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너그램과 팰린드롬(회문)의 묘미
애너그램과 팰린드롬(회문)의 묘미
  • 에디터 이재우
  • 승인 2020.12.28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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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Hamlet)은 암렛(Amleth)의 애너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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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상의 전환은 때론 '사소한 말장난'(언어 유희)에서 비롯된다. 이런 말장난이 훌륭한 브랜드를 탄생시키는 것. 오래전 일본 브랜드 전문가 요코이 게이코(横井惠子)는 브랜딩 작업을 하면서 하트(heart)의 철자를 변경해 지구(earth)라는 단어와 연결시켰다. 서로의 마음(heart)과 마음(heart)을 연결해 지구(earth)로 이어지게 한다는 컨셉이었다. heart의 중간 세 글자 ear와 앞뒤 ht를 합쳐 earth를 연상해 낸 것이다. 이는 애너그램(anagram) 방식이다. 

애너그램은 한 단어의 글자 순서를 좀 바꿔서 전혀 다른 의미를 나타내는 것을 말한다. 대표적인 예가 셰익스피어의 작품 『햄릿』이다. 주인공 햄릿(Hamlet)은 『게스타 다노룸(Gesta Danorum:Story of the Danes)』에 나오는 덴마크 왕자 암렛(Amleth)의 애너그램(맨 뒤의 h를 앞으로 빼내서 hamlet으로 변경)이다. 『게스타 다노룸』은 12세기 역사가 삭소 그라마티쿠스(Saxo Grammaticus)가 쓴 덴마크 역사책이다. 

조지 오웰의 『1984』를 재밌게 비틀어 『1Q84』 제목으로 차용했던 무라카미 하루키(Murakami Haruki) 역시 애너그램을 적절하게 사용했다. 1988년작 『댄스 댄스 댄스』에 등장하는 인기없는 소설가 마키무라 히라쿠(Makimura Hiraku)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애너그램이다. 

앞에서 뒤에서 읽어도 같은 뜻 회문(팰린드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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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을 거꾸로 한번 읽어보라. 같은 문장이 된다. 이를 ‘회문’(回文)이라 한다. 회문은 앞에서부터 읽어도, 뒤에서부터 읽어도 같은 의미가 되는 단어 또는 문장을 말한다. 

일본에 ‘회문(回文)의 날’이란 게 있다. 회문하이쿠(回文俳句)에 능한 미야자키 히켄(宮崎二健)이라는 사람이 ‘12월 21일을 회문의 날’로 정했다고 한다. 12월 21일을 거꾸로 읽어도 12월 21일이 되기 때문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애너그램뿐 아니라 회문도 즐겨 사용했다. 그는 2000년 8월 ‘마타타비아비타타마’(またたび浴びたタマ)라는 회문 수필집을 펴낸 적이 있는데 이 ‘마타타비아비타타마’는 앞뒤로 읽어도 같은 말이 되는 회문이다. 

회문은 영어로는 팰린드롬(palindrome)이라고 한다. 영어 문장을 예로 하나 들자면, ‘홀수도 짝수도 아니다’(Never odd or even). 이 문장을 뒤에서부터 읽어도 같은 배열이 된다. 

회문의 역사는 길다. 고대 로마 유적에 ‘Sator Arepo Tenet Opera Rotas’라는 회문이 남아 있다고 전해진다. ‘아레포라는 농부가 밭일을 하다’<Farmer Arepo works his wheels(plough)>라는 의미라고 한다. 

위에서 언급한 브랜드 전문가 요코이 게이코(横井惠子) 역시 이 회문을 사용해 ZYXYZ(‘지자이즈’라고 읽는다)라는 브랜드 네임 개발회사를 설립했다. X자를 5글자의 중심축에 놓고 좌우를 동일한 단어로 배치했는데, 앞에서 읽어도, 뒤에서 읽어도 같은 배열이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진 대표적인 브랜드가 혼다자동차의 시빅(civic)이다. 시민을 뜻하는 시티즌(citizen)과 탈 것을 뜻하는 vehicle이라는 단어를 조합해 만들었다. 시빅(civic) 철자 역시 5글자로, v를 중심으로 c와 i를 좌우 배열했다. 시빅 이외에 ESSE(엣세:잡지), XANAX(자낙스:남성화장품), SEDES(세데스:두통약) 등도 회문을 이용한 일본 브랜드들이다. 

이처럼 애너그램과 팰린드롬(회문)을 잘 이용하면 재밌는 브랜드가 탄생한다. <에디터 이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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