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 슬로건/ Save our home planet
글로벌 기업 슬로건/ Save our home planet
  • 에디터 이재우
  • 승인 2020.09.16 1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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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창업한 아웃도어 업체 몽벨(mont-bell)의 성공 뒤에는 미국 아웃도어 의류브랜드 2위 기업 파타고니아(PATAGONIA)의 협력이 있었다. ‘파타고니아=플리스’(Fleece: 일명 후리스) 라는 공식이 성립할 정도로 젊은 층이 서슴없이 지갑을 여는 브랜드. 그런 파타고니아는 ‘지구를 구하기 위해 사업을 한다’(Patagonia is in business to save our home planet)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 <글로벌 기업 슬로건> 시리즈 3회는 파타고니아 편이다.  

의류 브랜드 파타고니아의 한국 매장.

일본에서 창업한 몽벨...사업 초기 파타고니아와 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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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츠노 이사무(辰野 勇)라는 일본인을 아는가?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 몽벨(mont-bell)의 창업자다. 몽벨을 유럽이나 북미 메이커로 아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렇지 않다. 프랑스어 ‘산’(Mont)과 ‘아름다움’(Bell)의 합성어인 몽벨은 산악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인기 높은 ‘덕후’ 브랜드 중 하나다.

1947년생인 다츠노 이사무 회장은 오스트리아 등반가 하인리히 하러(Heinrich Harrer: 1912~2006)의 아이거 북벽 등반기 『하얀 거미(The White Spider)』에 감명을 받아 등산에 빠졌다. 영화 ‘티벳에서의 7년’(1997, 감독 장자크 아노)에서 배우 브래드 피트가 맡았던 역이 하인리히 하러다. 

photo=다츠노 이사무 페이스북

다츠노 이사무는 21세 때 알프스 3대 암벽 중 하나인 스위스 아이거 북벽(The north face of the Eiger) 등반에 성공했다. 일본인으론 두 번째, 세계 최연소 기록이었다. 등산에 몰두하면서 등산&스포츠 용품 상사에서 일하던 그는 1975년 오사카에서 몽벨을 창업했다. 그날은 스물여덟 번째 생일이었다. 

창업 그해는 생각처럼 등산 장비 주문이 들어오지 않았다. 옛 상사 시절의 연줄로 대형 마트의 쇼핑백 제조를 하청받았다. 첫해 매출의 대부분은 쇼핑백 제조가 차지했다. 그러다 주력한 제품이 침낭이다. 하지만 샘플을 가지고 사방팔방 뛰어다녀도 무명의 몽벨 제품을 취급해주는 곳은 거의 없었다. 창업 3년 차이던 1977년, 여전히 일본 시장을 충분히 개척하지 못한 상태에서 등산 장비의 본고장인 유럽시장으로 향했다. 

당시 다츠노 회장이 파트너로 선택한 곳이 다름아닌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PATAGONIA)였다. 두 브랜드의 공통점이라면, 창업자들이 산악인이었다는 것. 파타고니아의 창업자 이본 쉬나드(Yvon Chouinard)는 요세미티 등에서 록 클라이밍에 미쳐 살았는데, 그 역시 등산 장비를 만들면서 회사를 시작했다. 

다츠노 이사무와 이본 쉬나드가 처음 만난 건 1980년이다. 뮌헨에서 열린 등산 장비 행사장에서다. 산악인으로서 인생 철학에 공감한 둘은 의기투합했다. 몽벨과 파타고니아는 그렇게 기술 및 판매 제휴 계약을 맺는 등 친밀한 관계를 구축했다. 구체적으로는 몽벨이 개발한 방수 소재를 파타고니아 제품에 사용하고, 파타고니아 제품의 일본 판매는 몽벨이 맡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엄연히 ‘갑’은 파타고니아였다. 

거래 시작 3년 째인 1987년, 몽벨 매출의 4분의 1이 파타고니아와 관련돼 있었다. 그즈음, 다츠노 이사무 회장은 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 파타고니아 상품이 팔리면 팔릴수록 몽벨 브랜드의 존재가 희미해진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비록 4분의 1의 매출을 잃을지언정 지금 파타고니아와 결별하지 않으면 몽벨의 미래는 위험하다”(경제매체 도요게이자이)며 파타고니아와 아름다운 이별을 했다.  
 

