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 미국 리포트 / 대한제국황실 후손 ‘앤드류 리’
생생 미국 리포트 / 대한제국황실 후손 ‘앤드류 리’
  • 이훈구 작가
  • 승인 2023.11.27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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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류 리(ANDREW LEE)

<미국 LA=이훈구 작가(재팬올 미국대표)> 미국명 ‘앤드류 리’. 그의 별명 아닌 별칭은 ‘왕세자’(The Crown Prince)이다. 별안간 미국에서 마지막 황손이, 그것도 성공한 인물이 되어 혜성처럼 등장하여 화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비운의 황족 혹은 몰락한 후손들이 절대 아니다. 오래전 대한제국황실(大韓帝國皇室)이 이왕직(李王職)으로 개칭된 후 황족들은 고종의 요구에 따라 매년 막대한 보상금을 받아 일제시대 내내 안정적인 삶을 누리기도 했지만 일본의 패전으로 인해 그들의 문제와 지위가 논란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한때 ‘복벽 운동’(復辟運動)이라 하여 조선왕조 복위를 꾀하던 움직임도 있었으나 결국 남북한 모두 원하지 않았고 그 후손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게다가 박정희 대통령 시절 영친왕의 부인이었던 이방자 여사와 아들 ‘이구’가 귀국을 했지만 국민들의 큰 관심을 끌지 못했고 이여사 사후 마지막 황손이었던 ‘이구’ 마저 생계 문제에 부딪혀 결국 일본으로 돌아가 비운의 생을 마감한 후에는 점점 황손들은 잊혀져 가는 존재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갑자기 미국에서 혜성처럼 나타난 그의 스토리가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앤드류 리 부부

▲조선왕실의 황손으로 소개되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문제는 한국 내부에서 찾아 볼 수 있다. 현재 오래전 대한제국황실(구 조선왕조) 사업을 관장하던 단체들이 하나로 통합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전주이씨 대동종약원’(조선 태조 고황제 이성계가 전주 이씨)에서 과거 왕실(황실)의 유무형 문화제의 보존관리와 전통문화 계승을 했었지만 현재로서는 사단법인 형태의 두 단체가 있어 황손끼리도 각기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사)대한황실문화원과 (사)황실문화재단이 바로 그것이다. 

사실 두 단체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별 차이는 느껴지지 않지만 ‘황태자’가 다르다. 먼저 (사)대한황실문화원의 경우에는 ‘이원’(李源)이라는 분이 황태자이다. 의친왕 이강(1877~1955)의 9번째 왕자 이갑 황손(1938~2014)의 장남이라고 한다. 이사회에서 정식으로 의결을 거쳐 황태자로 옹립되었다는 설명이 따른다. 전주 이씨 대동종약원에서 인정한 황세손인 셈이다. (사)황실문화재단은 잘 알려진 대로 이사장이 의친왕의 10남으로 생존하고 있는 ‘이석’(李錫)이라는 분으로 우리에게는 ‘비둘기 집’이라는 유명 가요를 부른 인기 가수 출신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이분은 ‘대한제국 황실 복원’을 주장하고 있으면서 ‘마지막 황손’이라는 표현만 쓰고 있다. 그 이유는 지난 2006년 ‘대한제국 황족회’가 제30대 황위 계승자(女皇)로 추대한 의친왕의 둘째 딸 이해원(李海瑗.88) 옹주를 여황(女皇)으로 등극시키고 실제 대관식을 치루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아무튼 그는 이홍, 이진 두명의 공주 외에 알려지지 않은 아들이 있음에도 조선왕조의 족보를 참조하여 앤드류 리를 찾아냈고 왕세자로 책봉했다고 한다. 

물론 평소 방송에 나와 정서에 맞지 않는 발언으로 여러 차례 구설에 오른 이석 이사장이었기에 ‘앤드류 리’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지만 미국에서는 이제 그가 ‘왕세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얼마 전에는 ‘킹리(KingLee)’라는 예명으로 래퍼 J머니와 함께 ‘던 잇 올(Dun It All)’이라는 음원을 발매하기도 했는데 그가 조선의 왕세자라 하여 유튜브에는 ‘J머니와 킹리 조선 던 잇 올(Introduction of J Money and King Lee Chosen Ones Dun It All)’이라는 제목으로 두 사람의 영상도 올라와 있다. 

