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그곳...유환석(그림) 화백과 손문자(인형) 작가의 콜라보
춘천 그곳...유환석(그림) 화백과 손문자(인형) 작가의 콜라보
  • 에디터 이재우
  • 승인 2022.06.22 2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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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환석 화백(한국시사만화가협회장)이 김유정 소설의 한 장면이 담긴 그림을 들어보이고 있다. 

그림을 보다가 끼득끼득 웃고 말았다. 여자아이(마름의 딸 점순이)와 남자아이(소작농의 아들)가 서로 티격태격하는 토속적인 그림.

“느 집엔 이거 없지?”(마름의 딸 점순이)
“난 감자 안 먹는다.”(소작농의 아들)

장난기 가득한 표정의 점순이가 감자 3개를 내민다. 그런데 소작농 아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돌아보지도 않는다. 둘의 심리전. 그림 한 컷으로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 그 재미가 쏠쏠하다.

‘김유정의 글 10장면 전(展)’이 열리고 있는 춘천 실레책방.

그림은 소설가 김유정(金裕貞:1908~1937)의 대표작 ‘동백꽃’의 한 장면. 그림을 그린 이는 춘천이 고향인 유환석 화백(한국시사만화가협회장). 유 화백은 손문자 인형작가와 콜라보전을 펴고 있다. ‘김유정의 글 10장면 전(展)’. 

“나의 고향은 저 강원도 산골이다. 춘천읍에서 한 이십리 가량 산을 끼고 꼬불꼬불 돌아 들어가면 내닷는(내닫는) 조그만 마을이다. 앞뒤 좌우에 굵찍굵찍한(굵직굵직한) 산들이 빽 둘러섯고(빽 둘러섰고) 그 속에 묻친(묻힌) 안윽한(아늑한) 마을이다. 그 산에 묻힌 모양이 마치 옴푹(옴팍)한 떡시루 같다하여 실레라 부른다.”

‘동백꽃’, ‘봄봄’으로 잘 알려진 소설가 김유정은 수필 ‘오월의 산골작이’(1936.5)에서 고향 춘천 실레마을을 이렇게 묘사했다. 김유정은 서울에서 공부(휘문고보 졸업, 연희전문학교, 보성전문학교 휴학)하다 고향 실레마을로 내려와 ‘금병의숙’이라는 간이학교를 세워 학생들을 가르쳤다. 1930~1932년 무렵이다. 그 인연으로 현재 실레마을에는 김유정문학촌이 조성되어 있다. 

손문자 작가의 인형과 유환석 화백의 그림. 

문학촌 인근 마을 어귀엔 실레책방이라는 작은 독립책방이 하나 있다. 유환석 화백과 손문자 인형작가의 콜라보 현장이다. 두 사람은 ‘오월의 산골작이(산골짜기)’ 등 소설 6편과 수필 4편에서 인상적인 장면 10장면을 선택해 그림과 인형으로 제작했다.

아담한 책방 공간. 소설속 여러 장면들이 금방이라도 현실로 툭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인형과 그림은 서로를 보완, 도와주며 토속미를 한층 리얼하게 전달하고 있었다. 

유환석 화백은 "예전에 건성건성 읽었던 김유정 작품을 이번 작품전을 위해 꼼꼼히 읽어 보게 되었다"고 했다. 

손문자 작가는 인형의 표정처리에 정성을 기울였다고 했다. 실제로 살펴보니, 얼굴에 나타난 다양한 감정이 눈길을 확 끌었다. 유환석 화백은 색감처리에 세심한 공을 들였다고 했다. 그는 “일러스트와 만화 스타일로 펜, 오일파스텔, 아크릴컬러 등으로 다양하게 표현해 보았다”고 했다. 

유 화백이 손문자 작가의 인형을 들어보이고 있다. 

유 화백은 “토속미 물씬 풍기는 소설 ‘동백꽃’의 배경은 춘천의 금병산으로 알려져 있다”며 “금병산은 춘천 시내에 우뚝 솟아 있는 산으로, 김유정이 살았던 그 시절 금병산엔 동백꽃이 많이 피었던 것으로 전해진다”고 했다.  

작품전에 만난 한 손님은 “멋진 그림과 귀여운 인형을 보니 김유정 소설가의 작품을 다시 읽어보고 싶어진다”며 “춘천을 다시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했다. 작품전은 26일까지. <에디터 이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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