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 미국 리포트/ 이민 120주년·코리언퍼레이드 50주년
생생 미국 리포트/ 이민 120주년·코리언퍼레이드 50주년
  • 이훈구 작가
  • 승인 2023.09.15 13: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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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긍지 빛낸 ‘이민사 영웅 10인’도 선정
미주 최초의 한인촌 '파차파' 캠프(하와이 대학교 한국학 연구회)

<미국 LA=이훈구 작가(재팬올 미국대표)> 지난 1903년 갤릭호를 타고 하와이로 출발한 것을 시작으로 한 ‘미주 한인 이민 디아스포라’가 올해로 120주년을 맞는다. 이에 코리언 퍼레이드 등을 준비하고 있는 한인사회는 매우 분주하다. 특별히 한미동맹 70주년도 함께 기념하는 만큼 다양한 행사들이 진행되고 있다. 미주 한인 사회는 흩어졌던 동포사회를 하나로 통합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활발하다. 

편가르기가 심화 되었던 지난 한국 정부 시절의 후유증으로 많은 단체들이 두쪽났고 소송을 벌이는 등으로 한인들의 권익을 지키기에 열악한 상황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이번 한인의 날 행사를 임하는 단체와 개인들은 한인회를 중심으로 ‘통합’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뿐만 아니라 한인 사회는 특히 본국의 정치상황에 민감한터라 내년 한국의 총선을 계기로 분열이 심화될 것을 우려하여 서둘러 화합의 장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민생활에 있어서 동포사회의 분열은 공멸을 뜻하기 때문이다. 

지난 1992년 흑인폭동을 경험했던 한인사회로서는 이번 120주년 기념행사가 매우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동포들의 현안 문제들을 해결함에 있어서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 로스앤젤레스 역시 매주말 코리아타운의 심장부인 ‘윌셔/웨스턴역’(Wilshire/Western Station)에서는 좌우로 갈려 마주보며 서로를 비방하는 집회가 끊이지 않았고 선거 때마다 복수의 한인 후보들이 난립하여 공멸한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이번 ‘미주 한인 이민 디아스포라 120주년’을 맞는 한인사회는 비장하다. 

다큐멘터리 '흔적'

▲다큐멘터리 ‘흔적’
120주년을 가장 뜻깊게 맞이한 곳은 하와이다. '하와이 무명 독립운동가'들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가 미주 한인 이민 120년 맞아 탁본을 통해 다큐멘터리 ’흔적‘이 공개되었다. 1903년 당시 121명의 한국인은 하와이 사탕수수 노동자로 일하기 위해 이민선에 올랐고 그로부터 3년간 64회에 걸쳐 7,400여 명이 하와이 땅을 밟았다. 

이들은 하루 10시간에 달하는 고된 노동을 하면서도, 생활비를 쪼개 독립운동을 지원화기 위한 기금모금에 나섰다. 하와이 사탕수수 노동자들은 해외 최초 의열 투쟁의 불씨를 지핀 장인환·전명운 의사 구제를 위한 재판비용 모금을 시작으로, 안중근 의사의 재판비용을 모았으며, 상하이 임시정부에도 지원금을 보냈다. 이렇게 모은 돈을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약 44억 원에 달한다. ‘한국 학교’라는 뜻의 쿨라 콜레아(Kula Kolea)는, 1913년부터 25년간 하와이를 근거지로 독립운동을 펼친 이승만과 한인 동포들의 자취가 서린 곳이다. 

교육이 독립의 근본이라고 믿은 이승만박사가 사탕수수밭 한인 노동자들의 자녀를 세계 시민으로 길러내기 위해 세운 한인기독학원이 있었다. 한성감옥에 수감돼 있을 때 미국 교육제도에 관한 책을 섭렵한 이승만 박사는 여성도 배워야 한다는 신념이 있었고, 하와이에 오자마자 우리 역사상 처음으로 남녀공학제를 시작했다. ‘미스터 션샤인’의 모델로 알려진 황기환 지사 역시 하와이에 이주해 살았다. 하지만 이름 없는 무명의 독립운동가들이 더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에 미국 하와이에서 활동하는 다큐멘터리 제작사 KBFD-TV는 하와이 무명 독립운동가들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담아 냈다. ‘하와이 이민 120주년 기념 무명 독립운동가 발굴을 위한 탁본 프로젝트’가 바로 그것이다. 하와이 각지에 방치된 한인 묘비를 탁본해 족자로 제작한 뒤 현지에서 전시회를 거쳐 천안 독립기념관에 영구 보존하는 대형 프로젝트였다. 