영상에서 앤드류 리는 래퍼 차림으로 J머니와 노래를 부른다. 서론이 길어졌지만 여기까지가 그가 등장한 배경이다. 물론 전주이씨 대동종약원, (사)대한황실문화원 등과는 무관하며 정식으로 공인되었다고 보기에도 매우 애매한 대목이지만 ‘조선 왕실의 후손’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앤드류 리와 황실 문화재단 총재 이석

▲사업가로 성공한 한인 2세
앤드류 리는 미국 태생 한인 2세다. 사업가로 성공한 그는 지난 2018년 이석(황손) 황실문화재단 이사장의 후계자(황세손)로 지명됐다. 황실문화재단은 자체적으로 황실 보존 운동을 펼치고 있는데 이것이 그를 ‘왕세자’로 부르게 된 계기다. 그러나 이러한 독자적 행보가 ‘이구’의 사망 이후 붉어진 적통 논쟁에 또다시 불을 붙이게 된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대동종친회에서 이미 지난 2005년에 황세손을 지명한 이상 더 이상의 논란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현존하는 유일한 황손이라는 이석 이사장의 주장에 동조하는 이들도 있다는 것이다. 아무튼 앤드류 리는 LA 타임즈(LA TIMES)가 ‘황세손이 LA에 1260만 달러 상당의 거대 저택을 장만 했다’는 기사를 내보내면서 화제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앤드류 리는 이석 이사장의 양자이며 자신의 친아버지를 통해 2013년 자신이 황실의 일원이라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고 인터뷰 했다. 

공식적으로 알려진 바로는 1983년생이고 한국 이름은 ‘상민’이며 인디애나폴리스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따라서 대한제국 ‘고종 황제의 손자 이석의 양자로 들어왔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다. 실제로 한국에서의 현 상황은 황손들과 전주 이씨 대동종약원의 추대로 ‘이원’이 슬하가 없는 이구 황태손의 후사를 이어 황실의 적통을 잇고 있으며 종묘제례, 사직대제, 환구대제 등 7대 제향의 봉사손으로 황사손 역할을 봉행하고 있다. 따라서 양자인 ‘앤드류 리’가 황사손 역할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논쟁과는 별도로 성공한 기업가임에는 틀림없는 사실이다. 

또한 조선황실(대한제국 포함)의 황세손이 미국에서 IT 분야에서 성공한 기업가이며 사업가로서 대저택을 구입하고 한인회에 코로나를 극복하라며 10만 달러를 쾌척하는 등의 선행을 보여준 것은 매우 긍정적이다. 앤드류 리는 퍼듀대, 뉴욕주립대 버펄로 캠퍼스 등을 다녔지만 20대 초반에 대학을 그만두고 인터넷 사업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운영한 인터넷 회사는 가상사설망(VPN) 제공 업체로 세계 5대 VPN(가상사설망) 사업자 가운데 하나였다. 

실제로 앤드류 리는 이곳 동포 사회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왕자라고 말하고 다니진 않지만 사람들은 왕족이란 사실에 대해 멋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을 방문한 경험이 많지 않은 그는 이석 이사장이 사는 전주를 찾을 예정이다. 한국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가르치는 ‘학교’란 이름의 코딩 학교도 열 계획이라고 한다. 앤드류 리는 ‘코딩은 미래의 언어’라고 강조했다. 

한글을 창제해 모든 사람들이 읽고 쓸 수 있도록 한 조선의 세종대왕처럼 코딩 교육기관을 통해 한국의 젊은이들이 미래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종친들은 아직도 이석 이사장의 과거 행보로 인해 우려를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도 전주 이씨 대동종약원의 인정을 받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석 이사장은 앤드류 리의 아내인 ‘나나 리’에게는 ‘공주’ 칭호를 부여했는데 이 역시 독단적인 행동일 뿐이라는 점도 약점으로 지적된다.

