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의 혀를 유혹했던 스코틀랜드 위스키
하루키의 혀를 유혹했던 스코틀랜드 위스키
  • 에디터 이재우
  • 승인 2022.03.18 0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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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픽사베이

<에디터 이재우> 오래전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위스키의 본고장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로 ‘위스키 순례여행’을 떠났다. 그가 방문한 스코틀랜드의 마을은 아일레이(Islay)라는 섬. 스코틀랜드의 서쪽 귀퉁이에 붙은 이 마을에서 하루키는 싱글 몰트 위스키를 제대로 맛보았다.

하루키의 스코틀랜드 위스키 순례

하루키는 여행을 다녀와서 ‘만약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면’(もし僕らのことばがウィスキーであったなら)이라는 얇은 책을 내놓았다. 사진은 그의 아내가 찍었다. 하루키는 아일레이 섬에서 맛본 위스키의 감상을 이렇게 적었다.

<아일레이 섬의 작은 펍 카운터, 7개 증류소에서 만든 위스키를 일렬로 세우고 맛을 서로 비교해보던 날. 그날은 기분 좋게 갠 6월의 어느 오후 1시였다.>

원문:
アイラ島の小さなパブのカウンターに、7つの蒸留所のウィスキーを並べテイスティングした日。それは、気持ちよく晴れた六月の、午後の一時。

하루키 문체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하루키는 “또 아이가 태어나면 사람들은 위스키로 축배를 든다. 그리고 누군가 죽으면, 사람들은 아무 말 없이 위스키 잔을 비운다. 그게 아일레이 섬”라고 적었다.

아직도 도라지 위스키를 팔고 있을까? 

도라지 위스키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그런 하루키가 만약 이 위스키를 맛봤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한국의 ‘도라지 위스키’다. 이젠 어느 가수의 노래 가사에서만 그 존재를 알 수 있는 추억의 술. 이 도라지 위스키엔 스카치 원액이 한 방울도 들어가 있지 않았다. 물론 도라지도 없었다. 60~70년대 이 술은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원래 부산의 한 양조장이 일본 위스키인 토리스(torys) 유사 상품을 제조, 상표를 ‘도리스 위스키’로 했다고 한다. 상표 위조 혐의로 구속됐다 풀려난 양조장 사장은 이후 이름을 ‘도리스 위스키의 자매품’이라는 문구를 내세운 ‘도라지 위스키’를 내놓았다고 한다.(한국학중앙연구원 주영하 민속학 교수)

토리스 위스키가 도리스 위스키로, 다시 정체불명의 도라지 위스키가 된 것이다. 도라지 위스키를 태어나게 한 토리스는 일본 주류회사 산토리(Suntory)가 1946년 출시한 위스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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