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를 중심으로 하는 간토(관동) 지방과 오사카, 교토를 주축으로 하는 간사이(관서) 지방은 역사, 문화, 풍습 등 여러 측면에서 많은 차이를 보인다. 일본의 생태학자 히나가키 히데히로 교수(시즈오카 대학)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간토에 비해 오래전부터 훌륭한 문화를 축적해 온 간사이 지방의 모든 물산은 품질이 우수했기 때문에 이 양질의 제품은 에도로 보내졌다. 그래서 간사이 지방으로부터 오는 것은 ‘구다리모노’(下りもの)라 부르며 귀한 물건으로 여겼다. 반면 간토 지방에서 만들어진 질 낮은 물건은 ‘구다라나이모노’(下らないもの)라며 폄훼했다. 지금도 하찮은 것을 가리켜 ‘구다라나이모노’(くだらないもの)라고 하는 것은 바로 여기서 유래했다.>(‘식물도시 에도의 탄생’ 인용/히나가키 히데히로 저, 글항아리)
간사이에서 나온 물건은 ‘좋고’, 간토의 것은 ‘그렇지 않았다’는 얘기다. 도쿠가와 막부가 도쿄를 수도(에도)로 정하기 이전, 도쿄는 한적한 어촌에 불과했다. 반면, 오사카는 상업과 무역이 활성화된 경제수도로서 일찌감치 자리를 굳혔다.
두 도시와 두 도시 사람들의 가장 큰 차이점은 사투리다. 오사카 사투리를 ‘오사카벤’(大阪弁)이라고 한다. 도쿄에 온 지 몇 해가 지났지만, 여전히 오사카 사투리는 내겐 ‘난공불락’이다. 말도 빠르고 단어 자체가 달라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가장 자주 비교되는 단어가 ‘혼토니’(도쿄)와 ‘혼마까’(오사카)다. ‘정말, 진짜?’라는 뜻의 혼토니(ほんとうに)를 오사카에서는 ‘혼마카’(ほんまか) 또는 ‘혼마카이’(ほんまかい)라고 한다. 이런 사투리를 통해 두 지역, 또는 두 지역 사람들의 속내를 알 수 있다. 문화인류학자이자 국립민속학박물관 교수를 지낸 이시게 나모미치(石毛直道)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오사카와 교토의 방언. 인접해 있는 이 두 도시의 방언은 비슷하지만 미묘한 차이를 식별할 수 없는 도쿄인들은 양쪽을 합하여 간사이 사투리라고 부른다. 교토와 오사카 사람은 라디오나 TV에서 부끄럼 없이 간사이벤(간사이사투리)으로 이야기 한다. 그 배경에는 간사이 사회나 문화에 대한 자부심과 도쿄에 대한 라이벌 의식이 있다.> /‘일본의 식문화사’ 인용/이시게 나모미치(石毛直道) 저, 어문학사)
사투리뿐만 아니라 음식도 두 지역은 완전히 다르다. 간토 요리는 간이 세고 국물이 적은 반면, 간사이 요리는 연하면서 국물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또 다른 예를 들면, 계란말이의 경우 간토에서는 위에서 밑으로 말고, 간사이에선 밑에서 위로 만다. 장어를 손질할 때도 차이가 난다. 간토는 등을 가르지만 간사이는 배를 갈라 포를 뜬다.
카레나 니쿠쟈가(고기감자조림)에 쓰이는 고기도 간토는 돼지, 간사이는 소고기를 주로 사용한다. <에디터 김재현>
<2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