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 미국 리포트/ 3년 만의 LA한인축제, 그러나...
생생 미국 리포트/ 3년 만의 LA한인축제, 그러나...
  • 이훈구 작가
  • 승인 2022.10.04 2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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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회 한인축제 개막식

<미국 LA=이훈구 작가(재팬올 미국대표)> 3년 만의 축제였다. 지난 2년 간 코로나 사태로 열리지 못했던 LA한인축제가 ‘한류의 힘으로 회복과 화합’을 주제로 지난 9월 22일부터 나흘간 개최됐다. 바로 이어 LA 뿐만 아니라 인근의 오렌지카운티(가든그로브)에서는 제38회 아리랑축제가 29일부터 나흘 일정으로 열렸다. 모처럼 한인 커뮤니티가 활기를 띄었다. 필자는 ‘제49회 LA 한인축제’의 공식 포토그래퍼 팀에 합류하였고 아리랑축제에서는 ‘제2회 캘리포니아 민요(판소리)노래자랑’의 사진과 영상을 맡아 생생하게 현장을 목격할 수 있었다.

▲빛과 그림자
제49회 LA한인축제 개막식은 지난달 22일 오후 6시 서울국제공원에 마련된 중앙무대에서 진행되었다. 개막식에는 김영완 LA 총영사, 백악관 이니셔티브 체리 데스투라 지역담당, 제임스 안 LA 한인회장, 릭 카루소(Rick Caruso) LA 시장 후보, 이철우 경북도지사 등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성조기와 태극기 그리고 해병대가 어우러진 개막식 국민의례

워낙 매년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행사라 정작 교포사회는 큰 기대를 하지 않는게 그 특징이다. 물론 언론들이야 자화자찬 일색이지만 우선 필자는 왜 항상 축제 이후 말도 많고 탈도 많은지에 관한 연구를 하기로 했다. 내년에 이민 120주년을 앞두고 있는 LA 한인사회는 미국적 전통과 한국적 멋과 문화를 조화시킨 ‘코리안 퍼레이드’라는 상징적 이벤트라며 기사들을 쏟아 내었지만 첫 날은 혼돈 그 자체였다. 

우선 환율의 상승으로 ‘농수산 엑스포’에 참가하는 한국 업체들은 상당수 아르바이트를 동원했다. 사실 농수산물을 팔아서 체류하고 항공료와 숙식비용을 모두 제하면 얼마나 남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 축제에서도 물건만 팔리면 한국으로 돌아가기 바빴다고 한다. 게다가 교포들 사이에서 눈치작전은 치열하다. 

첫째 날은 물건을 사러 오지 않는다. 대개 마지막 날 세일을 하기 때문이다. 또한 물건들 역시 웬만하면 한인마트에 많이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 가장 치명적인 것은 ‘주차’다. 자동차의 나라에서 주차가 아주 힘든 한인축제는 접근성이 최악이다. 곳곳에서 견인된 차량들이 생겨났다. 인근 대형교회에 주차를 할 수 있다고 축제 재단 측에서는 이야기했지만 대형교회 측에서는 이야기가 달랐다. 

코리아 타운 퍼레이드에 등장한 기마경찰들

첫날답게 한국에서 온 지자체장들이 등장하여 사진 찍기에 바빴다. 김영록 전라남도 도지사와 김관영 전라북도 도지사 등이 매장 곳곳을 누비며 사진을 찍기 시작했는데 언론사들과 한국에서 따라 온 포토그래퍼 및 언론사 기자들 그리고 향우회 분들이 뒤엉켜 매장들은 ‘시끌벅적’하기만 할 뿐 적극적인 실 구매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행사는 3년 만에 열렸지만 후원사들이 많지 않은 듯 했다. 사실 ‘남가주 한국기업협회’(KITA)라는 것이 있어서 후원을 하곤 한다. 한국기업들의 지사들이 가입 되어 있는 협회이다. 그러나 현대, 기아 자동차를 제외 하고는 찾아보기가 쉽지 않았다. 아닌게 아니라 3년 만에 펜데믹 정국에서 헤어 나오면서 올 봄 내내 행사들이 많아 후원하기도 벅찼을 것이다. 그 틈새로 카지노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보였다. 

퍼레이드에 등장한 다국적 다인종 고적대

코리아타운의 금요일과 토요일은 종종 카지노 버스들이 정차 되어 있다. 주말과 휴일을 카지노에서 보내려는 인파로 붐비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장 큰손들이기도 하다. 룰렛을 던져 경품추첨을 한다는 안내에 긴 줄이 서 있었지만 그저 카지노 로고가 박힌 빨간색 시장바구니를 거의 대부분 받아갔다. 

김흥국, 박찬호 정도의 유명인 외에 한국에서 온 유명 인사나 연예인도 드물어서 사람들의 참여도는 낮았다. 게다가 주변의 먹거리들은 모두 너무 비쌌다. 마음 놓고 먹을 장소도 드물었다. 그나마 ‘회오리 감자’가 큰 인기를 끌었을 뿐 다른 먹거리들은 의문부호가 붙었고 따라서 시니어 분들은 삼삼오오 도시락을 준비해 온 경우가 많았다. 

