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한줄 어록/ 가장 힘든 순간은 바로, 지금이다
CEO 한줄 어록/ 가장 힘든 순간은 바로, 지금이다
  • 에디터 이재우
  • 승인 2021.10.28 2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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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호시노 요시하루(星野佳路)
▶경력: 호시노 리조트(星野リゾート)그룹 대표
▶태생: 나가노현 가루이자와
▶나이: 62세(1960년생)

나가노현 기반의 100년 기업 호시노리조트
<에디터 이재우> 경영자들은 대개 삶의 길잡이가 되는 멘토 하나쯤은 갖고 있다. 경영 방침에 멘토의 사상이 아주 강하게 스며드는 경우도 적지 않다. 호시노 리조트 그룹의 호시노 요시하루(星野佳路·62) 대표도 비슷한 케이스다. 호시노 리조트는 100년 기업이다. 1914년 나가노현 가루이자와(軽井沢)에서 건물 한 칸짜리 ‘호시노온천료칸’(星野温泉旅館)으로 창업해 올해로 107년을 맞고 있다. 

4대 사장을 맡고 있는 요시하루 대표는 게이오 대학 경제학부 출신으로 미국에서 호텔 경영학(코넬대 호텔경영 대학원)을 공부했다. 3대 사장인 아버지의 부름을 받고 돌아왔지만, 의견 대립으로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은행에 취직했다. 31세가 되던 1991년, 아버지의 요청으로 다시 돌아와 사장에 취임했다. 1995년 호시노 리조트로 사명을 바꾸고 그룹 대표를 맡고 있다. 

그런 호시노 리조트는 현재 일본과 해외에 료칸, 호텔, 스키장 등 40여 개의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버블 붕괴 이후인 1990년대, 일본 곳곳의 쇠락한 료칸들을 하나 둘 인수해 독특한 재생 프로그램을 통해 부활시켰다. 

호시노 리조트 그룹의 호시노 요시하루 대표.

외국 선교사가 알린 ‘휴양지 가루이지와’
‘호텔업계의 도요타’를 지향하고 있는 호시노 리조트는 알기 쉬운 5개 브랜드로 고객들에게 다가가는 마케팅 전략을 펴고 있다. △럭셔리 브랜드 호시노야(HOSHINOYA)를 중심으로 △온천 료칸 브랜드 카이(KAI) △스타일리시한 리조트 브랜드 리조나레(RISONARE) △도시 관광호텔 오모(OMO)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한 호텔 베브(BEB)다. 

호시노 리조트의 출발지인 나가노현 가루이자와(軽井沢)는 휴양지로 유명한 곳이다. 휴양지역사는 캐나다 태생의 영국 성공회 선교사 알렉산더 크로프트 쇼(1846~1902)에 의해 시작됐다. 성공회 사제가 되어 일본으로 포교를 왔던 알렉산더 쇼는 후쿠자와 유키치가(家)의 영어교사를 하면서 일본에 신학교까지 세웠다.

알렉산더 쇼는 1885년 도쿄의 더운 여름에서 벗어나 우연히 가루이자와를 방문한다. 쇼는 거기가 고향 토론토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는 다음 해 가족을 데리고 다시 가루이자와를 찾아 한 달간 지낸다. 그 이후엔 아예 거기에 별장을 마련한다. 외국인 별장 1호는 그렇게 탄생했다. 그러면서 ‘피서지 가루이자와’는 전국적으로 주목받게 된다. 

가루이자와를 휴양지로 유명하게 만든 선교사 알렉산더 크로프트 쇼의 흉상.

무교회운동 사상가의 가르침을 경영에~
이후 호시노 일가가 운영하던 호시노온천료칸에는 우치무라 간조(内村鑑三: 1861~1930, 무교회운동 사상가) 같은 유명인들이 체류하면서 평판도를 높인다. 우치무라 간조는 호시노 리조트 대표인 호시노 요시하루에게도 큰 영향을 준다. 요시하루 대표의 말을 들어본다.

