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 미국 리포트/ 미국 한인 입양인의 실태
생생 미국 리포트/ 미국 한인 입양인의 실태
  • 이훈구 작가
  • 승인 2023.06.25 12: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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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적 없는 한인 입양인 1만 9000여명
한국으로 추방되어도 기회 박탈은 여전
2023 한인 입양인의 밤 행사. 사진=로스앤젤레스 총영사관

<미국 LA=이훈구 작가(재팬올 미국 대표)> 한때 한국은 ‘고아 수출국 1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비록 지금은 수치상 중국이 ‘1위’를 나타내고는 있지만 출생아 대비 국제입양아 수를 따져보면 우리나라의 국제입양아가 중국보다 훨씬 많다. 국제 비정부조직(NGO)인 ISS(International Social Service)는 매년 전 해 이루어진 국제 입양의 통계를 공개하고 있다. 2012년부터의 데이터를 보면 국제 입양을 가장 많이 보내고 있는 나라는 중국이다. 

그렇지만 속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2012년부터 2020년까지의 상대적인 수치를 계산했을 때 중국은 천 명당 약 0.14명을 입양 보낸 반면 한국은 약 0.99명을 입양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국의 약 7배에 달하는 수치라고 볼 수 있어 여전히 심각한 것이 현실이다.

▲2023 한인 입양인의 밤
LA 총영사관(김영완 총영사)과 한인 입양인 단체인 미주 한국입양홍보회(MPAK 회장 스티브 모리슨)가 공동 주최한 ‘2023 한인 입양인의 밤’ 행사가 6월 9일 총영사관 관저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한인 입양인과 가족들 100여 명이 참석한 이번 행사에서는 한인 청소년 입양인, 어엿한 성인이 된 20~40대 입양인, 에밀 맥 전 LA 소방국 부국장 등 중장년 입양인과 한미혼혈인협회 회원들까지 한자리에 모여 눈길을 끌었다. 

이날의 이슈는 단연 ‘무국적 입양 한인들의 추방’이었다. 무국적 입양아들의 체류 신분을 구제하는 법안이 지난 2월 어렵게 연방하원의회를 통과했지만 상원의 승인을 아직 받지 못해 현재 상하원 양원 협의회에 계류된 상태다. 현재 양부모의 이해 부족 등으로 시민권을 얻지 못한 입양인은 4만 9000여명(한인 약 1만9000여명)으로 추산된다. 

한국의 전쟁고아를 입양한 홀트 씨 부부(해리 홀트와 아내인 버다 홀트)

이들 대부분이 2000년 이후 외국 태생 입양인에게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하는 아동 시민권법에 소급 적용이 안 돼 잠재적 추방 위기에 놓여 있다. 미국에 입양된 한국 어린이는 10만명이 넘는다. 이 중 최소 1만 9000명은 아직 미국 시민권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작은 실수에도 시민권이 없어 한국으로 ‘추방’ 당한다. 

또한 이들의 최초 입양서류들을 보면 부모에 대한 정보가 ‘알 수 없음’(Unknown)으로 기록돼 있다. 호적의 ‘기타 정보’란 역시 아동이 ‘해외 입양을 위해 위탁되어 보내짐’(referred and released for overseas adoption)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따라서 출생신고도 사망신고도 할 수 없는 이들도 있다. 부모가 있어도 입양을 보내기 위해 고의로 ‘고아’로 표기했다. 

분명 존재하지만 없는 사람으로 취급받는 이들, 바로 무국적자들을 양산한 셈이다. 미국에서 최소 1만 9000명의 입양 한인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무국적자가 된 체 불안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입양인 시민권법안(ACA)’은 2001년 2월 27일 기준 만 18세 미만 입양인의 부모 중 한 명이 미 시민일 경우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하는 ‘아동시민권법’ 혜택을 받지 못하고 성인이 된 입양인에게 시민권을 주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이 중요한 것은 지금도 많은 입양 한인들이 추방 위기에 놓이거나 실제로 추방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미주 한인유권자연대 역시 다른 미국 내 비영리단체들과 연대하여 입법을 위해 필사적으로 동분서주하고 있다.

