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 미국 리포트/ 미국인들의 엄청난 ‘고기 사랑’
생생 미국 리포트/ 미국인들의 엄청난 ‘고기 사랑’
  • 이훈구 작가
  • 승인 2021.11.19 13: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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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코스트코(COSTCO) 매장의 각종 부위 소고기들.

<미국 LA= 이훈구 작가(재팬올 미국대표)>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인기는 밑바닥이다. 1년 내내 각종 선거가 있는 미국에서 공화당이 압승하고 있으며 취임 후 최저치를 매일 갱신하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고 카멀라 해리스의 인기가 높으냐면 역시 밑바닥이다. 난데없이 왜 정치 이야기를 꺼냈느냐고 의아해 하실 것이다. 그러나 오늘의 주제가 ‘고기’이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에게 가장 민감한 물가지수가 있다면 바로 고기와 가스(gas, 한국으로 말하면 유류비)다. 속된 말로 이 두 가지만 안정시키면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바이든 행정부는 이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쳤다. 유통대란과 에너지 차별화 및 환경단체에 우호적인 정책 때문이다. 

특히 필자의 경험으로 1990년 11월에 처음 미국에 왔을 때 고기와 가스값이 물값보다 쌌다. 실화다. 모두 표준 금액이 1달러를 넘지 않았다. 그것도 소고기가 그랬다. 미국의 특성상 물을 사 마시기 때문에 늘 가격을 비교하고는 했다. 당시만 해도 미국에서 “돈을 물 쓰듯 한다”는 소리를 듣는 사람이라면 엄청난 부자를 뜻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사실상 미국인들의 주식(主食)인 소고기 값이 천정부지로 올랐다. 코스트코(COSTCO) 같은 대형마트에서 조차 소고기를 집는 순간 “손이 떨린다”는 말을 내뱉는다. 그렇다. 오늘은 미국인들의 ‘고기문화’에 대하여 이야기 하고자 한다. 

캘리포니아식 블랙 앵거스 스테이크

▲‘meat’라고 표현하지 않는다?
미국은 사실상 ‘소고기’가 한국의 ‘쌀’에 해당하는 나라다. 물론 채식주의자나 아예 동물성은 입에 대지 않는 ‘비건’(vegan)들이 늘어나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미국에 살아 보면 안다. 미국인들은 무엇보다도 ‘고기 금단 현상’을 두려워한다. 따라서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겨 투석을 하는 사람도 많고 ‘패스트푸드’에 대한 경고도 살벌하다. 

특히 고기와 탄산음료의 결합에 대한 위험성을 수도 없이 강조한다. 그러나 오트밀(oatmeal)을 제외하고 미국인들은 주로 소고기를 즐긴다. 왜 소고기냐고? 그건 1492년 콜럼버스의 대륙발견 이후 아메리카 대륙 전체에서 가장 많이 발견된 동물이 소이기 때문이다. 한때 아르헨티나 소는 세계에서 가장 품질이 좋은 소였다. 

정통 남부식 립(RIB)스테이크

따라서 식민지를 거치면서 토착 원주민, 초기 지배세력이었던 스페인, 프랑스, 영국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다채로운 음식문화를 형성하게 된다. 이때 아프리카와 중남미에서 유입된 문화가 바로 ‘바비큐’라고 한다. 특히 중남미에서는 바르바꾸아(Barbacua)라고 부르는데 이것이 영어(barbecue)로 바뀌었다고 하며 조리방법은 처음 북미 대륙에 노예로 끌려온 중남미 카리브해 연안의 원주민들의 조리법인 ‘바르바꾸아’(Barbacua)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각각의 조리법과 부위 등이 다르기 때문에 한국처럼 모든 고기를 ‘meat’로 통칭하여 부르지 않는다. 미국인들에게 ‘meat’란 야생의 그것을 연상시키기 때문에 각 부위별로 부르게 되었다. 때문에 영어가 능숙하지 못한 외국인들 입장에서 아주 곤란한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따라서 소고기(beef) 스테이크라고 해서 다 같은 스테이크가 아니다. 코스트코 같은 마트에 가도 각 부위별로 스테이크 종류가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등심(fillet/sirloin), 꽃등심(beef scotch fillet), 갈비(rib), 안심(eye fillet/tender loin), 우둔살(rump steak) 등 정말 다양하다. 

