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음악 거장 사카모토 류이치를 추모하며...
영화음악 거장 사카모토 류이치를 추모하며...
  • 이훈구 작가
  • 승인 2023.04.04 1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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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지막 황제’로 아시아인 첫 카데미상 작곡상
2017년엔 영화 ‘남한산성’의 사운드트랙을 맡기도

<이훈구 작가=재팬올 미국대표> 아시아인 최초로 아카데미상 작곡상을 수상하고 세계 영화음악계에 지대한 공헌을 한 일본 출신의 세계적인 음악가 사카모토 류이치(坂本龍一)가 3월 28일 세상을 떠났다. 일본 언론들은 “사카모토가 직장암 투병 끝에 별세했다”고 4월 2일 뒤늦게 보도했다.

소속사 측은 이날 사카모토 류이치가 생전에 좋아했던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Ars longa, vita brevis’)는 문장을 다시 한번 환기시키며 71년 삶의 의미를 전했다. 

영화 '마지막 황제'로 아카데미 작곡상을 수상했던 사카모토 류이치(맨왼쪽).

사카모토 류이치는 1952년 도쿄에서 태어나 도쿄예술대학을 졸업한 뒤 3인조 ‘옐로 매직 오케스트라’(イエロー・マジック・オーケストラ)를 결성해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1987년 영화 ‘마지막 황제’(The Last Emperor)의 사운드트랙에서 주제곡 ‘레인’ 등으로 아시아계 최초 골든글로브상, 아카데미상 작곡상을 받으며 세계적인 음악가로 찬사를 받았다. 

특히 ‘마지막 황제’에서 푸이와 만주국을 배후 조종한 아마카스 마사히코 예비역 일본 육군 대위 역할을 직접 소화해 내어 만능 엔터테이너로서의 면모를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 2017년에는 영화 ‘남한산성’의 사운드트랙을 맡기도 했다. 이를 통해서 2018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한 바 있다. 

한국에서 여러 차례 내한 공연을 가지며 국내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으며 평소 ‘지한파’ 예술인으로 알려질 만큼 한일관계에 관한 깊은 성찰과 거듭된 사과를 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평소 한국 민속음악에도 관심이 많아 국악인들과의 교류도 활발했다.

영화 '마지막 황제'

가장 근원적이고 영원한 소리를 평소 꿈꿔왔던 그는 건반을 누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지는 피아노 소리에 맞서 “지속되는, 사라지지 않는, 약해지지 않는 그런 소리를 내내 동경해 왔다.”고 말해왔다. 

평소 환경운동이나 사회운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던 그가 주목을 받은 것은 대지진 후 폐허가 된 후쿠시마에서 구조된 피아노를 연주하면서다. 이에 감명을 받은 나희덕 시인이 ‘예술의 주름들’이라는 글을 통해서 아래와 같은 글을 남긴다.

“암세포가 자신을 언제 죽음으로 이끌지 알 수 없는 나날 속에서, ‘고아처럼’ 간절하게 살아 있는 소리들 앞에 무릎 꿇은 그의 모습에서 삶의 덧없음과 숭고함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결국 모든 게 사라질 운명이라는 걸 알면서도 남은 시간 동안 ”덜 부끄러운 무엇“을 보여주려고 애쓰는 것. 바로 이런 태도가 사카모토를 드물게 좋은 예술가라고 생각하게 된 이유였다.”

사카모토 류이치에게 암이 들이닥친 건 2014년. 구인두암 진단을 받았고 6년 뒤인 2020년 6월엔 암이 재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작활동을 이어갔으며 지난해 12월 11일 도쿄 NHK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온라인 콘서트 ‘류이치 사카모토: 플레잉 더 피아노 2022’를 열기도 했다. 또 지난 1월 17일에는 6년 만의 오리지널 신보 ‘12’를 발매하며 음악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드러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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