한국전쟁과 고아들

▲한번 더 가족을 잃다
이들의 아픔은 한국에서 가족을 잃고 입양이 되어 와서도 이런저런 이유로 한번 더 ‘가족’을 잃는 비극을 경험하게 된다는 점이다. 자료에 따르면 1953년 한국 전쟁이 끝난 이후 해외 입양으로 보내진 한국 아기들은 총 16만 7000명이 넘었다. 그중 미국은 가장 많은 입양을 보낸 나라다. 하지만 양부모가 시민권을 신청하지 않으면 문제가 생긴다. 입양 부모가 2년 안에 주법원에 자녀 시민권을 신청해야만 미국 국적자가 될 수 있는 입양 목적 이민비자(IR-4)로 입국한 간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10년 만기 영주권을 부여받고 그때까지 시민권 취득 절차가 진행되지 않으면 불법체류자가 된다. 게다가 일부는 양부모의 무관심으로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하고 시민권도 없어 자립할 수 있는 길이 없는 경우가 많다. 군 복무를 마치면 시민권을 받을 기회가 생기지만 초중고등학교 중퇴 학력의 경우에는 입대 자격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들 중 일부는 홈리스로 전락하거나 범죄에 노출되어 있고 범법자가 되면 경찰이 추방을 결정하여 곧바로 한국에 보내진다. 

그러나 추방이 끝이 아니다. 어린 시절 입양된 까닭에 한국어가 서툴러 취업이 어렵기 때문에 아동권리보장원이 추방 국외 입양인에게 주는 월 50만 원의 생계비 지원금으로 근근이 생활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국 의회가 2001년 해외입양인에게 일괄적으로 시민권을 부여하도록 한 아동시민권법(CCA)을 제정하면서 국적을 얻을 수 있다는 희망을 키운 적도 있었지만 이 법이 당시 만 18세 이하(1983년 2월 말 이후 출생자)에게만 적용되면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된 선의의 피해자들이 속출했다. 

문제는 미국의 입법 문제이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또한 해외입양인 국적 취득 현황에 따르면 1970년 이후 한국에서 미국으로 입양된 아동은 10만 6,332명이고, 이 가운데 국적을 얻은 것으로 확인된 인원은 6만 2,502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마저도 미국 입양이 많았던 1950년부터 1969년까지 20년간 통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시민권이 없는 한인 입양인 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이들중 일부는 한국의 친부모를 찾아보려 애써 보지만 설령 찾는다고 해도 냉대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그나마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NAKASEC)는 시민권 없는 입양아 추방 사례가 50건 이상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한국은 공식적 통계조차 10명으로 파악하고 있을 정도다.

영화 '푸른 호수'포스터

▲‘나의 이름은 신성혁’, ‘푸른 호수’
최근 들어 이들에 대한 주목할 만한 다큐멘터리와 영화가 개봉되어 잠시나마 이목을 집중시킨 적이 있었다. 다큐멘터리 ‘나의 이름은 신성혁’과 영화 ‘푸른 호수’가 그것이다. 고아 수출국의 민낯, 아담 크랩서가 된 신성혁의 이야기는 지난 2017년도에 방영이 되었으며 그의 비극은 현재도 진행형이다. 그의 한국 이름은 신성혁. 그는 자신의 이름을 한국어로 말하는 것조차 서툴다. 

오히려 40년 동안 써온 아담 크랩서란 이름을 말하기가 쉽다. 그의 생모는 침을 잘못 맞아 못 쓰는 다리를 끌고 두 아이를 먹여 살릴 자신이 없어 자녀를 모두 미국으로 입양 보냈다. 하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학대였고 한차례 파양과 재입양을 했는데도 학대는 여전했다. 경찰에게 구출이 된 후 양부모는 그를 길거리로 내쫓아 버렸다. 16세 때부터 홈리스가 되었으며 최초 입양될 때 자료인 성경 등을 챙기러 몰래 양부모 집에 들어갔다가 주거침입죄 등으로 25개월의 교도소 생활 후 ‘추방’ 결정이 내려졌고 한국으로의 송환을 결정하기까지 무국적자로 수용소 생활을 해야 했다. 

그의 나이 41세, 40년 만에 생모를 만나고 잠시나마 가족의 정을 느껴 보나 했지만 ‘주민등록증’만 주어졌을 뿐 사실상 무학력자였던 터라 정착이 어려웠다. 결국 영어와 스페인어를 할 줄 아는 그는 멕시코시티에 있는 미국계 회사에서 일하면서 새로운 삶을 도전하고 있다.

지난 2021년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으로 저스틴 전(한국 이름 전지태‧40) 감독이 연출한 영화 ‘푸른 호수’(Blue Bayou, 2021)는 더 처절하다. 미국의 ‘아동시민권법’을 세상에 알리는 계기가 된 이 영화는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가 각본‧연출‧주연을 겸한 ‘푸른 호수’는 3살 때 미국에 입양돼 뉴올리언스 토박이로 살아온 한국계 안토니오(저스틴 전)가 간신히 꾸린 ‘가족’을 지키려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담아 칸 영화제에 초청된 바 있다. 