▲1등급은 오로지 군대로!
한때 한국에서 광우병 선동을 하는 일이 있었다. 미국 쇠고기를 먹으면 ‘뇌에 구멍이 뚫린다’는 괴담이 돌던 시절 한 여배우가 ‘미국 쇠고기를 먹느니 청산가리를 입에 넣겠다’고 하여 파문이 일었었다. 그런데 수년 후 동일한 여배우가 뉴욕에 와서 스테이크를 먹으며 극찬을 했던 역설적 상황이 있었다. 

과연 미국 소고기는 위험한가? 그리고 미국 본토민들만 1등급을 먹고 다른 지역에는 형편없는 소고기를 먹게 하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이다. 미국 대통령도 ‘1등급 소고기’를 못 먹는다. 미국은 무조건 군대가 우선이다. 가장 좋은 것을 나라를 지키는 군대에 보급하고 그 외의 것을 국민이 먹는다. 따라서 과거 옛 어르신들이 ‘미군부대 스테이크’를 운운하시며 고 퀄리티에 대한 극찬을 하신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영화 ‘아이리쉬 맨’(The Irishman, 2019)

미국 도축장에서 가장 좋은 고기는 ‘군대’로 간다. 그다음 등급의 고기는 학교로 가고 세 번째 등급의 고기는 병원으로, 나머지는 시중에 판매하거나 수출한다. 미국은 군복 입은 사람들을 ‘MIU’(Man in Uniform)라고 해서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사람으로 인식하고 항상 존경심을 표하기 때문에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만약 1등급 미국 소고기를 먹고 싶다면 군대에 입대해야 한다. 거장 마틴 스콜시지(Martin Scorsese)가 감독하고 로버트 드니로(Robert De Niro)와 알파치노(Al Pacino)가 함께 나온 영화 ‘아이리쉬 맨’(The Irishman, 2019)속에서 노조원들과 결탁한 창고직원, 트럭 운전사 등이 마피아와 결탁하여 소고기를 빼돌려 팔고 그중에서도 최상급은 보스에게 상납하는 장면이 수차례 나오는데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추수감사절 칠면조

▲소고기만 고기냐?
미국인들이 ‘소고기’를 주로 먹다 보니 상대적으로 돼지고기와 닭고기는 소외된 측면이 있다. 또한 앞으로 다가올 최대 명절 중 하나인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에 먹는 칠면조(turkey) 역시 즐겨 먹는 편은 아니다. 그 이유를 물어보면 대부분 ‘고기가 퍽퍽하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실제로 미국의 돼지고기들은 대부분 살코기 위주이다. 실제로 모든 고기에 붙은 ‘기름’을 떼고 먹는 것이 그 특징이다. 엄연히 삼겹살(pork belly)도 미국에 존재한다. 가격도 저렴하지만 한국인들이 즐겨 먹는 것을 의아해한다. 살코기 중심의 식문화이기 때문에 육질이 ‘부드러운’것을 더욱 선호하기 때문이다. 

또한 소고기 외에 돼지고기와 닭고기 등은 그 가격이 매우 저렴하다. 그러나 소고기 선호사상으로 돼지고기의 경우 미국에서는 유명 래시피도 별로 없고 주로 소시지 원료로 쓰이기도 한다. 그러나 닭고기의 경우는 원주민들은 물론 히스패닉들의 절대적인 지지에 힘입어 ‘넘버 2’의 위치에 서 있다. ‘버팰로 치킨 윙’(Buffalo wing) 같은 미국의 10대 요리도 존재할 만큼 굳건하다. 1960 뉴욕의 버팰로에 있는 ‘Anchor Bar’에서 처음 제공되었으며 시큼 매콤한 ‘버팰로 소스’가 그 특징이다. 

