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 미국 리포트/ K컨텐츠와 한류 컨텐츠
생생 미국 리포트/ K컨텐츠와 한류 컨텐츠
  • 이훈구 작가
  • 승인 2022.08.28 22: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진정한 한류 드라마 '대장금'

<미국 LA=이훈구 작가(재팬올 미국대표)> 좀 억울하다. 얼마 전 한국에 있던 어떤 분으로부터 한통의 황당한 전화를 받았다. 한국의 그 어떤 여자도 미국에 시집오기를 꺼려한다는 것이다. 첫째는 미국의 경우 여자도 ‘일’을 해야 하며 둘째는 길에 나가 총 맞아 죽을 확률이 높다는 것, 셋째로는 미국의 의료보험료가 수억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필자는 그냥 그 ‘어떤 분’의 궤변으로 치부하려고 했다. 그런데 사실 미국에 파견 나와 있는 한국 본사 파견 직원(미국에서는 한국 회사들의 미주 지점을 통틀어 지상사 협회라고 부른다)들이나 기러기 엄마들 사이에서는 지나친 ‘국뽕’들이 계신다. 

이분들은 커뮤니티를 형성하면서 무조건 ‘한국이 더 좋다!’를 외치신다. 또한 식당에 가더라도 ‘국룰’이라는 것을 주장하면서 교포들을 가르치려고 한다. 말끝마다 ‘한국에서는 이렇게 안 한다는데...’를 입에 달고 다닌다. 때문에 교포사회에서는 왜 그분들이 자녀들을 미국에 유학 보내고 또 여기에 와서 살고 있는지 이해가 안 간다는 시선들이 많다.

심지어 어떤 1.5세가 CEO인 회사의 경우 한국에서 온 인턴들이 지난 대선 과정에서 그릇된 혐오를 조장하거나 잘못된 역사인식을 심어 놓는 경우도 빈번했다. 사실 한국의 일부 운동권 출신 자녀들이 미국에 유학을 오거나 이중국적을 취득한 경우가 종종 있다. 과거 민주화 운동을 했고 입으로는 ‘반미’를 외치면서 자신들의 자녀들은 철저하게 미국으로 보내어 교육하고 이중국적을 취득시키는 이중적인 모습은 별로 바람직한 것 같지는 않다는 지적도 있다.

따라서 미국의 한국계 시어머니(100% 그런 것은 아니지만)들은 그냥 현지에서 며느리 감을 구하려고 노력한다. 미국에 왔으면 미국 사회에 적응하며 살아야 하는데 그냥 몸은 미국에 있지만 마음은 한국에 가 있는 여자분들 때문에 대화가 단절되는 현상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현실이 그렇다. 심지어 우스갯소리가 있다. ‘먹고 살만 하면 미국에 눌러 살지 절대로 한국에 돌아가지 않는다’고. 필자가 하는 말이 아니라 이곳 교포들이 무시로 하는 말이다.

아마존 닷컴에 런칭된 김치들.

▲미국인들이 생각 하는 한국
그렇다면 정말 몇몇 분들의 주장처럼 미국은 정말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없는 나라인가? 그렇다면 미국인들은 한국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미국인들은 대부분 한국을 경험하기 전에는 한국이 더 위험하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왜냐고? 그건 ‘한국문화’ 그중에서도 ‘영화’나 ‘드라마’의 영향이 가장 크다. 

한국영화시장에서는 자국(自國) 범죄영화가 유난히 인기가 있고, 그중에서도 실화 소재 범죄영화들은 사실상 ‘흥행 보증수표’ 소리까지 듣기 때문에 이곳의 OTT사업자들을 통해 제공되는 한국의 영화나 드라마들만 놓고 보면 한국은 매우 살벌한 나라이다. 언제부터인가 한국의 영화나 드라마들은 편중된 컨텐츠들이 더 많아졌다. 범죄를 소재로 하거나 정치적 메시지를 던지고 무조건 ‘가진 자’들은 악하다는 선과 악의 이분법을 찬양하는 컨텐츠들이 점령해 버렸다. 그렇지 않으면 ‘신데렐라’ 스토리다.