퍼레이드의 하이라이트 대한민국 해병대

마지막 날 물건이 동날 만큼 ‘솔드 아웃’ 된 물건들도 많았지만 그건 세일의 힘이다. 다만 돋보인 것은 경상북도였다. 36개의 부스가 참여했고 ‘영양고추아가씨’들이 현장을 누볐다. 영주시의 경우 8개의 지역 농수산품 수출업체의 홍삼제품과 산양삼제품, 사과주스, 두유, 고춧가루, 된장, 전통부각, 참기름 등 20여개 품목을 출품했다. 

그 다음으로 27개 업체가 참여한 전라남도의 경우 워낙 고가의 제품들이 많았다. 젓갈류는 꽤 비쌌고 마지막 날까지 세일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고국에서 온 원산지 특산물을 보기 위해 많은 분들이 방문하였다. 그중 단연 인기가 높았던 것은 개그맨 최양락, 팽현숙씨가 개발한 ‘팽떡’으로 환율 덕분에 한국보다 절반 가격에 구매할 수 있었다. 첫날 다 팔리는 기염을 토했다. 

▲빈약한 컨텐츠와 퍼레이드
3년만에 열렸고 하루 하루 시간이 갈수록 참가자들이 늘어났으며 다인종 물결이 있었지만 정작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별로 없었다. 축제제단의 예산이 막강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한국에서 건너 온 연예인들의 라인업은 아주 빈약했다. 사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매년 축제 혹은 코리아타운의 행사에 초대 되어 온 가수들이 경제적 피해를 많이 받은 사례들이 있다. 

고전퍼레이드

심지어 어떤 경우는 초청 가수들이 바운스가 난 체크(부도난 수표)를 받기도 하고 숙박비를 초대한 측에서 지불하지 않아 가수들이 호텔에 억류되었던 적도 있었다. 또 올 1월에도 모 가수가 공연을 했는데 경품인 쌀을 중간에 누군가가 먼저 받아가면서 서로 쌀을 받기 위해 퇴장하는 아수라장이 되면서 공연이 중단된 사례도 있다. 그 영향인지 대부분 이곳 현지의 공연 팀들로 채워졌는데 ‘독도는 우리 땅’ 공연이 많았고 시도 때도 없이 태권도 시범을 했다. 

경기민요 명창의 공연은 아주 훌륭했는데 ‘퍼레이드’시간에 배정하여 썰렁한 객석을 만들어버렸다. 참여도는 물론 호응도 좋았던 ‘K-POP’ 경연의 경우 대부분 저녁 8시를 넘겨 했는데 국적과 인종을 초월한 팀들의 수준 높은 공연들로 박수를 받았다. 

가장 인기가 있었던 코너는 ‘WAPA 한복쇼’와 ‘미스터 미즈 몸짱 대회’였다. 한복 쇼의 경우 한국에서 공수되어 온 한복들이 화려하게 선을 보였으며 실버모델 패션쇼와 함께 열리기도 했다. 2일 동안 열렸고 퍼레이드에도 참여 하는 등 아주 좋은 반응이 이어졌다. 축제를 전반적으로 평가 하면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내용이라면 ‘퍼레이드’다. 퍼레이드는 축제의 꽃이고 특히 ‘꽃차’는 하이라이트다. 그런데 퍼레이드가 너무 초라했다. 

사실 축제는 축제재단이 관할하지만 퍼레이드의 주관처는 ‘미주 한국일보’이다. 그런데 참가비를 너무 터무니없이 요구해 꽃차 없이 진행했다. LAPD와 대한민국 해병대의 퍼레이드, 한복쇼 참가자들의 행진이 없었다면 대부분 지역의 고적대, 치어리더 등이 채워졌을 것이다. 게다가 김관영 전라북도 도지사는 사진을 찍느라 종종 차량을 멈춰서 주최 측에서 빨리 차량을 앞으로 진행시켜 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했다. 

제2회 캘리포니아 민요노래자랑

▲국군포로송환위원회와 민요노래자랑
LA 한인축제에서 가장 화제가 되었던 부스는 단연 ‘국군포로송환위원회’(KOREAN WAR P.O.W. AFFAIRS)일 것이다. 미국은 자국민은 지구 끝까지 가서라도 구출해 온다는 빛나는 전통을 자랑하니 만큼 70년이 넘도록 돌아오지 못하고 북한에 강제로 억류되어 있는 국군포로들에 대한 관심은 대단했다. 정봉용 회장(6.25 참전용사)의 저서인 ‘메아리 없는 총소리’를 무료로 배포해 주었다. 

또한 LA 한인축제는 아니었지만 아리랑축제의 일환으로 펼쳐진 ‘제2회 민요노래자랑’은 앞으로 한인축제에서 어떤 프로그램이 활성화 되어야 하는지 보여준 행사였다. 비록 가든그로브 한인회관 앞이라는 장소 때문에 많은 인원이 모이지 않았지만 제대로 한국의 멋과 풍류를 보여준 행사였다. 특히 경기민요와 남도민요로 나뉘어 진행하였고 참가자들 역시 수준 높은 공연을 보여주었다. 