El-Pollo-Loco(히스패닉 닭고기 전문점)

참고로 히스패닉들의 닭고기 사랑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들에게는 닭고기가 주식(主食)이다. 거의 모든 요리에 닭고기가 들어가며 닭고기 수프(soup)도 여러 가지 종류다. 아메리카 대륙을 볼 때 북쪽에는 소고기가 남쪽에는 닭고기가 강세였던 전통이 있다. 의외로 흑인들의 경우 육식을 즐겨 하지 않는데 그 이유를 물어보면 그들 특유의 ‘몸 냄새’를 꼽는다. 그들은 이른바 ‘흑인 비건 운동’(black-veganism)까지 펼치며 육식을 반대하기도 한다. 육식을 할수록 흑인 특유의 몸 냄새가 거부감을 더한다고 생각하며 고기와 비만의 상징인 백인들과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흑인들의 경우 압도적으로 채식주의자들이 많고 의외로 고기를 즐기지 않는다. 노예 생활을 오래 한 까닭에 고기를 자주 접하지 못해 그렇다는 설도 있으나 설득력이 떨어진다. ‘노동력 저하’를 막기 위해 닭고기와 감자 그리고 블루베리가 꾸준히 공급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닭고기는 거부감이 없다. ‘치킨 샌드위치’ 역시 흑인들이 즐기는 메뉴다. 가정에서도 식빵 사이에 치킨을 끼워 먹기도 하고 ‘치킨 샐러드’와 수프 같은 캄보(combo) 요리를 선호한다. 

한 가지 더! 원래 미국인들은 사골이나 갈비(LA 갈비), 도가니, 소꼬리 등은 버리는 부위였다고 한다. 그런데 한국인들이 정육점에서 고기를 사면서 공짜로 얻어다 먹기도 했는데 수요가 급증하고 이걸 다시 한국과 중국에 수출하는 과정에서 미국인들이 높은 수익률에 감탄하며 결국 ‘유료화’하였다. 안타까운 일이다. 때문에 고된 이민생활을 공짜로 제공 받은 사골을 고아 만든 사골국과 주말이면 이집 저집에서 구워 먹던 저렴한 갈비의 추억이 사라져 아쉬워 하시는 분들이 많다. 최근에는 미국인들에게는 생소한 ‘도가니’ 가격도 폭등했는데 그 이면에는 한국인들이 있었다.

▲미국판 한우–블랙 앵거스
미국에서도 고기를 먹는 문화가 지역마다 다르다. 다만 한국의 대표적 음식이 ‘김치’이듯이 미국의 대표적인 음식 하면 이구동성으로 ‘애플 파이’(Apple-Pie)를 손꼽는다. 서부지역의 경우에는 멕시코식 퓨전 요리인 ‘Tex-Mex’나 바비큐 형태의 고기 요리들이 발달 되어 있다. 중서부 사람들은 캐서롤(casserole), 고기 찜 (Pot roast) 등이 발달 되어 있으며 곡창지대답게 과한 소스를 자제하고 곡물, 야채 등과 혼합한 고기 요리를 즐긴다. 

남부식 갈비요리는 주로 소스가 관건이다. 소 갈빗살 스테이크(Ribs) 혹은 돼지고기 요리인 폭찹(pork-chop)요리를 즐기는데 시큼한 식초 기반의 진한 소스가 그 특징이다. 미국의 북동부에는 스테이크 레스토랑이 많다. 그리고 뉴욕 스테이크와 시카고 스테이크가 자웅을 겨루기도 한다. 

뉴욕 3대 스테이크 하우스중 하나인 '피터 루거'

물론 뉴욕 등 바닷가의 경우에는 블루크랩(blue crab), 랍스터(lobster)요리도 발달했으나 소고기 스테이크의 아성을 넘기에는 역부족이며 특히 뉴욕(New York)의 ‘3대 스테이크’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울프강(Wolfgang's Steak House), 피터루거(Peter Luger Steak House), BLT(BLT Prime)가 그 주인공이며 호불호에 따라 킨즈(Keens Steak House)를 포함시키기도 하는데 가성비 대비 어마어마한 양으로 승부하는 것이 특징이다. 

미국판 한우인 블랙 앵거스(Black Angus)

마지막으로 한우는 인기가 없다. 수입이 많이 되지 않은 것도 문제이지만 가격이 비싸다. 반면에 일본산 혹은 오스트레일리아산의 와규(和牛, Wagyu)는 가성비 대비 품질이 좋아 미국의 대표적인 소인 블랙 앵거스(Black Angus)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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