앤드류 리(래퍼 활동명 킹리)가 래퍼 차림으로 J머니와 만든 음원 영상. [유튜브 캡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앤드류 리는 지난 2010년 8월에 공동으로 VPN(가상사설망) 서비스를 제공하는 IT기업 PIA(Private Internet Access)와 런던 트러스트 미디어(London Trust Media)를 설립하고 대표이사를 맡았다. PIA는 전 세계 VPN 서비스 업계에서 리딩하는 업체이며 업계에는 Symantec, Boingo 등의 기업들이 포함된다. 이 과정에서 앤드류 리는 여러 스타트업을 공동으로 설립하였고 매각을 하기도 했다. 

특히 가장 큰 안건은 2011년에 암호화폐 거래소인 ‘마운트곡스’(Mt. Gox North America, Inc.)를 프랑스 사람 마크 카펠레스(Mark Karpelès)가 설립한 일본 회사 ‘티바네’(Tibanne Co., Ltd)에 매각한 것이었다. 마운트곡스는 2010년 7월에 설립된 암호화폐 거래소였으며 2014년 해킹으로 투자금을 도난당한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전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컸었다. 원래는 2007년에 설립된 TCG 게임의 온라인 카드거래소였으며 2010년에 비트코인과 달러 거래를 추진코자 사이트를 재편성하여 비트코인거래소로 전환하였다. 

마크 카필레스에게 인수된 뒤 마운트곡스는 비트코인의 성장하는 붐을 타고 급격한 성장을 이루었으며 2014년 기준으로 전 세계 비트코인 거래의 75%를 점유하기도 했으나 우여곡절 끝에 파산신청을 했다. 그런데 여기서 앤드류 리는 또 한번 사업가적 기질을 발휘한다. 마크 카펠레스를 자신의 회사인 ‘런던 트러스트 미디어’(London Trust Media)의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임명한 것이다.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소재의 이 회사는 세계에서 가장 큰 유료 가상사설망(VPN) 서비스 제공 회사다. PIA 역시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프리미엄 VPN 서비스 업체로 성장하였다. 

그가 실제로 ‘왕세자’이든 아니든 그는 ‘자랑스러운 한국계 미국인’인 것은 맞고 게다가 조선황실의 종친인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다만 이석 이사장은 왕세자 등을 임명할 수 있는 서열의 위치가 아닐 뿐만 아니라 세자 책봉식에서 ‘검 인도 의식’을 행한 것은 대한제국이나 조선의 예법에는 없는 것이어서 논쟁의 중심에 선 것 뿐이다. 그리고 여느 성공한 기업인 혹은 사업가보다 언론에 주목을 받게 된 것은 그가 ‘왕세자’라고 알려졌기 때문이며 최근의 롤스로이스 총격 사건으로 또다시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 된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LA경찰국(LAPD)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후 4시 15분쯤 코리아타운 윌셔 블러바드와 후버 스트리트 인근 한 럭셔리 아파트(2801 선셋플레이스) 입구 앞에서 2인조 무장강도가 롤스로이스 운전자에게 총을 쏘고 롤렉스 시계 1개와 귀금속(gold chains) 3개를 빼앗은 뒤 도주했다. 이에 20일 LAPD는 총격 피해자가 애틀랜타의 래퍼 J머니(J Money)라고 밝혔다. LAPD는 J머니가 LA에서 앤드류 리의 롤스로이스 차량을 빌려 타다가 범행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했다. LAPD는 도주한 2인조 무장 강도의 범행동기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밝혔는데 교포사회에서는 앤드류 리가 조선 황실의 ‘왕세자’로 알려지면서 연관 되어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그리고 이 사건을 계기로 엄연히 황세손이 지정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황세손이 지명된 것이야 말로 대한제국, 더 나아가 조선 황실의 끝나지 않는 비극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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