무대의 위치가 워낙 좋지 않아 조명과 촬영에 어려움이 있었고 무대가 도로변이라 소음이 많아 제대로 된 ‘소리’를 내기 힘들었지만 이런 대회를 오히려 한인축제에 전진배치하고 대중화 시켰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사실 필자는 미국에 오기 전에도 ‘판소리’에 관심이 많았다. 국어사전에 ‘광대 한 사람이 고수(鼓手)의 북장단에 맞추어 서사적(敍事的)인 이야기를 소리와 아니리로 엮어 발림을 곁들이며 구연(口演)하는 우리 고유의 민속악’으로 나와 있듯이 외국인들에게 큰 흥미를 유발하고도 남을 컨텐츠이다. 해설을 곁들였다면 더욱 흥미로웠을 것이다. 

가을바람에 흩날리는 한복의 옷자락과 수시로 펼쳐지는 부채가 어우러지면서 ‘멋’이 느껴졌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미국이라는 특수한 상황이다 보니 젊은이들이 아닌 시니어들의 무대가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잘 배우려 들지 않는 것 같다. 전체적으로 허술하고 빈약한 행사일정에서 한인회의 협조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시간배정마저 아쉬웠지만 이국의 가을 오후에 듣는 판소리는 그 어느 공연과 비교할 수 없는 고급스러운 것이었다. 제한시간을 넘기지 않기 위해 참가자들에게 딱 3분을 할애한 것도 좋은 일이었다. 가장 정확한 시간에 대회가 끝이 났다. 

몸짱대회 우승자들

▲포장이 중요하다!
이따금 한국하면 과대 포장된 과자들이 떠오른다. 공기가 가득 주입된 과자 봉지를 뜯고 나면 과연 무엇이 남는가하는 것이다. 그러나 때로는 근사한 포장도 필요하다. ‘한류’라는 멋진 컨텐츠가 있다고 해도 그걸 포장을 어떻게 해 내느냐가 관건일 것이다. 흔히 이곳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화자 되는 말이 있다. ‘원더걸스’의 실패와 ‘BTS’의 성공이다. 원더걸스는 엄청난 돈을 쓰면서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원래 원더걸스는 미국 시장을 겨냥하여 결성된 게 아니다. 중국시장을 타깃으로 출범시킨 그룹인데 한국에서 연달아 히트를 치자 직접해외투자 방식을 선택하며 미국에 진출한다. 그리고 지방 순회공연을 감행하는데 문제는 미국시장에서 듣기 좋거나 따라 부르기 좋은 컨텐츠도 많지 않았고 광활한 미대륙을 도는데에도 한계가 많았다. 

퍼레이드를 수놓은 한복들

반면 BTS는 라디오를 집중 공략했으며 곡 선정에 있어서도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아 영어로만 구사하였다. 한마디로 라디오로 틀만한 노래들을 통해 저변을 확대하고 난 후 ‘한국어 가사’가 들어간 노래들을 스트리밍 서비스로 찾게 만드는 전략을 쓴 것이다. 이제 한류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찾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찾게 만들려면 포장을 잘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 한인축제를 보면서 느낀 점은 포장하는 법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것이다. 국악과 BTS의 콜라보레이션을 평소에 한다면 우리들만의 잔치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모두가 참여하는 한인축제에서 이런 시도를 했다면 또 어떻게 되었을까? 축제 현장에서 딱지를 접고 한복을 입어 보며 제기를 차는 것도 중요하지만 글쎄 몇 사람이나 나중에 다시 그것을 기억해 낼까? 이래저래 아쉽고 ‘자본의 논리’만 보였던 한인축제였다.

행사를 빛낸 숨은 일꾼이자 영웅들인 LAPD

▲고마워요, LAPD
마지막으로 이 지면을 빌어 감사하고 싶은 것은 ‘LAPD’(로스앤젤레스 경찰국)이다. 그들의 헌신적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사실 한류의 인기의 이면에는 ‘혐한’도 있다. 특히 요사이 코리아타운에 비상이 걸렸다. ‘현금 탐지기’(금속탐지기가 아님)를 동원하여 한인가정들의 현금만 털어가는 흑인갱단들이 기승이다. 

가장 호응이 좋았던 한복 패션쇼

그들은 마감 시간 전 상점을 단체로 몰려가 털거나 대낮에 강도짓을 하는 한편 최첨단 기기를 동원하여 한인가정을 턴다. 한인가정에 유독 현금과 귀금속이 많이 보관된 까닭이다. 또한 1992년 이후 계속 코리아타운을 둘러싸고 크고 작은 흑인폭동이 있었다. LAPD는 이번 축제 기간과 퍼레이드 내내 안전을 완벽하게 책임져 줌은 물론 친근한 이미지로 어필했다. 행사장 곳곳에서 그들의 미소는 빛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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