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 스미스의 ‘싸다구’와 그 파장
윌 스미스의 ‘싸다구’와 그 파장
  • 이훈구 작가
  • 승인 2022.03.30 23: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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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시상식장에서 크리스 록의 뺨을 때리는 윌 스미스

<미국 LA=이훈구 작가(재팬올 미국대표)> “흑인이 웃으면 따라 웃지 말고 길 가다 몸을 부딪치면 곧바로 사과하고 신속하게 자리를 빠져나갈 것이며 흑인들의 싸움에는 절대로 끼어들지 말라. 가장 중요한 것은 흑인에게 인격적으로 대해주면 반드시 당신에게 갑질을 할 것이다.”

필자가 미국 초보 이민자에게 가장 먼저 하는 충고다. 물론 지금 필자의 이 말은 100% 경험에서 나온 말인데, 아마도 받아들이기 힘드신 분들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3개월만 흑인과 함께 24시간을 지내 보라’고. 필자는 사우스캐럴라이나에서 흑인분들과 그렇게 살아 봤다. 그리고 내린 결론이다. 

▲아카데미상 최초 생방송 폭행사건
한쪽은 ‘언어 폭력’을 했고, 다른 한쪽은 ‘물리적 폭력’을 가했다. 농담에서 출발했지만 그 파장은 만만치가 않다. 3월 28일(한국시각) 미국 LA 돌비극장에서 진행된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장에서 엄청난 대형사고가 벌어진 것.  

이날 윌 스미스(Will Smith)는 자신의 아내 제이다 핑킷 스미스(Jada Pinkett Smith)를 조롱한 크리스 록(Chris Rock)의 뺨을 후려갈겼다. 그것도 생방송 도중에 온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크리스 록이 탈모 진단을 받고 민머리 스타일을 한 아내를 향해 “‘지 아이 제인’의 후속편을 기대한다”는 도 넘은 농담을 하자 격분한 것이다.

후려갈긴 사람이나 맞은 사람이나 당황하기는 마찬가지. 발단은 크리스 록(언어폭력)이 제공했지만, 사건 이후 여론은 점점 윌 스미스에게 불리해져 가고 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있다. 할리우드의 영화사들은 매우 조용하다. 다만 아카데미상을 주관하는 미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는 폭력을 용납할 수 없다며 사건에 대한 공식 조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할리우드의 수많은 배우들은 윌 스미스를 비판하고 있으며 인터넷 상에서는 패러디물 까지 넘쳐나고 있다. 

윌 스미스 부부

▲미국인들의 반응은?
윌 스미스의 행동을 두고 미국인들의 반응은 한국의 그것(크리스 록이 맞을 짓을 했다는 식의 반응)과는 결이 다르다. 처음 텔레비전을 시청하던 미국인들은 윌 스미스의 행동을 돌발행동으로 인식했다. 사실 자세히 보면 크리스 록이 농담을 시작했고 윌 스미스 역시 그저 웃고 즐겼다. 

문제는 이후 제이다의 불쾌한 반응을 인식한 윌 스미스가 순간적으로 뛰어나가 크리스 락의 뺨을 때렸다는 점이다. 물론 보는 사람에 따라 관점이 다를 수는 있다. 그러나 필자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윌 스미스의 행동이 갑작스러웠음을 인지했다. 

덕분에 미국인들 사이에서는 3가지 반응들이 나왔다. ‘흑흑 갈등’, 즉 흑인들 싸움에는 끼어들지 않는 게 좋겠다며 그냥 침묵하는 반응이 가장 첫 번째 반응이었다. 두 번째는 흑인들의 반응이었는데 ‘흑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증폭시킨 행동이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카데미 이사회의 ‘흑인’ 이사인 로저 윌리엄스(Roger Williams)는 “이 사건이 흑인이 대한 고정관념을 더 강화할 것”이라며 “그래서 내 마음 깊은 곳에 상처를 준다”고 우려 했다. 톱스타인 스미스가 전 세계로 생방송 되는 자리에서 폭력을 쓴 덕분에 ‘흑인은 폭력적이고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다’는 고정관념을 심어줄 수 있다는 의미다. 

