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어의 법칙’...고든 무어 떠나다
‘무어의 법칙’...고든 무어 떠나다
  • 에디터 이재우
  • 승인 2023.03.27 22: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반도체 산업에서 ‘무어의 법칙’(Moore’s law)으로 유명한 인텔 공동 창업자 고든 무어가 세상을 떠났다. photo=인텔

<에디터 이재우>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의 공동 창립자이자 ‘무어의 법칙’의 주인공 고든 무어(Gordon Moore)가 3월 24일 별세했다. 향년 94세.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은 “무어가 하와이 자택에서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고 보도했다. 무어는 반도체 성능이 2년마다 2배로 증가할 것이라고 제시했던 ‘무어의 법칙’으로 유명하다. 

1954년 캘리포니아공대에서 박사 학위(화학 및 물리학)를 받은 무어의 첫 직장은 존스 홉킨스 대학의 응용 물리학 연구소. 미 해군이 운용하는 대공 미사일 관련 고체 로켓 추진제를 연구하는 일이었다. 

‘8인의 배신자’(traitorous eight) 사건
당시 무어는 트랜지스터의 잠재력에 특히 관심을 보였다. 그렇게 옮겨 간 곳이 ‘쇼클리반도체연구소’(Shockley Semiconductor Laboratory)이다. 이 연구소는 진공관을 대체하는 반도체 소자인 트랜지스터를 세계 최초로 개발,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윌리엄 쇼클리(William Shockley)가 세운 회사다. 

무어는 동료들과 함께 쇼클리에게 “회사에 전문 관리자를 고용해 달라”고 제안했지만 쇼클리는 귀 담아 듣지 않았다. 그런 쇼클리의 강압적이고 독선적인 경영에 반대해 동료 7명과 함께 독립했다. 이른바  ‘8인의 배신자’(traitorous eight) 사건이다.

이들은 항공재벌 페어차일드의 후원으로 패어차일드반도체(Fairchild Semiconductor Corporation)를 설립했다. 페어차일드의 자금 조달과 멤버들의 노력으로  회사는 이내 주요 트랜지스터 제조업체로 급부상했다. 

1965년 ‘무어의 법칙’(Moore’s law)으로 유명

패어차일드반도체는 게르마늄 대신 실리콘을 사용한 트랜지스터를 상용화하는데 성공했다. 창업 인큐베이터를 의미하는 실리콘밸리는 여기서 유래했다. 그런 무어는 1965년 자신의 이름을 반도체업계에 각인시키게 된다. 바로 ‘무어의 법칙’(Moore’s law)이다.

그는 1965년 과학 저널 일렉트로닉스(Electronics)에 기고한 글에서 “반도체 실리콘 칩에 배치할 수 있는 트랜지스터의 수가 매년 두 배로 증가할 것”(The number of transistors per silicon chip doubles each year)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컴퓨터 데이터 처리 능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는 걸 뜻한다.  

인텔 창립...IBM 장착으로 반도체 최강자

그의 이런 단순한 주장은 지인이자 캘리포니아공대 교수인 카버 미드(Carver Mead)가 '법칙'으로 명명하면서 널리 퍼지게 되었다. 10년 뒤인 1975년 무어는 변화 주기를 1년에서 2년으로 수정했다.

‘무어의 법칙’이 세상에 나온 30년 동안 무어의 예측은 반도체 발전과 궤를 같이하면서 반도체 산업 연구에 큰 동기요인이 됐다. 

그런 무어의 종착지는 인텔이었다. 그는 1968년 로버트 노이스와 함께 인텔을 창업했다. 인텔은 1971년 세계 최초로 상용 CPU 칩인 ‘인텔 4004’를 출시했다. 이어 나온 ‘인텔 8088’이 IBM PC에 장착되면서 인텔은 일약 세계 반도체 시장 최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아내와 함께 재단 설립 6조원 이상 사회 환원

인텔 부사장(1968~75), 사장(1975~79), 최고경영자(1975~87), 이사회 의장(1979~97)을 역임한 무어는 1997년 일선에서 물러났다. 은퇴 후인 2000년엔 아내 베티와 함께 인텔 주식 1억 7500만주를 기부해 재단(Gordon and Betty Moore Foundation)을 만들었다. 

워싱턴포스트는 “2000년 재단 설립 이후 자선단체에 51억 달러(6조 6000억원) 이상을 기부했다”(It has donated more than $5.1 billion to charitable causes since its founding in 2000)고 보도했다. 

인텔 의사회 의장 프랭크 예리(Frank Yeary)는 “고든 무어의 공헌 없이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상상하는 것은 불가능했다”며 위대한 창업자이자 자선가의 업적을 기렸다. 

“반도체 공학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상가이자 행동가”

‘무어의 법칙: 실리콘 밸리의 조용한 혁명가 고든 무어의 삶’(Moore’s Law: The Life of Gordon Moore, Silicon Valley’s Quiet Revolutionary)의 저자 데이비드 브록(David Brock)은 무어를 “반도체 전자공학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상가이자 행동가”(the most important thinker and doer in the story of silicon electronics)라고 칭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