하기 마련이다. 물론 필자의 경우는 한국에서 더 오랜 운전을 했고 미국에서는 매일 운전을 하기 때문에 어느 곳에 가든지 헷갈릴 염려는 없다. 그러나 둘 중 한 곳에서 오랜 기간 동안 운전에 익숙해 있다면 오늘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그렇다. 오늘의 이야기는 ‘닮은 듯 다른 미국의 교통체계’에 대하여 이야기 하려고 한다.

캘리포니아주 면허증 샘플

▲미국 23개주서 한국 면허증 통용된다?
미국 23개주에서 한국 운전면허증을 현지 면허증으로 교환이 가능해졌다고 알려져 있다. 현지 면허증 교환 지역은 메릴랜드주, 버지니아주, 워싱턴주, 매사추세츠주, 텍사스주, 플로리다주, 오리건주, 미시건주, 아이다호주, 앨라배마주, 웨스트버지니아주, 아이오와주, 콜로라도주, 조지아주, 아칸소주, 사우스캐럴라이나주, 테네시주, 하와이주, 펜실베니아주, 위스컨신주, 오클라호마주, 애리조나주, 루이지애나주 등이다. 

나머지 지역은 필기시험과 실기시험을 모두 치러야 한다. 그렇다면 굳이 미국에 와서 한국면허증을 교환하면 되지 취득할 필요가 없다는 분들이 많지만 미국은 연방제(State)국가이다. 따라서 해당 주가 한국 경찰청과 별도의 양해각서들을 체결했으며 큰 틀은 다르지 않지만 ‘묻지마 발급’을 하는 주는 없다. 

사회보장번호(Social Security Number)

왜냐하면 ‘운전’이라는 것은 ‘생명’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대체적으로 요구하는 서류 중 첫째는 ‘사회보장번호’(Social Security Number, 이하 소셜 넘버)이다. 합법적 이민자의 경우는 문제없이 발급된다. 이 소셜 넘버는 미국에서 가장 중요하다. 한국으로 비유하자면 ‘주민등록번호’ 같은 것이다. 과거 미국의 이민법이 느슨하던 시절에는 여행비자를 갖고도 발급을 받을 수 있었으나 지금은 발급조건이 매우 까다롭다. 

소셜 넘버가 있다면 의료보험 가입이나 계좌 개설, 각종 렌트 등의 기본적인 ‘크레딧 조회’를 하게 된다. 대부분 주의 경우 거주자 증명 서류(사회보장번호, 공공요금 청구서, 대학교 입학허가서 학교발급서, 은행거래내역서, 차량 title 등)를 필요로 하는데 불인정서류로는 TV 케이블, 인터넷, 위성방송 청구서 등이다. 

동서남북 거미줄처럼 연결된 미국의 도로표지판.

경우에 따라서는 별도 교육이나 필기시험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있으니 지역의 DMV를 방문하여 자격 요건을 철저하게 알아보고 준비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운전면허증 번역본에 대한 영문 공증을 요구하는 주도 있다. 한국 면허증을 미국 DMV에 반납하는 경우도 있다. 워싱턴주의 경우는 현주소지가 명기된 미병역신분증을 제출해야 한다. 

역으로  워싱턴, 오리건, 아이다호 운전면허증을 한국 운전면허증으로 교환하기 위해서는 미공증(Public Notary)과 함께 반드시 미국 해당 주정부에서 아포스티유(Certificate of Apostille)를 받아야 한다. 먼저 가까운 공증사무소(거래은행, UPS 등)를 방문하여 원본과 사본이 일치한다는 ‘certified copy’ 공증을 받고 아포스티유 인증을 위해 주 정부 아포스티유 기관을 직접 방문하거나 우편으로 발송하면 된다. 만일 영사관이 가깝다면 당연히 들려 문의를 해두자.

미국판 고속도로 요금소인 턴파이크.

▲ 짝수는 동서, 홀수는 남북방향
이 부분은 미국과 한국이 동일하다. 한국의 고속도로에 해당하는 프리웨이(free way)에서 짝수는 동서, 홀수는 남북을 뜻한다. 한국 역시 ‘도로 노선 번호’라는 것이 있는데 남북방향은 끝자리 홀수(1, 3, 7, 9), 동서방향은 끝자리에 짝수(2, 4, 6, 8)를 부여한다. 그러나 나머지 도로 체계는 완전히 다르다. 

프리웨이는 요금소가 없으며 맨 좌측 차선에 이따금 속도제한을 없앤 대신에 추가 요금을 내는 ‘익스프레스’(express) 차선이 존재하거나 ‘카풀’(car pool)차선이 존재하기는 한다. 1939년 이같이 명칭이 부여됐으며 요금이 필요 없는 ‘무료’라는 의미 외에 ‘신호등으로부터 해방됐다’는 뜻도 있다. 그러나 일부 구간에서는 종종 ‘턴파이크’(turn pike)라고 해서 통행요금을 징수하는 구간도 있다. 

스탑(STOP) 사인.