인터넷에서 대유행중인 윌 스미스의 폭력에 관한 패러디 삽화

셋째로 윌 스미스의 극중 배역에서 보여진 이미지와 실제 이미지는 다르다는 것을 상기시켜 준다는 것이다. 그들 부부는 실제로 삶에서 ‘악동’ 이미지가 있다. 윌 스미스와 아내 제이다 핀켓 스미스는 ‘오픈 메리지’(open marriage) 관계로 유명하다. ‘오픈 메리지’란 결혼 후 상대방이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을 허락하고 이를 불륜으로 보지 않는 결혼 생활을 뜻한다. 한 마디로 이 커플은 ‘불륜 외도 O.K!’커플이다. 

심지어 아내인 제이다는 지난 2017년 21살 연하의 가수 어거스트 알시나(August Alsina)와 불륜을 저질렀고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가 되었지만 쿨하게 넘어간 전력이 있다. 또 윌 스미스가 지난 2012년 영화 홍보차 찾은 러시아 모스크바에서도 리포터의 뺨을 때렸다는 사실 역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이미지가 전부가 아니며 특히 윌은 흑인이라는 점에서 그동안 ‘흑인찬스’(Black chance)를 할리우드에서 누려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최근 ‘PC’(Political Correctness, 정치적 올바름)의 영향으로 할리우드에서는 흑인들의 배역에 엄청난 배려를 한다. 상업용 광고 역시 꼭 흑백커플이 가족으로 등장하며 이 때문에 수많은 아시안계 배우들이 기회를 박탈당하는 ‘역차별’이 존재하고 있기도 하다. 심지어 ‘007’의 제임스 본드까지도 흑인에게 배려하라는 목소리가 있어 실제 본드 역의 ‘대니얼 크레이그’(Daniel Craig)가 공식적으로 반대 의사를 피력한 바 있다. 

마이크 피기스 감독의 영화 '원나잇 스탠드'

▲왜 하필 ‘윌 스미스’인가?
마이크 피기스(Mike Figgis) 감독의 영화 ‘원 나잇 스탠드’(One Night Stand, 1997)는 미국의 흑인사회에 논쟁을 던져 준 영화다. 제목이 의미하듯이 뉴욕에서 남성과 여성의 ‘하룻밤 불장난’에 관한 영화다. 그런데 대상이 흑인 남자와 백인 여자다. 이미 스파이크 리(Spike Lee)의 ‘정글 피버’(Jungle Fever)에서 백인 여성(애너벨라 시오라, Annabella Sciorra)과 외도하다 호되게 고생했던 웨슬리 스나입스(Wesley Snipes)가 이 영화에서는 중국계 부인(밍나 웬, Ming a Wen)과 독일 출신 백인 여성(나스타샤 킨스키, Nastassja Nakszynski) 사이를 오간다. 

문제는 비록 영화지만 흑인 남성과 백인 여성이 원나잇 스탠드를 벌인다는 점이다. 당시 흑인 여성들은 그들의 우상인 ‘덴젤 워싱턴’(Denzel Washington)이 캐스팅 될까봐 시위를 벌일 정도였다. 한마디로 백인 여성에게 ‘흑인 남성’을 빼앗기고 싶지 않다는 논리였다. 백인 남성들 역시 불편해했다. 

그들은 미국이라는 나라가 건국할 때부터 흑인들의 ‘정력’에 대하여 매우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 결국 웨슬리 스나입스가 캐스팅되고 나서야 목소리가 잠잠해졌다. 이러한 관점에서 봤을 때 미국 흑인들의 반응은 똑같은 ‘사고’를 쳤더라도 사무엘 잭슨(Samuel L. Jackson) 혹은 덴젤 워싱턴이었다면 하는 아쉬움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윌 스미스와 아내 제이다 핀켓 스미스는 ‘오픈 메리지’(open marriage) 관계로 유명하다.

한마디로 왜 하필 ‘윌 스미스’냐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대상이 타인종이었다면 또 어떤 결과가 나왔을지에 대해서 주류사회는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아마도 ‘흑인폭동’이 일어나 미국 사회가 큰 혼란에 빠져들었을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흑인이면서 미 프로농구(NBA)의 간판스타 스테픈 커리(Wardell Stephen Curry II)는 “시상식을 본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나도 여전히 충격에 빠져 있다”며 ‘악마는 네가 가장 높은 곳에 있을 때 찾아 온다’는 격언을 명심하자고 했다. 

윌 스미스의 거듭된 사과에도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스미스가 시상식 후 파티에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췄다는 증언이 잇따랐다. 결국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는 격언이 적용된 사례가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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