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의 아들... 금수저 배우? 고이즈미 고타로
총리의 아들... 금수저 배우? 고이즈미 고타로
  • 이훈구 작가
  • 승인 2022.05.11 1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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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고이즈미 고타로

<미국 LA=이훈구 작가(재팬올 미국대표)> 고이즈미 고타로(小泉孝太郎, 1978년생)는 소위 말하는 ‘금수저 집안’ 출신이다. 아버지가 일본의 정치인으로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총리(제87·88·89대 내각총리대신)로 재임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이기 때문이다. 정치 세습에 대해 관대한 일본의 풍습상 그는 다른 정치 가문의 자녀들처럼 정계입문의 수순을 밟는 것이 정석이었다. 

하지만 연예계에 입문하면서 그 동생인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가 대신 정치가의 길을 걷고 있다. 최연소로 4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제27대 환경대신(環境大臣)에 임명되었고 차기 총리 유력후보로 거론 될 만큼 아버지의 뒤를 이어 탄탄대로를 걷고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자체가 자녀들의 정치입문에 대하여 부정적이었고 “그밖(정치)에 열중할 것을 찾아라”(ほかに夢中になれることを探せ)라는 권유로 본인 스스로 정치 외에 다른 길을 찾아 성공한 케이스다. 

어린시절의 고이즈미 고타로, 아버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 동생 고이즈미 신지로 의원

▲피할 수 없는 금수저 집안 출신
그러나 고이즈미 고타로가 배우로 성공하게 된 계기 역시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고등학교 시절 야구부에 소속되어 고시엔(甲子園)을 목표로 하고 있었지만, 3학년 지방대회 때 허리가 아파 경기에 뛰지 못하고 응원만 하는 불운을 겪었다. 팀은 지방대회의 1회전에서 패퇴하고, 본인도 야구의 길을 포기하게 된다. 

니혼대학(日本大學)의 경제학부에 입학했지만 학업 보다는 ‘배우’가 되는 길을 찾아 다녔다. 황당하게도 180센티미터(실제로는 177cm)에 못 미치는 신장 때문에 ‘21세기의 이시하라 유지로를 찾아라’(21世紀の石原裕次郎を捜せ)라는 오디션에 떨어지고 만다. 

그러나 계속 연기자의 꿈을 키워 가던 중 아이러니 하게도 아버지가 총리가 되면서 복수의 연예기획사들로부터 제의를 받게 되었고, 그러다 유명 코미디언이자 영화배우인 이카리야 초스케(いかりや長介)가 소속된 회사에 영입이 되어 그에게 연기를 사사 받아 본격적인 배우의 길에 접어들었다. 

데뷔 첫해 15개의 CM(산토리 맥주 등)을 찍는 등 톡톡한 후광을 누렸다. 물론 첫 광고인 산토리의 ‘발포주’(發泡酒) 광고가 당시 총리였던 아버지 고이즈미 준이치로의 정책과는 정반대여서 ‘후광’이라는 오해에서 벗어나기도 했다. 발포주란 맥주의 사촌 쯤 되는 술인데 맥아함량이 25% 미만이라는 이유로 주세가 맥주의 절반(3백50밀리 캔당 36.75엔)밖에 되지 않아 주당들로부터 절대적 인기를 얻고 있었던 것. 

그런데 돌연 당시 일본정부가 ‘세수부족’을 이유로 발포주의 세금을 맥주 수준으로 올려 ‘부자간 대결’이라는 화제를 낳기도 했다. 2002년 27세 여성의 첫 경험 이야기를 다룬 로맨틱 코미디물인 후지TV의 ‘퍼스트 타임’(初體驗)을 통해 데뷔했으며 비록 한때 ‘낙하산’ 오해를 받기도 했지만 연기력이 평타 이상이고 꾸준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기 때문에 배우로서의 평가는 좋은 편이다. 

4선의원이자 일본 역사상 최연소 환경장관 고이즈미 신지로

▲고이즈미가(家)의 후계
고이즈미가(家)의 정치 DNA는 3대 위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타로의 증조 할아버지인 고이즈미 마타지로(小泉又次郞, 1865~1951)는 12선을 내리 한 거물 정치인이었다. 그 집안의 딸인 요시에(芳江)는 당의 ‘훈남’ 사무직원인 사메지마 준야(鮫島純也)에게 한 눈에 반하여 사랑의 도피를 했고, 격노한 아버지는 신문에 ‘집으로 돌아오라’는 광고까지 냈지만 결국 데릴사위가 되는 것으로 정리됐다. 

그가 바로 할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야(小泉純也)다. 따라서 ‘고이즈미 가(家)’의 후계로서 입지가 탄탄했던 터였다. 동생 고이즈미 신지로가 아버지의 후광을 넘어 자신만의 정치력도 입증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는 ‘도련님’이 아닌 ‘박력남’의 이미지에 준수한 외모와 달변, ‘바른 생활’의 이미지에다가 자민당 내에서 ‘개혁파’의 이미지를 굳혔다. 

유명 아나운서인 타키가와 크리스텔(滝川・ラルドゥ・クリステル)과 결혼한 것도 이 때문이다. 때문에 고이즈미 가문의 후계이자 장남인 고이즈미 고타로의 결혼에 관심이 쏟아지고 있으며 한때 NHK 드라마 ‘야에의 벚꽃’에 함께 출연했던 배우 아시나 세이(芦名星ㆍ36)와 교제 했었으나 결별 후 그녀가 갑작스런 사망을 하면서 줄곧 솔로로 있다.

드라마 '굿 와이프'의 고이즈미 고타로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
그러나 연기자로서의 고이즈미 고타로를 평가하는 많은 이들은 그가 ‘주연’을 고집하지 않고 ‘빛나는 조연’으로서 폭 넓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을 후하게 평가한다. 물론 ‘경시청 제로계’ 시즌3 같이 그가 주연을 맡은 작품도 있지만 그는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악역도 서슴지 않고 주어진 역할을 소화해 내는 장점이 있다. 

특별히 친한 연예인으로는 배우 호소가와 시게키(細川茂樹), 코미디언 무로츠 요시(細川茂樹) 등이 있다. 그의 철칙으로는 “누구에게도 자신을 공개한다”(誰に対しても自分を開示する)이며 따라서 ‘친구’가 많고 친화력이 좋은 배우로 정평이 나있다. ‘금수저’라는 자신의 배경에 개의치 않고 누구나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자신만의 신념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있기도 하다. 

영화 '춤추는 대수사선'의 고이즈미 고타로

그의 주‧조연 작품을 말할 때 가장 성공작은 ‘파견의 품격’(ハケンの品格, 2020)이며 가장 굴욕작은 ‘콜센터의 연인’(コールセンターの恋人, 2009년)을 꼽는다. 둘 다 극작가 나카조노 미호(中園ミホ)의 집필작인데 ‘콜센터의 연인’의 경우 평이한 드라마 소재와 느린 전개를 저조한 시청률의 원인으로 꼽기도 했다. 

‘파견의 품격’의 경우 한국에서는 ‘직장의 신’으로 리메이크 되기도 했으며 시노하라 료코(篠原涼子), 코이즈미 코타로, 오오이즈미 요(大泉洋)간 삼각관계가 화제를 몰고 오면서 시청률을 견인한 사례다. 한국에서도 폭넓은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고이즈미 고타로. 그가 정치인 가족으로서가 아닌 배우로서의 도전은 지금도 계속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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