이 프로젝트는 국가보훈부 후원 아래 해외 최초 한인교회인 그리스도연합감리교회와 미주한인재단 하와이가 공동 주최하고,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하와이협의회, 하와이 한인회, 마우이 한인회, 한글학교 학생 등 범 동포사회가 참여해 이뤄졌다. 특별히 배우 김승우가 참여 하였고 국가보훈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자생의료재단 후원으로 미국 하와이 ’KBFD TV‘와 한국의 LG헬로비전, 과 제작사 콘텐츠 바다가 공동으로 제작하였다. 

이에 지난 3월 3일 독립기념관(관장 한시준)은 3일 오전 10시 30분 홍보관에서 묘비 탁본 기증식을 개최한 바 있다. 오하후섬 와이알루아 푸우이키 묘역 등에서 묘비 58개를 탁본했으며, 오아후 카할라 묘역에서는 한국인 이민자 106명의 묘지를 발견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앞서 국가보훈처는 지난해 이번 사업으로 공적이 확인된 백인숙·오창익·함삼여 등 미주지역 독립운동가 12명을 독립유공자로 추서한 바 있다.

이승만박사가 1918년에 설립한 남녀공학의 '한인기독학원'

▲‘이민사 영웅 10인’ 선정
이와는 별개로 교민사회와 미주한국일보는 한인 긍지 빛낸 ‘이민사 영웅 10인’ 선정을 해 눈길을 끈다. 한국일보는 미국 교포사회에 가장 먼저 뿌리 내린 언론으로 평가 받는다. 이민사 120주년 영웅선정위원회(위원장 이채진 교수)룰 구성하고 지난달 28일 미셸 박 스틸 연방하원의원을 비롯한 10명의 한인 인사들을 이민사 영웅들로 확정해 발표했다. 

이번에 선정된 이민사 영웅은 ▲미셸 박 스틸(68) 연방하원의원 ▲영 김(61) 연방하원의원 ▲존 이(53) LA 12지구 시의원 ▲루시 고(55) 연방제9항소법원 판사 ▲도미니크 최(52) LAPD 수석부국장 ▲고석화(78) 뱅크오브호프 명예회장 ▲김태연(76) TYK 그룹 회장 ▲박형만(85) 만희코주재단 이사장 ▲남진우(63) 태평양 요트횡단 원정대장 ▲김명준(82) 산악인 등 10명이다. 이들의 선정 기준으로는 ▲소수계의 장벽을 넘어 주류사회에 진출하고 성취를 이룬 인물 ▲탁월한 역량으로 한인사회를 빛낸 인물 ▲미주 한인사회의 자긍심을 드높인 인물 ▲한인 차세대에 모범과 귀감이 될 수 있는 인물이었다. 

이민사 영웅 10인에 선정된 박형만 만희코주재단 이사장

세대별로는 고석화 명예회장을 비롯한 5명이 한인 이민 1세대이며, 루시 고 판사, 도미니크 최 수석부국장 등 나머지 5명이 한인 1.5~2세대다. 미주한국일보는 한인 이민 100주년이었던 지난 2003년에도 한인사회 전문가들로 구성된 선정위원회를 통해 당시 고 문대양 하와이주 대법원장, 올림픽 다이빙 금메달리스트 고 새미 리 박사, 고 김영옥 예비역 육군대령 등 9인을 ‘한인 이민사 100년의 영웅들’로 선정한 바 있다. 

특별히 이들중 가장 눈길을 끄는 인물은 박형만 이사장이다. 그는 한국의 현대사와 이민 역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중학생 시절 6.25 사변을 겪었다. 건국대학교에 입학하여 청운의 꿈을 꾸었지만 가난과 조국의 현실은 그를 ‘서독광부’에 지원하게 하였다. 대부분의 파독광부들이 하루 8시간의 중노동을 마치면 지쳐 쓰러지기 일쑤였지만 그는 또다시 자전거를 타고 소, 돼지 농장에 가서 8시간을 추가로 일했다고 한다. 식비를 아끼기 위해 여물로 주던 빵과 설탕을 얻어와 끼니를 때웠고 역시 서독에 취업 온 간호사를 만나 만기를 꽉 채운 후 다시 미국으로 이주해 왔다고 한다. 