사실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인터넷이 많이 발달 되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에 대한 정보는 매우 불안정했다. 6.25 전쟁 참전용사들에게 한국은 ‘찢어지게 가난한 나라’였으며 늘 전쟁의 공포가 있다고 알려져 프로야구의 용병 선수들이 그 위험성 때문에 한국에 오기를 꺼려하는가 하면 외국계 보험사들의 공격적 마케팅에 맞춰 한국의 토종 보험사들은 ‘외국계 보험사들은 전쟁 나면 돈 들고 본국으로 돌아가서 보상을 못 받지만 한국계 보험사는 보장 받는다’는 황당한 논리고 고객을 설득한 적도 있었다. 

필자도 그런 제안을 받았는데 꿈쩍도 하지 않자 오히려 외국계 보험사들이 역으로 ‘미국에 나중에 가셔도 똑같은 혜택을 받게 된다’는 근거 없는 마케팅으로 유혹하기도 했다. 때문에 미국이라는 거대한 나라에서 한국을 아는 사람은 결코 많지 않다. 또한 이들이 최초로 접하는 한국은 대부분 영화나 드라마이다. 그런데 문제는 대부분 컨텐츠들이 한국을 아주 위험한 나라로 표현하기 일수라는 점이다. 과거 1960년대 ‘팔도강산’시리즈 같은 컨텐츠가 드물기 때문에 넷플릭스 등에서 접한 한국은 미국인들이 보기에 무시무시하단다. 

실제로 사우스캐럴라이나의 소도시에 살 때 많은 미국인들은 한국이 총기를 자유롭게 소지하고 있으며 종종 납치 되고 장기도 밀매되며 경찰들이 손을 쓰지 못해 위험하다는 식의 이야기나 미국인들은 무조건 싫어하지 않느냐는 지적을 받았다. 그래서 왜 그렇게 생각을 하느냐 하니 드라마 ‘범죄도시’를 봤단다. 또 어떤 영화(나중에 보니까 오정세 주연의 썬더맨)를 보니 맨 처음 흑인을 만나자 마자 주인공이 악수를 하더니 대뜸 ‘양키 고홈!’을 외쳤다고 한다. 

영화 '나쁜 녀석들' 더 무비

▲한류 전략의 재검토
사실 처음 한류는 아이돌 그룹의 K-팝에서 출발해 K-드라마, K-시네마, K-푸드, K-뷰티 등 다양한 영역으로 퍼져나갔다. 문제는 그것이 ‘코리아의 K’라는 것을 제대로 알리지 못했다는 것이 안타깝다. 필자가 처음 미국에 왔던 1990년 11월에도 그랬다. 당시 텔레비전에서 ‘HYUNDAI’자동차의 광고가 자주 나왔다. 물론 자부심을 가질 만한 이야기였지만 정작 ‘KOREA’는 잘 몰랐다. 

알아도 대뜸 ‘SOUTH’냐 ‘NORTH’냐는 질문이 추가로 등장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BTS’는 도시 중심으로는 잘 알려졌지만 그들이 정작 ‘KOREAN’이라는 것은 생소하다. ‘K 컨텐츠’와 전통적 ‘한류 컨텐츠’는 명백하게 구분 되는게 현실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K컨텐츠는 주로 범죄물, 스릴러, 공포물 등이 속한다. 

반면 한류 컨텐츠는 대부분 로맨스, 가족물 등이다. 따라서 한국에서 만들었다고 다 좋아하지 않고 한글을 쓰면서도 그게 ‘KOREA’의 언어라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도 생긴다. 지금 코리아타운의 가장 큰 고민은 ‘한글학교’에 사람이 모이지 않는 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유료과정이 생길 만큼 인기가 있었고 일부 고등학교의 ‘KOREAN’ 클래스는 인기가 많았다. 

