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같은 나이에 세상 떠난 아베 전 총리
아버지와 같은 나이에 세상 떠난 아베 전 총리
  • 재팬올(japanoll)
  • 승인 2022.07.08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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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전 총리가 8일 전 해상자위대 출신의 한 남성이 쏜 산탄총에 맞아 숨졌다. 

<재팬올> 아베 신조(67) 전 일본 총리가 8일 오후 선거 유세 연설 중 피격 당해 숨졌다. NHK는 “아베 전 총리가 이날 오전11시 30분쯤 나라현 나라시 야마토사이다이지(大和西大寺駅)역 인근에서 참의원 선거 유세 연설을 하던 중 뒤에서 총에 맞고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고 보도했다. 

오른쪽 목 부위 2군데에 총상을 입고 심폐정지 상태로 인근 나라현립의과대학 병원으로 이송된 아베 전 총리는 긴급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사망했다. 

용의자는 41살 남성 야마가미 테쓰야. 나라현 나라시에 거주하는 이 남성은 현장에서 살인 미수 혐의로 체포됐다. NHK는 “체포된 용의자는 해상자위대에서 3년 간 근무하다 2005년 퇴직한 인물”이라며 “경찰 조사에서 ‘아베 전 총리에게 불만이 있어 죽이려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용의자는 “정치 신념에 따른 원한은 아니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전 총리 피격 주위 현장. 사진=NHK 캡쳐

한창 나이인 67세에 급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아베 전 총리는 공교롭게 ‘사망 나이’가 아버지와 똑같다. 아베 전 총리의 부친 아베 신타로가 별세한 건 1991년 5월 15일. 자민당 요직을 두루 맡은 신타로는 총리직을 눈앞에 두고도 뜻을 이루지 못하고 죽었다. 그런 속앓이는 췌장암으로 발전했고, 당시 67세로 사망했다. 당시의 상황은 이랬다. 

도쿄대학 법학부를 졸업하고 마이니치신문 기자로 사회생활을 출발한 아베 신타로는 1956년 중의원 선거에 출마해 부친의 선거구에서 당선됐다. 1979년 자민당 정조회장, 1981년 스즈키 젠코 내각의 통산상(통상장관)을 지낸 신타로는 1982년 총리 자리로 이어지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 나서게 되었다. 상대는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曽根 康弘: 1918~2019). 결과는 패. 

비록 나카소네와의 경쟁에서 지긴 했지만, 아베 신타로는 나카소네 정부에서 외상(외무대신)에 발탁됐다. 하지만 아베 신타로는 그 이후 ‘총리직 불운’을 또 한번 겪게 된다. 1987년 나카소네가 총리에서 물러나면서 후임을 가리는 자민당 총재 선거가 진행됐다. 아베 신타로도 유력한 후보였다. 

하지만 선거 대신 ‘입김’이 작용했다. 아오키 오사무가 쓴 <아베 삼대>(길윤형 옮김, 서해문집)라는 책은 “(아베 신타로는) 이른바 ‘나카소네 재정’(裁定:중재)을 통해 맹우이던 다케시다 노보루가 후임 총재에 취임하면서 눈물을 삼켰다”고 적었다. 

‘나카소네 재정’이란 1987년 10월 31일 자민당 총재였던 나카소네 총리가 ▷다케시타 노보루 자민당 간사장 ▷아베 신타로 자민당 총무회장 ▷미야자와 기이치 대장상 가운데 차기 후임 총리로 다케시타 노보루를 점찍은 것을 말한다. 

닥터 헬기로 이송되는 아베 전 총리. 사진=NHK 캡쳐

결과적으로 나카소네에 의해 아베 신타로는 총리직을 코앞에 두고 두 번이나 낙마하고 말았다. 이 일이 화근이 되어 아베 신타로는 췌장암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1991년 5월 15일 그는 총리 소원을 결국 이루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그런 사연을 안고 자민당 내에서 입지를 굳힌 아베 신조는 아버지의 소원을 풀어주었다. 1차 집권(2006년 9월~2007년 9월)에 이어 2012년 12월 재차 정권을 잡은 후 3연임에 성공했다. 총 7년 8개월 재임으로 역대 최장수 총리 기록까지 새로 썼다. 

아베 전 총리는 퇴임 후에도 스가 내각과 기시다 내각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하지만 이번 자민당 지원 유세 현장은 아베 신조의 마지막 연설장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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