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진의 SriLanka Talk/ 경제 위기와 라자팍사(Rajapaksa) 가문
김성진의 SriLanka Talk/ 경제 위기와 라자팍사(Rajapaksa) 가문
  • 김성진 작가
  • 승인 2022.04.04 1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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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스리랑카는 어수선 하지만 소들의 모습에선 평온함이 느껴진다.

시험지 인쇄 못해 국가 시험 연기 소동
<스리랑카=김성진 작가> 지난 3월 31일(목요일) 밤, 스리랑카에서는 있을 수 없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 일어났다. 현직 대통령의 사저 앞까지 시위대가 몰려갔다. 무소불위의 강한 대통령의 권위에 도전한 것이다. 대통령은 과거 국방부 장관으로서 타밀 반군을 무자비하게 살육하여 진압하는 선봉에 선 사람이라서 더욱 그렇다. 대통령의 권위에 도전한 대가로 국민은 국가 비상사태인 계엄령(Curfew)을 맞게 되었다. 

스리랑카는 국민의 생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석유, 석탄 및 일부 생활필수품을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인데 외화가 부족하여 넉넉하게 수입을 할 수 없게 된 지가 오래되었다. 급기야 하루 13시간 정전이라는 사태가 생기고 시험지를 인쇄하지 못해 국가시험이 연기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자동차의 연료를 넣기 위해 차들이 몰려든 풍경은 낯설지 않고 가정의 필수 연료인 LPG 가스를 사려고 늘어선 시민들의 피곤한 행렬은 흔한 모습이다. 규모가 큰 마트나 동네 구멍가게에도 즐겨 먹는 우윳가루는 동난 지 오래고 채소며 과일은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었다. 

동네 어시장의 아낙들. 

외화보유액 2년 만에 70%나 떨어져
국제 정세 분석가들은 스리랑카의 경제 위기가 26년간 지속된 스리랑카 내전에서 비롯됐고 또한 COVID-19 대유행 당시 라자팍사(Rajapaksa) 정부의 잘못된 관리에 원인이 있다고 했다. 국경 폐쇄로 관광 수입이 전혀 없는 상태였고 외환이 고갈될 위기에 처했으나 정부는 IMF에 도움을 구하는 것을 연기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스리랑카의 외화보유액은 2년 만에 70%나 떨어졌고 연간 인플레이션은 최고 55%까지 치솟았다. 

1948년 독립 이후 최악의 경제 위기에 대한 분노가 스리랑카에서 끓어오르고 있는데, 국민은 ‘GOTA(대통령을 칭함) GO HOME’을 외치거나 ‘RAJAPAKSA 가문은 물러가라’와 같은 현 정부의 부패와 실정을 비난하는 등 라자팍사 가문을 향한 경고 내용 일색이다. AFP통신은 RAJAPAKSA 가문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전현직 대통령 등 요직에 포진한 사람들
첫 번째 인물은 집안의 지도자 격인 76세의 마힌다 라자팍사(Mahinda Rajapaksa)는 카리스마 넘치는 그룹의 대표이자 현 총리이다. 그는 2004년에 총리를 하다가 2005년부터 2015년까지 대통령을 지냈다. 마힌다는 2009년 5월 26년간 이어져 온 타밀 반군의 내전을 종식함으로 주류 민족인 싱할러-불교도들로부터 적극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코로나 탈출?, 부자? 뭘 위해 기도하는 걸까. 

내전의 마지막은 난민캠프에 몰려든 약 4만 명의 민간인(유엔 추산)을 스리랑카군이 무차별 폭격하여 사망케 하면서 끝이 났다. 라자팍사는 사망자 수를 부인하고 잔혹 행위에 대한 국제 조사를 거부했다. 

재임 기간 중국으로부터 도로, 공항, 항만 건설을 위해 70억 달러 규모의 차관을 들여왔다. 그러나 내전 후 스리랑카 타밀족과의 차별과 분열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거의 노력하지 않았다고 한다. 타밀 공동체는 전쟁 희생자를 추모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고 대부분 소외된 채로 살아가고 있다.

두 번째 인물은 현 대통령인 고타바야 라자팍사(Gotabaya Rajapaksa)이며 72세이다. 형인 마힌다가 집권할 때 군과 경찰을 일상적으로 통제하는 국방부 장관직을 맡고 있었다. 반대 세력을 납치하고 실종시킨 암살단의 배후에 있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터미네이터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의자에는 누가 앉느냐에 따라 운명이 달라진다. 대통령이든, 뭐든.

대통령으로서 스리랑카의 경제 위기를 지휘해왔다. 차관 등 부채를 갚기 위한 외화 부족이 심각해지자 정부는 수입을 대폭 줄임으로 사회 전반에 심각한 생활필수품 부족을 초래했다. 관광 의존도가 높은 경제는 2019년 부활절 일요일 연쇄 폭발과 그 후 COVID-19 팬데믹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는 라자팍사 가문이 수년간 만성적인 재정적자와 무리한 감세 등 국가 운영을 잘못한 책임이 더 크다고 말한다.

세 번째 인물은 70세인 바질 라자팍사(Basil Rajapaksa)인데 마힌다 정권에서 경제를 관리한 정치 전략가(?)로 현 정부의 재무장관이다. 그는 BBC 인터뷰에서 정부 계약 시 커미션 10% 챙겼다고 말함으로 ‘Mr Ten Percent’라고 불린다. 국고에서 수백만 달러를 빼돌린 혐의로 고발당했으나 고타바야가 대통령이 된 이후 모든 소송은 취하되었다. 

네 번째 인물 79세의 차말 라자팍사(Chamal Rajapaksa)는 마힌다가 대통령이었을 때 국회의장을 지냈으며 전직 해운항공부 장관이기도 하다. 그는 현재 수자원부 장관직을 수행하며 고타바야 내각에서 국방부 제2인자의 역할도 한다. 전직 경찰관이었던 그는 세계 최초의 여성 총리인 시리마보 반다라나이케의 개인 경호원으로 일한 경력이 있다.

마지막으로 변호사 나말 라자팍사(Namal Rajapaksa, 35세)는 왕가의 후예이자 마힌다의 장남으로 언젠가 대통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10년 불과 24세의 나이로 국회에 입성해 현재 체육청소년부 장관을 맡고 있다. 아버지 집권 10년 동안 여러 이권에 개입하며 큰 영향력을 누렸다고 한다. 돈세탁과 다른 부패 혐의로 소송 중이나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국민들 '따숩고 배부르게' 해주는 건 지도자의 가장 기본이다. 

내각 총사퇴라고는 하는데...
글을 쓰고 있는 동안 스리랑카의 경제 위기를 초래한 책임을 지고 내각이 총사퇴한다는 뉴스가 속보로 떴다. 유감인 것은 총리인 마힌다 라자팍사는 물러날 생각이 없다는 것이고. 그의 아들인 나말 라자팍사는 장관직 사퇴에 동참하겠다고 했다. 

또 다른 속보는 나말 라자팍사 장관의 부인 리미니 라자팍사와 그녀의 부모가 반정부 시위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이름 모를 섬으로 오늘 아침 출국했다고 한다. 그리고 마힌다 라자팍사 총리의 두 딸도 이 나라를 떠났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총 9명이 출국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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