그런데 수년 사이에 BTS의 인기가 높아졌다고 해도 한글의 인기는 시들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교사들이 매우 재미없게 가르친다. 또한 교재로 사용할 마땅한 컨텐츠가 없다. 한국에서 공식적으로 만들어 배부하는 한글 교재들 역시 시대에 뒤 떨어져있다. 한국에서도 영어학원에서 아프리카 계열의 원어민 교사나 필리핀 출신의 원어민 교사를 기피하듯이 이곳에서도 조선족 출신들의 교사를 기피하기도 한다. 지난 몇 년간 한국의 국격이 떨어진 것이 현실이다. 

일본의 스시문화나 중국의 볶음밥 문화 등이 그냥 미국사회에 동화 되었다면 한국의 문화가 보편적으로 동화된 경우는 드물다. 그냥 일회적인 것 뿐이다. 물론 한국문화원이 있다. 그러나 이곳 신문에 ‘LA한국문화원 문턱이 청와대보다 높아서야...’라는 헤드라인 기사처럼 한인단체들이 만나고 싶어도 잘 만나주지 않는다. 그분들은 임기만 채우면 돌아갈 공무원들일뿐이다. 한류확산에 관심이 없고 이따금 한국에서 오는 높으신 분들의 ‘의전’에 민감할 뿐이다.

월마트에서 판매되는 풀무원 김치.

▲“김치 원더풀”… 맛집부터 대형마트까지 입맛 유혹?
위의 타이틀은 얼마 전 한국의 동아일보의 칼럼 제목이다. 과연 그럴까? 필자를 비롯한 교포들은 기자가 미국에서 발품을 팔지 않고 상상력으로 기사를 썼다는 혹평을 했다. ‘김치’ 자체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이따금 ‘김치축제’도 한다. 그런데 동남아 코리아타운에서 흔히 접하는 조금 단 맛의 현지화 된 김치를 생각한다면 미국에서는 갈 길이 멀다. 

왜냐고? 그건 첫째로 가격이다! 이곳에서는 김치를 두가지 종류로 팔고 있다. 포기김치와 ‘막김치’다. ‘막김치’라는 말은 코리아타운에서는 흔히 쓰이는 용어인데 그냥 남는 배추들을 썬 후 양념에 버무린 것절이와 김치의 중간 정도 된다고 본다면 된다. 포기김치는 교포들도 비싸서 잘 못 사먹는다. 김치를 담그는 가정도 많이 줄고 있고 김치냉장고의 가격은 상상 초월로 비싸다. 그렇다고 막김치가 저렴하냐면 그것도 아니다. 

일례로 월마트에서 ‘풀무원’의 김치를 팔고 있는데 작은 마요네즈 병 하나에 손톱만큼 잘게 썰은 배추가 버무러져 있음에도 거의 10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한국산 배추를 쓰냐고? 그렇지 않다 비싸기 때문에 한국과 기후가 비슷한 멕시코 농장에서 한인들이 키운 배추와 고추를 사용한다. 이 사실은 아마존에서 영어도 아니고 한글로 ‘김치’를 검색해 보면 확인이 가능하다. 

맛은 그냥 짜기만 하다. 익기 전에는 생 배추 맛이고 익은 후에는 냄새가 심하여 미국인들이 먹기에는 나쁘다. 한식은 또 어떠한가? 한식은 햄버거 같은 음식 보다 현저하게 양이 적으면서도 가격이 평균 2배는 비싸다. 한국인들 조차 김치 없이 식사가 가능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백악관에 간 BTS

▲한국적인 컨텐츠를 좀 발굴하자!
지난 2002년부터 2021년까지 연도별 한국영화 연간 흥행통산 10위 내 들어간 영화 200편 중 범죄영화의 비중을 따져 보면 무려 57편이라고 한다. 매년 한국영화 흥행통산 10위 내에 평균적으로 3편씩은 범죄영화가 끼어있었고 그중에는 ‘베테랑’이나 ‘극한직업’, ‘도둑들’ 등 ‘1000만 영화’도 있다. 