창업자 이본 쉬나드의 환경 철학이 빛나는 파타고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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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지난해 9월 파타고니아를 조명하는 기사를 다루면서 이렇게 전했다. <글로벌 시장컨설팅 회사 에델만(Edelman)이 4만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사회적 이슈에서 자신의 입장을 반영해 브랜드를 선택하는 ‘신념파 구매자’(belief-driven buyers)의 수가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미국 전체 쇼핑객으로 보면 59%에 해당한다. 2명 중 1명이 ‘신념파 구매자’이다.>(타임 2019년 9월 23일자)

기사의 핵심은 파타고니아가 설립 이래 ‘환경 보호 DNA’를 가진 기업이라는 것. 파타고니아의 한 관계자는 타임에 “지난 10년 동안 매출이 4배 증가했으며 최근에는 10억 달러를 넘어 섰다”고 말했다. 

‘신념파 구매자’(belief-driven buyers)가 늘수록 파타고니아의 매출도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 경제매체 패스트컴퍼니 역시 지난해 “지난 46년 동안 파타고니아는 10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했다”고 보도했다.(패스트컴퍼니 2019 10월 16일자) 

photo=이본 쉬나드 페이스북

캐나다 출신 미국인 이본 쉬나드(82)가 환경을 중요시 하는 아웃도어 의류 브랜드 파타고니아를 설립한 건 1973년이다. 쉬나드는 그 이전에 ‘쉬나드 등반장비’(Chouinard Equipment)를 설립해 짭짤한 재미를 봤다. 그는 겨울에는 암벽 등반용  피톤(piton; 바위 틈새에 박아넣는 확보물)을 만들어 트럭 위에서 팔고, 여름에는 등반을 즐겼다. 

하지만 자신이 사용하던 피톤이 바위를 망가뜨리는 등 자연을 파괴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산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자연을 훼손하면서까지 돈을 벌어야 하는 것인가?”라며 사업을 포기한다. 그러면서 새로 창업한 게 파타고니아였다. 로고는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 지방의 피츠로이(Fitzroy) 산맥을 형상화했다. 

파타고니아는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 지방의 피츠로이(Fitzroy 산맥을 로고로 형상화했다. 
 

파타고니아를 정의할 때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익히 알려진대로 ‘우리 재킷을 사지 마라’(Don’t Buy This Jacket)라는 문구다. 2011년 블랙프라이데이(연말 쇼핑 시즌) 당시 파타고니아는 일간지 뉴욕타임스에 “Don't buy this jacket. Unless you need it.”(필요하지 않으면, 우리 재킷을 사지 마라)이라는 광고를 냈다. 물건을 팔아도 시원찮을 판에 되레 사지 말라니? 이런 이상한 광고를 낸 이유는 과도한 소비를 하지 말고, 기존의 제품을 수선해 오래 입으라는 의도였다. 

파타고니아는 그동안 ‘100년 후에도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사멸한 지구에서는 사업을 이어갈 수 없다’는 취지에서 환경 보호 운동에 주력했다. 매출을 공개하지 않는 비상장기업 파타고니아는 매출의 1%를 매년 환경 보호 단체에 기부했다. 이른바 ‘지구세 1%(1% for the Planet) 운동’이다.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말이 만들어지기 전인 1986년의 일이다. 

파타코니아는 오래전부터 페트병으로 재생된 섬유, 유기농 면화로 제품을 생산한다. 창업자 쉬나드는 패스트컴퍼니에 “우리는 수년간 유기농으로 재배된 면화를 사용해 왔지만 그건 (지구에) 조금 덜 해를 끼치는 정도 일뿐”이라며 “우리는 인도의 150명 농부, 소규모로 그 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기후 변화로 인해 곤경을 겪고 있는 지구에 대해 그는 “진실을 원하는가? 절망적이다. 완전히 절망적이다”(You want the truth? It’s hopeless. It’s completely hopeless)고도 밝힌 바 있다. 성공한 사업가를 넘어 확고한 의지를 가진 환경보호론자 쉬나드는 2018년 12월 사명 선언문을 변경했다.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 환경에 미치는 불필요한 악영향을 줄이자”는 기존의 단순한 개념에서 탈피했다.

‘파타고니아는 우리 지구를 구하기 위해 사업한다’(Patagonia is in business to save our home planet). 파타고니아가 내건 새로운 슬로건이자 회사를 정의하는 한 문장이다. 창업자 이본 쉬나드의 어록을 보면 경영자라기 보다는 오히려 철학자에 가깝다는 인상을 받는다. 미국의 ‘신념파 구매자’들이 그를 추종하는 이유 중 하나다. <에디터 이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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