현재 일반 도로 가운데 프리웨이를 포함한 미국의 고속도로는 4만 7000마일 가량으로 세계 제1위이며 10번 프리웨이는 캘리포니아 샌타모니카에서 출발, 남동쪽 끝인 플로리다주 잭슨빌까지 가로로, 5번 프리웨이의 경우 남가주에서 서북부 캐나다까지 세로로 이어진다. 한국의 고속도로가 시 외곽에서 고속도로로 접근하게 되어 있다면 미국의 경우는 도심 어디서나 자유자재로 들락날락하는 것이 그 특징이다. 때문에 일반도로(로컬)로 가도 충분한 길을 네비게이션은 1분이라도 빨리 가게 하려고 프리웨이를 거치게 인도하는데 특징이다. 

‘시청’을 중심으로 도로가 시작되도록 설계 되었다. 따라서 모든 도시의 메인 스트리트나 1번지는 시청이라고 보면 된다. 이정표에서 St(Street), Blvd(Boulevard)는 대개 동서 방향, Ave(Avenue)는 남북 방향에 부여되어 있다. 또한 모든 이정표에는 동서남북이 부여되어 있으며 도로의 오른쪽 주택ㆍ건물 주소 번지수가 짝수일 경우 반대편은 자연스럽게 홀수가 된다. 

미국 최초의 대륙횡단 도로 ‘루트 66번’(남가주)

참고로 미국 최초의 대륙횡단 도로는 남가주에 존재하는 ‘루트 66번’이다. 1930년대 대공황이 터지자 1950년대까지 시카고에서 출발한 배고픈 노동자·농민들이 2500마일 동안 66번을 타고 서부로 왔다. 이 길은 나중에 소설 ‘분노의 포도’(존 스타인벡)에서 상세히 묘사됐다. 가수 엘비스 프레슬리 역시 자신의 노래에서 이 길을 홍보했고 따라서 캘리포니아 등 8개 주가 문화, 역사, 예술 등 유산으로 등재한 까닭에 이따금 미국 영화나 드라마에 이 표지판이 자주 등장한다.

영화 '분노의 포도'

▲‘하지마라’와 ‘하라’
미국과 한국의 가장 큰 차이점을 이야기하라면 주저 없이 ‘하지 마라’와 ‘하라’일 것이다. 한국의 운전 법규가 “00 하세요”라면 미국은 무조건 “00 하지 마라”이다. 당연히 필기시험 역시 해서는 안 될 일들에 대해 묻고 도로 표지판들 역시 이에 대하여 친절하다. 가장 큰 특징은 ‘공격적 좌회전’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한국처럼 신호등에 좌회전 화살표가 촘촘하게 의무화 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초록불에 보행자도 걷고 직진도 하며 좌회전도 한다. 

물론 이것이 규칙화되어 있고 곳곳에서 좌회전 진입을 할 수 있도록 노란색 라인을 표시해 놓았기 때문에 이곳의 운전자들은 아무런 문제를 느끼지 않는다. 초록불에 좌회전 차량들은 미리 전진해 있다가 노란불에서 빨간불로 바뀌는 순간 안전 확인 후 약 2대가 좌회전을 한다. 물론 최근에는 복잡한 지역에는 친절하게 한국처럼 ‘애로우’(Arrow, 화살표)를 설치한 구간이 늘고 있지만 이때도 노란 애로우와 초록불이 만나면 비보호 좌회전을 시도할 수 있다. 

또한 한국과 달리 ‘스탑사인’(STOP)이 도로와 길목에 세워져 있다. 이 제도는 보행자가 우선이며 보통 투웨이 시그널(two way signal)과 포웨이 시그널(four way signal)로 구분하는데 투웨이의 경우에는 상대방 차량과 보행자만 신경 쓰면 되지만 포웨이의 경우는 명칭처럼 사방을 모두 살피고 우선 순위대로 차량을 이동시켜야 한다. 

추억의 미드 '기동순찰대'(CHiPs)

▲미드 기동순찰대(CHiPs)의 실사판
필자의 어린 시절 한국에서 가장 즐겨 보던 미드는 아마도 ‘기동순찰대’였을 것이다. ‘CHiPs’는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를 주요 무대로 하고 있으며 고속도로에서 일어나는 각종 사건 사고들을 다루며 NBC에서 1977년부터 1983년까지 시즌제로 방송했던 인기 드라마였다. 어떨 때는 미국의 촘촘한 도로망에 놀라기도 하고 “과연 그럴까”하는 일들이 많았는데 실제로 미국에서 생활하다 보니 드라마의 리얼리티에 놀라고 있다. 

이따금 프리웨이에서 기동순찰대를 발견하면 반갑기도 하고 내가 정말 미국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하는데 언어 소통이 100% 완벽하지 못한 필자로서는 그들의 친절에 가끔 주눅이 들고는 한다. 그들은 매우 친절해서 운전자나 차량의 문제점들을 종종 지적해주는데 정작 운전자인 나는 뭐 잘못한 것은 없나 하여 놀라고는 한다. 

또 한 가지! 기동순찰대 뿐만 아니라 미국의 운전자들은 대부분 친절함이 몸에 배어 있다. ‘자동차의 나라’답게 차량이 멈춰 서면 일사분란하게 도와준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애초부터 자동차가 없이 대중교통으로만 이동하기에는 어려운 나라이기 때문에 아주 어린 시절부터 스스로 운전하고 차량을 정비하는 문화가 익숙해져 있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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