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진의 SriLanka Talk/ 한국으로 떠나는 자와 남은 자
김성진의 SriLanka Talk/ 한국으로 떠나는 자와 남은 자
  • 김성진 작가
  • 승인 2022.05.01 1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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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로자로 파견되는 청년들을 위한 환송식이 열렸다.

스리랑카 경제위기 속 근로자 파견 다시 시작
<스리랑카=김성진 작가> 세상을 옴짝달싹 못하게 묶어 두었던 코로나-19가 세상에 나타난 지 거의 3년 세월이 지났다. 이제 코로나가 조금 잠잠해지자 겨우내 얼었던 강물이 봄기운에 녹아 흘러가듯 세상 밖으로 나가기를 고대하던 젊은 청춘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4월 29일 스리랑카 외국인 고용부(Sri Lanka Bureau of Foreign Employment) 강당에서는 한국에 근로자로 파견되는 96명의 청년들을 위한 환송식이 있었다. 여기를 떠나면 공항 가까이 있는 호텔에서 2박 3일간 대기하며 마지막 건강점검을 마친 뒤 5월 3일 화요일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하게 된다. 

여전히 발길을 붙잡는 과일 가게.

한국산업인력공단 (HRDK, EPS Center in Sri Lanka) 스리랑카 지사장인 이주철 센터장을 만났다. 그는 “한국에 근로자로 갈 수 있는 자격을 가지기 위한 첫 번째 관문인 한국어 능력 시험 (EPS-TOPIK)에 합격하고도 코로나-19사태 이후 세계적인 공항봉쇄와 외국인 입출국의 제한으로 인하여 한국에 가지 못하고 기다리던 인원이 5천 명에 달했다”고 했다. 

그러나 올해 2022년 들어 시작한 근로자 파견 계획에 따라 1천 명은 벌써 한국으로 떠났고 나머지 4천 명은 소진될 때까지 매주 100명씩 한국으로 보낼 예정이라고 했다.

스리랑카는 눈덩이처럼 불어난 외채 때문에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는 중이다. 주요 생필품과 LPG 가스, 석유 등 연료를 100% 수입에 의존하는 스리랑카는 외화 부족으로 최소한의 물량도 수입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고 말았다. 급기야 국민은 거리에 나섰고 정권 퇴진을 외치며 연일 시위대가 모이고 흩어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과일을 앞에 둔 마음만은 부자.

관광객이 남겨주는 수입과 자국민 재외근로자의 송금액이 스리랑카 경제에 30% 이상 이바지하는 구조로 볼 때 2019년 부활절 성당 테러 사건과 코로나-19가 닥친 지난 시간은 지금의 스리랑카 경제위기가 닥칠 수밖에 없는 당연한 이유 중 하나였다고 본다. 

한국산업인력공단 (HRDK, EPS Center in Sri Lanka) 이주철 센터장과 외국인 고용부 란데니아 (R.K.K.M.P.Randeniya) 국장은 청년들이 떠나기에 앞서 격려사를 했다. 

“여러분이 한국에 가서 열심히 일하여 송금하는 달러는 스리랑카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남아있는 가족과 친구들은 여러분 덕분에 행복해질 것이다”라며 부디 건강하게 지낼 것을 당부했다. 특히 이주철 센터장은 혹시 한국 생활을 하는 동안 어려움이 닥치면 한국의 각 지역에 있는 한국산업인력공단 지사를 찾으라고 했다. 

복권은 가난한 자들에겐 늘 희망이고 위안이다.

2만 6천 명은 내년 시험 기다리는 실정
코로나 팬데믹 동안 실시하지 못했던 한국어능력시험(EPS-TOPIK)이 올해 5월부터 시행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어 능력 시험에 응시하고자 접수한 사람이 3만 1천 명이라고 한다. 

3만 1천 명은 한국어 능력 시험을 통해 우열이 가려지고 애석하게도 약 5천여 명에게만 한국행 티켓을 손에 쥐여준다. 그것도 이미 시험에 합격하고 대기 중인 4천 명의 선배들이 다 떠나고 난 다음에.

인내심을 동반한 기다림이 필요하다. 넉넉한 햇빛과 흘러넘치는 강물, 계절마다 열어 맺히는 과일과 채소가 풍성한 나라. 하지만 요즘은 모든 게 엉망이다. 거리마다 반정부 시위대가 몰려다니며 호각을 불고 북을 치고 소리를 지르며 돌아다닌다. 

경제는 어렵지만 상인들은 평온함을 잃지 않고 있다.

이주철 센터장은 “외국인 인력이 절실히 필요한 한국의 노동 현장을 볼 때 스리랑카가 겪고 있는 경제난을 참작하여 스리랑카 근로자의 쿼터(현재 연간 1천 5백 명에서 2천 명 선)를 대폭 늘려 주는 것이 진정 이 나라와 국민을 도와주는 것”이라며 한국 정부의 특별한 선처가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3만 1천 명이 한국어 능력 시험을 치르겠다고 접수를 했지만,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2만 6천 명은 내년 2023년에 있을 시험을 다시 준비하여야 한다. 또 기다리고 기다려야 한다. 게다가 내년에 합류할 새로운 한국어 능력 시험 접수자와 함께.

남아있는 자는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다. 이 불편하고 암담한, 눈물만 나는 이들의 나라 스리랑카, 여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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