오직 평생을 근면과 성실로 미국사회에 정착한 그는 매해 자신의 고향인 충청남도 공주시를 방문해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필자와 만난 그는 “영화 국제시장은 실제 있었던 일이었지만 실상을 파고 들어가면  더 치열하게 살았다.”고 말한다. 당시 서독의 분위기는 일본 사람을 신뢰하고 중국사람이나 한국사람을 불신하였는데 파독 광부들과 간호사들의 노력으로 개선되었다고 한다. 

당시 서독을 방문한 박정희 대통령의 눈물과 연설에 깊은 감화를 받아 조국을 일으켜 세운다는 신념으로 이겨냈으며 서독인들로 부터 근면과 성실 정신을 보고 배워 미국 이민생활에 적용했다고 한다. 박회장이 로스앤젤레스에 정착하던 시기에는 남가주 한인이 1만명 남짓하던 시절이었다고 하며 그는 지금의 발전상에 감격해 한다.

1919년 필라델피아 한인대표자대회

▲재외동포청과 미주한인의 날
올해 한국 정부는 해외동포들의 열망을 받아들여 ‘재외동포청’을 출범 시켰다. 사실 재외동포청의 출범은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교포 사회에서 ‘영사관’에 대한 불만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재외동포청이 출범한 이상 많은 서비스들이 개선되었고 재외국민들의 의견을 골고루 청취하고 반영하려고 애쓰고 있다. 

당장 이들에게 놓여진 과제가 있다. 매년 1월 13일 미주한인의 날 기념행사를 책임있게 추진할 조직과 기금이 열악한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미연방의회 상.하원에서 제정결의안이 통과되어 미국의 국가기념일로 법제화되었지만 기념일 행사를 위한 책임있는 단체결성을 제대로 못한 채 미주한인이민 120주년 기념, ’2023 미주한인의 날 기념 행사’를 치뤘기 때문이다. 

미주한인의 날은 모든 미국인들이 이날을 준수하고 기념하도록 제정된 국가기념일 이기에 한인들이 중심이 되어 미국 발전과 번영에 기여하고 우리 민족의 유산을 계승 발전시키는 기념일로 삼아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를 위해서 한인단체들의 화합이 절실하다. 사분오열된 동포사회를 하나로 모아 화합의 장으로 만들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코리아타운’만 지정하면 그만이던 시절을 넘어야 하며 여러 인종들이 모여 사는 만큼 하나의 커뮤니티가 되도록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제21차 세계한인비즈니스(WKBC)대회 포스터

오는 10월 11일부터 14일까지 OC 애너하임 컨벤션 센터에서 열리는 ‘WKBC’ 대회(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구 세계 한상대회·이하 WKBC)도 의미가 있다. 대회 역사상 처음으로 해외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한국과 미국 기업 수가 600여개에 달하는 등 역대 최대 규모의 행사가 될 전망이다. 재외동포청의 전신인 구 재외동포재단이 확보한 한국 정부 예산 13억5,000만원을 포함해 총 500만 달러의 예산이 투입되는 초대형 행사다. WKBC 조직위에 따르면 노스홀 메인 로비에는 접수대와 포토존, 주요 스폰서 업체들을 소개하는 전광판 등이 들어선다.

메인 로비 아래에 위치한 11만스퀘어피트 면적의 1층은 올해 처음 참여하는 한국 중소기업중앙회 전시관을 비롯해 서울, 부산, 경북 등 11개 지방자치단체 전시관으로 구성된다. 같은 면적의 2층에는 연방 조달청(GSA)과 중소기업개발센터(SBDC) 등 미국 정부 기관, 미국 현지 중소기업, 이마트 아메리카를 비롯한 스폰서 업체 전시관, 세미나 시설, 한미 양국 미술가들의 전시실이 마련된다. 

조직위는 참가 업체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미주 한인상공회의소총연합회 산하 78개 챕터와 1대 1 비즈니스 매칭, 캘리포니아 중소기업개발센터(SBDC)와 1대 1 상담 등을 주선할 계획이다. 또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지만 미국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있는 한국의 유망 벤처인들을 대상으로 실리콘밸리 기업들을 초청해 벤처 투자포럼을 진행하기로 했다. 13일과 14일에는 유망 스타트업 회사들이 참가하는 경진대회가 3만달러의 상금을 걸고 치러질 예정이다. 

한편 제50회 LA 한인축제는 오는 10월12일부터 15일까지 LA 한인타운 서울국제공원(3250 San Marino St. LA)에서 ‘새로운 50년을 향한 위대한 도전’이라는 주제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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