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 미국 리포트/ 먼로와 TCL 차이니스 극장
생생 미국 리포트/ 먼로와 TCL 차이니스 극장
  • 이훈구 작가
  • 승인 2022.05.22 20: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차이니스 극장과 마릴린 먼로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미국 LA=이훈구 작가(재팬올 미국대표)> 할리우드의 명소 중 명소인 TCL 차이니스 극장의 창립 95주년 행사가 5월 18일 오전 극장 앞 광장에서 열렸다. 세계를 대표하는 극장 중 하나인 TCL 차이니스 극장이 오픈한 건 지금으로부터 95년 전인 1927년 5월 18일. 세실 B. 데밀(Cecil B. DeMille) 감독의 ‘왕중왕(The King of Kings)’ 시사회와 함께 그루먼스 차이니스 극장(Grauman's Chinese Theatre)이라는 이름으로 개장했다. 

이 극장의 첫 상영작을 보기 위해 할리우드 거리(Hollywood Blvd)에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줄지어 입장을 기다렸고, 극장은 다음날인 5월 19일 일반인들에게도 공개되었다. 할리우드의 랜드마크인 이 극장에서는 지금도 많은 영화 시사회는 물론 아카데미 시상식(three Academy Award ceremonies)과 수많은 행사가 열리고 있기도 하다. 

TCL 차이니스 극장 95주년 행사

TCL 차이니즈 극장은 단일관으로는 세계 최대의 아이맥스(IMAX)상영관과 북아메리카에서 3번째로 큰 영화 스크린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영화 ‘에비에이터’(The Aviator, 2004)에서 항공왕 하워드 휴즈(Howard Hughes)가 자신의 역작인 항공 서사시 ‘헬즈 엔젤스’(Hell's Angels)를 상영한 곳도 이 극장이고 실제로 그랬다.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가 최근 TCM 클래식 영화제에서 IMAX 4K 상영으로 ‘ET Extra-Terrestrial’의 40주년을 축하한 곳도 바로 이곳이었다. 

실제로 하워드 휴즈의 '헬즈 앤젤스'가 상영되던 때의 차이니스 극장

▲200여 명 스타들의 ‘핸드 앤 풋 프린트’
개관 당시, 한국 돈으로 약 22억원의 건축비가 들어간 이 극장의 인상적인 외관은 중국의 거대한 탑을 모티브로 디자인되었다. 극장의 높이는 약 27m로, 상단이 연철 마스크로 장식된 2개의 거대한 산호색 기둥이 청동 지붕을 떠받치고 있으며, 기둥 중간에는 돌로 조각된 9m 높이의 커다란 용이 장식되어 있다. 

차이니스 극장의 명물 '해태상'

중국에서 들여온 거대한 ‘해태상’은 지금도 변함없이 극장의 출입구를 지키고 있다. 이 극장은 1968년에 로스앤젤레스 역사문화 유산 기념물 55호로 등재되기도 했다. 인근 Hollywood & Highland 쇼핑몰에는 비슷한 스타일로 장식된 6개의 추가 상영관(Chinese 6)이 있다. 안팎으로 이곳은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화려하고 사치스럽고 호화로운 영화관이며 뷰가 좋아서 사진을 찍기 위해 오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특별히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Walk of fame)에 위치한 만큼 관광객들의 필수코스라고 할 수 있는데 앞마당에는 기념품 가게가 있고 시멘트로 손도장을 찍어 집으로 가져갈 수도 있다. 95주년인 지금까지도 여전히 할리우드에서 최고의 프리미어 행사 장소로 인기가 높다. 