얼마 전 한국의 보도 내용을 보니 2017년의 경우에는 한국영화 연간 흥행통산 20위 내에 10편, 즉 절반이 온통 범죄영화로 채워져 있었다고 한다. 그 기사는 더 나아가 한국만큼 자국 범죄영화에 열광하는 분위기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고 썼다. 맞는 말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범죄 영화가 많이 만들어지지 않고 외면 받는데 반해 한국은 오락영화로 치부되어 버리고 만다. 

심지어 한국어를 공부하는 한 여학생은 시나리오 작가인 나에게 우스갯 소리를 했다. 한국 드라마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대사가 “요즘 불경기라...”라는 것이다. 한국이 항상 불경기냐고 물었다. 범죄 영화 뿐 아니다. 왜 한국 여자들은 하나같이 사귀는 남자가 재벌 2세냐고도 했다. 그리고 그 영화가 그 영화, 그 드라마가 그 드라마라면서 좀 새로운 게 있으면 소개를 부탁한다고 했다. 

대체로 범죄영화의 전성기는 시기적으로 그 나라에서 범죄율이 가장 폭증하던 때와 일치한다는 점이다. 이건 나의 이야기가 아니고 통계학자들의 이야기다. 미국도 범죄영화 전성기를 시기적으로 20세기 미국 사회에서 범죄율이 가장 폭증하던 때와 일치하고 있다. 경기가 회복되면 범죄율도 낮아지고 범죄 폭증이 낮아지면 공권력이 회복 되면서 자연스럽게 범죄영화도 줄어든다는 공식이 있다. 

이 공식에 비춰 보면 지금 미국은 지금 범죄가 상대적으로 낮은 시기이다. 반면 한국은 5대 범죄가 증가하고 공권력이 약해졌다는 지적이 많다. 그럼에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에서 상위권에 속한다. 그러나 “한국에서 젊은 층의 불안감이 높게 나타나는 것은 미디어를 통한 정보 접근성이 높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고 한 어떤 연구원의 인터뷰처럼 한국은 지금 미디어들이 오히려 한국의 국격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하면 범죄율 보다 불안감이 더 높고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이것이 증폭 된다는 것이다.

2022 세계 한국어 교육대회

▲고스란히 창작자들의 몫으로 남아
결론적으로 필자는 ‘한류’를 확산시키려면 우선 컨텐츠부터 잘 만들어야 한다고 이야기 하고 싶다. 한국을 소개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도 마땅히 보여줄 컨텐츠가 없어 아직도 ‘대장금’을 이야기 하고는 한다. 물론 최근에 개봉한 ‘한산’같은 경우도 호응이 있었다. 그러나 ‘비상선언’의 경우 중후반부로 갈수록 재난영화가 아닌 ‘정치영화’로 변질되어갔고 몇 년 전 ‘세시봉’같은 영화는 가수들의 아름다운 선율과 음악다방 세대의 추억을 이야기 하는 줄 알았더니 역시 ‘정치영화’로 몰아갔다. 

오히려 ‘국제시장’이나 ‘인천상륙작전’같은 영화들은 이곳 미국인들 사이에서도 흥미롭게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이 컨텐츠들을 접할 수 있는 플랫폼이 드물다. 한국이 단점 보다는 장점이 더 많은 나라인데도 이걸 홍보하지 못하는 점이 아쉽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냥 이유는 이야기 하지 않고 ‘무조건 한국이 미국 보다 더 좋아서 역이민 생각한다’는 분들 때문에 더 아쉽다. 

만약 한류가 오래도록 뿌리를 내리려면 ‘국내 흥행’에 집착하지 말고 다른 나라에서도 크게 공감할 좋은 소재들을 발굴했으면 좋겠다. 물론 이 숙제는 창작자인 필자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일 것이다. K드라마와 ‘한류 드라마’는 다르다는 외신 보도의 기사는 그래서 뼈 아프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