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전산(日本電産)을 둘러싼 흥미로운 영입과 퇴출
일본전산(日本電産)을 둘러싼 흥미로운 영입과 퇴출
  • 이재우
  • 승인 2022.02.08 15: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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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전산의 나가모리 시게노부(永守重信) 회장

일본전산(日本電産) 소니 에이스 오무라 류지 영입
<에디터 이재우> 일본전산(日本電産)은 자동차 브레이크용 모터 부문 세계 점유율 1위 기업이다. 일본전산을 이끄는 나가모리 시게노부(永守重信) 회장은 M&A의 귀재로 불린다. 그런 나가모리 회장이 반도체 부문 강화를 위해 소니 출신 에이스 영입을 발표한 건 1월 26일 결산(2021년 4~12월기) 발표회장이었다. 

영입 리스트에는 일본 반도체 업계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의 에이스급 인물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주인공은 최근까지 소니 그룹에서 반도체 부문 임원으로 일했던 오무라 류지(大村隆司). 그는 일본전산에서 반도체 부문 최고기술책임자를 담당한다. 반도체 대기업인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Renesas Electronics)의 요직에서 일했던 그는 2019년 소니로 이적, 반도체 자회사인 소니 세미컨덕터 솔루션즈 부사장을 역임했다.

나가모리 회장은 영입과 관련 “반도체 전문가로 일본에서도 유명한 분이다. 전략을 제대로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본 반도체업계에선 소니 에이스 영입 배경을 두고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새로운 M&A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나가모리 회장은 2021년에 인수한 일본전산머신툴(日本電産マシンツール:구 미쓰비시 중공공작기계)에 대해 “적자였지만 지금은 흑자화 됐다”며 또 다른 반도체 메이커 M&A 추진 가능성을 내비쳤다. 

차기 사장 후보 일본전산 부사장 쿠레 분세이(呉文精)의 퇴임
과거에 나가모리 회장은 반도체 대기업 르네사스(Renesas) 인수를 제안한 바 있다. 그 과정에서 이에 반대 입장을 표했던 쿠레 분세이(呉文精) 일본전산 부사장이 회사를 떠났다. 2015년 9월의 일이다. 일본흥업은행(현 미즈호 은행) 출신의 쿠레 분세이는 닛산 계열의 자동차 부품사 칼소닉칸세이(Calsonickansei) 사장을 지내면서 경영을 재건한 바 있다. 그런 그를 일본전산의 나가모리 회장이 2013년 6월 스카우트해 화제가 됐었다. 

쿠레 분세이는 일본전산의 성장 축인 가전, 산업 부문을 총괄했으며 특히 해외 사업 확대를 추진했다. 그런 그는 2014년 6월 대표이사로 취임, 차기 사장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혔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2015년 9월 일본전산을 떠났다. 

나가모리 회장은 쿠레 분세이의 퇴사와 관련, “실적이 더 올라갔다면 그만두는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쿠레 분세이가 나가모리 회장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일본전산의 철저한 실적주의를 엿볼 수 있는 한 장면이다. 

쿠레 분세이,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Renesas Electronics)으로
쿠레 분세이의 다음 선택지는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Renesas Electronics)였다. 일본​​전산 부사장을 퇴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쿠레 분세이를 기용한 건 닛산 부회장이던 INCJ의 시가 토시유키(志賀俊之) 회장이다. 쿠레 분세이가 닛산 계열의 칼소닉칸세이(Calsonickansei) 사장을 맡았던 인연이 작용했다. 

INCJ는 The Innovation Network Corporation of Japan의 약자로, 일본의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09년 설립된 정부 주도의 산업혁신기구(관민펀드 운영 기구)이다. INCJ는 일본 정부가 전체 자본금 가운데 95% 이상을 출자했다. 나머지는 일본정책투자은행과 26개 기업이 각각 출자했다. INCJ에 출자한 주요 기업은 캐논, 샤프, 소니, 도시바, 도요타자동차, 파나소닉, 히타치, 미쓰비시중공업 등이다.

이런 INCJ가 69% 이상을 출자한 기업이 르네사스다. 필두주주(筆頭株主)인 것. INCJ는 그런 압도적인 지배력으로 르네사스의 톱 인사에 영향력을 미쳐 왔었다. 쿠레 분세이는 그 희생자가 되고 말았다. 2016년 사장으로 취임한 쿠레 분세이는 2019년 6월 해임됐다. 이사회 자문기관인 지명위원회에서 전격 해임을 결정한 것이다.

지명위원회는 쿠레 분세이에 대해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며 사임으로 몰아 넣었다. 해임 이유는 실적 부진과 재무 체질 악화. 여기에 내부 불만도 작용했다. ‘자기 사람 앉히기’가 화근이 된 것. 

오무라 류지 내쫓고 자기 사람 앉히면서 화근
쿠레 분세이는 2018년 3월 인사에서 르네사스의 자동차용 사업을 견인해 오던 오무라 류지(大村隆司)를 퇴임시키고 그 후임에 한때 자기 부하였던 사람을 기용했다. 퇴임한 오무라 류지는 2018년 9월 소니로 돌아갔고, 르네사스 내부에서는 우수한 인재 유출이 가속해 됐다. 내부로부터의 이런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쿠레 분세이에 대한 포위망이 좁혀졌다. 

결론적으로, 한때 일본전산 부사장으로 일했던 쿠레 분세이가 오무라 류지를 밀어냈고, 그런 오무라 류지는 소니를 거쳐 일본전산에 최고기술책임자로 영입됐다. 일본전산을 둘러싼 흥미로운 영입과 퇴출의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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