그러나 더욱 주목을 받는 것은 극장 앞에 있는 200명 이상의 유명 스타들이 시멘트 위에 찍어 놓은 핸드 프린트와 풋 프린트다. 자필 서명과 짧은 커멘트들을 볼 수 있는 건 덤이다. 물론 이 프린트들은 처음 실수로 시작되었다는 설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극장의 공식 입장은 무성영화계의 대스타였던 ‘노마 탈마지’(Norma Marie Talmadge)가 실수로 컨크리트가 마르기도 전에 발을 들여 놓은 것에서 유래 되었다고 한다. 원래 이름은 ‘그루먼스 차이니스 극장’(Grauman's Chinese Theatre)이었으나 1973년 ‘Mann's Chinese Theatre’로 이름이 변경되었다. 그 이름은 역시 2001년까지 지속되다가 그 후에 원래 이름으로 돌아가기를 반복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2013년 1월 11일, 중국 전자 제조업체 TCL Corporation이 시설의 명명권을 구입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 극장은 에어컨이 설치된 최초의 상업 영화관이었다. 통풍구는 강당 측벽의 수입 장식 기둥 뒤에 숨겨져 있다. 이 극장의 설립자인 그루먼(Sid Grauman)은 100% 순수한 공연장 및 상영관으로서만 생각했기 때문에 매점을 설계하지 않아 1930년대에 들어서서 비로소 설치되기도 했다. 

핸드 프린팅 행사에서의 마릴린 먼로와 제인 러셀(사진 위). 자신의 다리를 프린팅 하고 있는 베티 그레이블(사진 아래)

▲마릴린 먼로의 추억
이번 95주년 축하행사에서도 어김없이 팡파르와 함께 오색종이가 날리자 마릴린 먼로(Marilyn Monroe)분장을 한 여성이 등장하여 기뻐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극장 곳곳에 마릴린 먼로의 흔적과 자취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먼로는 어린 시절 차이니스 극장에서 영화를 보며 영화배우의 꿈을 키우고 1951년에는 극장 앞 광장에 발자국을 남겼다. 

올 여름 95주년을 맞아 그녀의 생일에 맞춰 기념하는 영화제가 준비되어 있기도 하다. 또한 1953년 6월 26일 이 극장 광장에서 영화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Gentlemen Prefer Blondes)의 개봉 기념 이벤트로 주연인 마릴린 먼로와 제인 러셀이 핸드 프린팅을 했다. 함께 한 제인 러셀(Jane Russell)이 생전에 “나는 마릴린이 ‘영원한 일이지, 그렇지?’라고 말한 것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라고 회고한 바 있다. 

마릴린 먼로의 속삭임이 얼마나 달콤했던지 제인 러셀을 울게 만들었다고 한다. 그날은 여러 가지로 화제를 몰고 왔는데 당대 최고의 섹스 심볼인 두 여배우가 나란히 핸드 프린팅을 진행했다는 자체만으로도 큰 이슈가 되었으리라. 

영화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

‘포코트 오브 더 스타’(Forecourt of the Stars)로도 잘 알려진 이 광장은 200여 명의 유명 인사가 남긴 손자국과 발자국, 자필 사인이 컨크리트로 영구 각인되어 있으며, 방문객들은 마릴린 먼로(Marilyn Monroe), 탐 행크스(Tom Hanks)는 물론 베티 그레이블(Betty Grable, 미국의 배우 겸 가수)의 다리, 지미 듀랜트(Jimmy Durante, 미국의 재즈 연주가)의 코, 해리포터 삼총사의 마법 지팡이 등 할리우드의 역사를 실제로 만지며 느껴볼 수 있도록 해 놓은 것이 특징이다. 

만약 할리우드에 갈 기회가 있다면 반드시 찾아가 볼 것을 권장한다. 다만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명예의 거리에서 사진을 찍을 때이다. 수많은 무명 배우들이 저마다 ‘조커’, ‘스파이더맨’, ‘배트맨’, ‘미니 마우스’ 등 분장(코스튬 플레이어)을 하고 돌아다니다가 슬그머니 함께 사진을 찍는다. 물론 ‘공짜’가 아니다. 대략 한 건당 10~20달러를 팁으로 요구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호의로 생각하고 사진 촬영에 응해주면 안 된다. 팁을 주지 않으려면 단호한 거절이 필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