성공한 한국계 입양아이면서 미시건주 노스빌 연방판사후보로 지명된 수전 킴 디클러크. 사진=법사위원회 트위터

어느 날 억울한 상황에 휘말려 경찰에 붙잡힌 안토니오(극중 이름)는 영문도 모른 채 이민단속국으로 넘겨지고 그제 서야 시민권이 없다는 사실을 난생처음 알게 되었으며 강제 추방 위기다. 어릴 적 입양된 그는 미국인으로 살아왔으며 이미 전남편에게 버림받은 한 아름다운 여인과  딸 제시가 있으며 결혼 후 새로 태어날 아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 행복은 한순간에 무너진다. 한 마트에서 경관에게 반항했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되었고 곧바로 이민국으로 넘겨지면서 비로서 자신의 신분 상태를 정확히 알게 된다. 

이미 양부모의 학대를 경험하고 살기 위해 전과 2범이 되었던 그가 좋은 형량을 재판에서 받을 리 만무했다. 설상가상 자존심 구기고 양어머니를 찾아가 재판에 출석해 주기를 애원하고 제시의 친아버지까지 그를 돕기로 하고 나서지만 에이스의 친구 무리들이 그에게 집단으로 폭행을 가해 재판을 출석 하지 못하게 된다. 꼼짝없이 사랑하는 아내와 제시를 뒤로 한 채 그는 추방을 당하게 된다. 전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나를 원하지 않아 입양을 보낸 나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 이미 그들에게 거부돼 미국에 왔는데 미국에서도 ‘너는 여기 있으면 안 된다’라고 하는 것이 심적으로 엄청난 충격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미국에서 강제 추방되기 전 단란했던 아담 크랩서씨 가족

▲더 이상 외면하면 안 된다!
한국 사회에서 해외 입양인들은 자신을 ‘버린’ 모국에 대해 원망하거나 입양을 간 곳에서 소위 ‘좋은 교육’을 받고 크게 성공한 모습 둘 중의 하나로만 묘사되고 있다. 그러나 소수 성공 사례의 이면에는 이처럼 대다수 가슴 아픈 비극들로 가득차 있다. 미국은 여기에 덧붙여 기지촌 여성이 미군의 아내로 왔다가 아이만 낳고 사라져 버려 영원한 혼혈고아가 되어 버린 2세들의 가슴 아픈 비극도 많다. 

이들 중 일부는 한국에 돌아가 뿌리를 찾고 정착하기를 희망 하지만 그 마저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2012년 입양특례법이 개정되면서 해외입양인들이 입양에 관한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가 법으로 명시됐지만 애초 입양서류 자체가 허위로 작성되거나 출생기록 등 주요 정보가 누락 된 경우가 많아 실제로 ‘친부모’에 대한 알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입양 당시 관련 정보 보관과 관리에 대한 규정이 없었던 것도 그들에게는 치명적이다. 과거 입양기관들은 아이들을 해외로 입양 보내기 위해 실제 가족 정보, 출생 정보와 다른 내용을 기재하기도 했으며 입양국의 규정에 맞춰 합법적 서류를 구비 하기 위해 허위 정보를 기록해 아이들을 대부분 ‘법적 고아’로 만들었다. 또한 이들이 친부모를 찾았다고 해도 기다리는 것은 냉대와 대물림 된 가난 그리고 소통되지 않는 언어 그리고 이질적 문화다. 

그럼에도 여전히 현실은 대한민국이 아직도 출산율이 최저이면서 세계 ‘제3위’의 고아수출국이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피부색이 다른 사람을 입양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그다음은 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그 이후로는 미혼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을 입양 보냈다. 한국이 어려웠던 1970년대까지의 해외 입양은 버려진 아이들의 탈출구이기도 했다. 그러나 선진국 대열에 올랐다는 현재도 입양이 계속되는 이 모순을 무엇으로 설명하랴. 

1980년대 한국의 대표적 입양기관인 홀트의 입양 담당 직원 월급은 25만원 정도였지만 해외로 입양 보내면 1명당 수수료 300만원을 받았다고 한다. ‘입양이 돈벌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기에 비로서 2012년에야 가정법원이 입양을 허가하는 것으로 법이 바뀌고 입양의 주체가 민간기관이 아닌 공공기관으로 넘어온 것은 두고 두고 아쉽다. 입양 부모의 자격 확인 등 후견인 의무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된 이유다. 이제라도 정부가 나서서 이 문제를 바로잡아야 하지는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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