“일상에서 자주 우치무라 간조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가루이자와를 자주 방문한 우치무라 선생은 우리 료칸에 숙박했는데, 2대 사장이던 할아버지와 교류를 했지요. 우치무라 선생의 강연록(『후세에의 최대유물』) 한 구절인 ‘인생의 목적은 금전을 얻는 것이 아니라, 품성을 완성하는데 있다’(人生の目的は金銭を得るに非ず。品性を完成するにあり)는 말은 제 가슴에 강하게 메아리쳤습니다. 해를 거듭하면서 이 말은 경영자인 제게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주는 울림이 됩니다.”(2016년 주간문춘 인터뷰)

우치무라 간조의 말은 돈 버는 일을 ‘최고의 선’으로 여기는 보통의 장사꾼에겐 아무 감흥을 주지 못한다. 하지만 우치무라의 표현처럼, 사회에 뭔가를 남기면서 ‘고상한 생애’(高尚なる生涯)를 살고 싶은 경영자라면 말이 달라진다. 요시하루 대표는 후자에 속한다. 우치무라 간조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강조했듯, 요시하루 대표는 사업의 목적이 돈에 있지 않다는 걸 깨닫는다. 

미국식 경영 스타일 고집했다가 ‘한때 위기’
호시노 요시하루 대표가 처음부터 이런 고상한 경영을 고집한 건 아니다. 료칸 경영 초기, 그는 큰 수업료를 치렀다. 미국에서 배운 호텔 경영 방식이 먹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장을 맡아 미국식의 ‘톱다운 방식’으로 조직을 바꾸려 했던 게 문제였다. 미국식 톱다운은 일본식으로 말하면, 위에서 아래로 누르는 일방적인 스타일이었다. 

그런 톱다운 개혁은 베테랑 사원들의 반발을 불러왔다. 그만두는 직원들이 속출했고, 마침내는 직원의 3분의 1 가량이 회사를 떠났다. 남은 사원들은 잔업의 연속으로 지옥과 같은 상태였다. 어느 날, 요시하루 대표는 회사 벽에 ‘호시노에 가면 죽는다’(星野に行けば殺される)라는 글이 적혀 있는 걸 보고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호시노 대표의 생각이 바뀌기 시작한 건 그때부터다. 무조건 현장에 권한을 주고, 직원들을 믿고 일을 맡겼다. 가장 먼저 젊은 직원 중에서 리더를 뽑았다. 리더들은 새로운 기획들을 연이어 생각해 냈고, 그런 아이디어들은 호텔 간판 사업으로 연결됐다. 이를 통해 요시하루 대표는 ‘맡기면 사람(직원)은 생각하고 움직인다’는 걸 배웠다. 호시노 리조트의 ‘사원에 의한 경영 개혁’의 시작이었다. 

호시노 리조트는 마이크로 투어리즘(micro-tourism)으로 코로나 위기를 돌파하고 있다.

하지만 잘 나가던 호시노 리조트도 코로나 사태를 피해갈 순 없었다. 가장 치명타를 맞은 관광숙박업이 아니던가. 텅 빈 객실, 망연자실한 직원들. 호시노 리조트로서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했다. 그렇게 맞춤형 프로그램으로 내놓은 것이 마이크로 투어리즘(micro-tourism)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집에서 한두 시간 내에 다녀올 수 있는 근교 여행을 말한다. 지역 주민들의 예약이 늘면서 호시노리조트의 예약률은 서서히 회복 단계에 이르렀다.  

“여행을 통해 감성을 갈고 닦으세요”
위기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는 요시하루 대표의 대표적 어록 한 가지.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힘든 시기다.”(一番の難局はいまこの瞬間」です). 인생이든, 비즈니스든 오늘이 가장 중요한 타임이라는 것. 여기엔 당장의 선전, 호조, 호황이 언제 멈출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깔려있다. 

그렇다고 호시노 대표가 치열한 삶만을 강조하는 건 아니다. 그는 여행의 의미를 그 누구보다 강조한다. 

 “어떻게든 시간을 짜내서 여행을 떠나라. 감성을 닦기 위해서는 ‘일 이외의 시간’이 매우 중요하다. 거기서 닦은 감성이 일에서 큰 성과를 낳는다.(원문: 何とか時間を捻出して、旅に出て欲しい。感性を磨くには「仕事以外の時間」がとても大事。そこで磨かれた感性が、仕事で大きな成果を生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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