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한줄 어록/ 경영은 나무 나이테 같은 것
CEO 한줄 어록/ 경영은 나무 나이테 같은 것
  • 에디터 이재우
  • 승인 2024.05.13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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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사진은 이나식품(伊那食品)의 츠카요시 히로시(塚越 寛) 회장.

“どんな局面でも、1年1年着実に『年輪』を刻んでいくことです”

(어떤 국면에서도, 1년 1년 착실하게 ‘연륜’을 새겨 나갈 것입니다.)

도요타 자동차의 도요다 아키오 사장이 2014년 3월기 결산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했던 말이다. 위 문장에 나오는 ‘연륜’(年輪)이라는 말은 아키오 사장이 단순하게 동원한 단어가 아니다. 오랫동안 ‘연륜 경영’(年輪経営)을 주창해 온 한 경영인의 경영철학에서 빌려온 단어다.

█ 도요타 자동차 사장의 ‘스승’

주인공은 나가노현 이나시(伊那市)에 본사를 둔 이나식품(伊那食品)의 츠카요시 히로시(塚越 寛) 회장이다. 이나식품은 한천을 만드는 식품업체로, 일본 시장 80%를 점유하고 있다.

아키오 사장은 이나식품 본사를 여러 차례 방문한 적도 있고, 히로시 회장과 담론을 펼친 적도 있다. 일본 언론들은 히로시 회장을 아키오 사장의 ‘선생 또는 스승’이라고 칭한다. 아키오 사장은 “히로시 회장으로부터 여러 가지를 배우고 있다”고 말한다.

아키오 사장뿐 아니다. 이나식품의 독특한 경영기법을 배우기 위해 대기업의 방문이 줄을 잇고 있다고 한다. 그럼, 히로시 회장이 주창하는 ‘연륜경영’은 도대체 뭘까. 의외로 단순하고 평범하다.

█ 나무 나이테 같은 ‘연륜경영’

“나무는 추위와 더위, 가뭄 등의 환경에 따라 성장 폭은 다르지만 전년보다 반드시 굵어지고 있다. 결코 성장을 멈추지 않고 확실하게 나이테를 하나씩 늘려 가고 있다. 이것이 기업의 바람직한 성장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급성장이 아닌 조금씩 지속적인 성장을 해 나간다는 얘기다. 연륜경영이 속도를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다. 연륜경영의 또 다른 축은 ‘행복’이다. 직원 수 500명의 회사를 이끄는 히로시 회장은 “회사는 직원의 행복을 위해 있다”고 강조한다. 그가 존경하는 인물은 에도 말기의 농정개혁가 니노미야 손토쿠(二宮尊德: 1787~1856)라고 한다.

니노미야 손토쿠는 일본인들에게 ‘근면의 상징’으로 통하는 인물이다. ‘나뭇짐을 지고 책을 읽는 어린 농부 동상’이 일본 전역에 보급되기도 했는데, 그 주인공이 니노미야 손토쿠다.

█ ‘좋은 회사를 만들자’ 사시

니노미야 손토쿠는 ‘먼 곳을 도모하는 자는 풍요로워지고, 가까운 곳을 도모하는 자는 가난하다’(遠きをはかる者は富み、近くをはかる者は貧す)는 유명한 어록을 남겼다. 눈앞의 이익에 얽매이지 않고 멀리 내다보며 나아가는 자세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히로시 회장의 연륜경영은 여기서 출발했다.

그의 경영 철학은 ‘좋은 회사를 만들자’(いい会社をつくりましょう)는 사시(社是)에 잘 녹아 있다. 좋은 회사는 곧 ‘직원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회사’라는 것. 히로시 회장은 “좋은 회사는 매출 숫자로 측정할 수 있지만, 좋은 회사의 가치는 수치화 할 수 없다”고 말한다.

히로시 회장은 스물한 살 때 사장 대행으로 입사한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구조조정을 한 적이 없다. 이익을 더 내라고 닦달하는 법도 없다. 그의 이익론(利益論)도 남다르다.

█ 이익은 ‘똥’이다

“이익을 중시하는 경영자가 많지만 나는 ‘이익은 마지막 남은 찌꺼기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 극단적인 표현을 하면 ‘이익은 똥’이다. 세상은 이익이 조금이라도 줄어들면 성장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내가 생각하는 성장은 수치면에서 확대가 아니라 ‘이전보다 회사가 좋아 졌다’고 직원이 느끼는 데 있다. 그리고 회사는 직원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 존재한다.”

이나식품은 1973년부터 매년 1 회씩 교대로 직원들에게 국내여행(5만엔 지급)과 해외여행(9만엔 지급)을 보내준다. 다른 복지제도도 다양하지만, 지점과 영업소의 위치에도 큰 신경을 썼다고 한다. 히로시 회장은 이렇게 말한다.

“직원들의 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전국 지점과 영업소는 지진이나 화재 위험이 낮은 고급 주택가에 일부러 지었다. 땅값은 물론 비싸지만, 직원들의 목숨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

히로시 회장이 그만의 이런 독특한 경영을 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그는 17살 무렵에 3년 동안 폐결핵을 앓은 적이 있다. 당시 투병 생활에서 얻은 인생철학이 공부가 됐다. 직원들에게 행복을 최우선시 하게 됐다는 것이다.

█ 적을 만들지 않는다

연륜경영의 또 다른 특징은 3가지 비즈니스 스타일에 있다. ①무리한 성장을 좇지 않고 ②적을 만들지 않으며 ③성장의 파종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이런 일이 있었다.

2005년 ‘한천 붐’이 불었다. 언론에서 ‘한천이 건강에 좋다’고 보도가 이어지면서 주문이 쇄도했다. 주위에선 증산을 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히로시 회장은 거절했다. 그는 “일시적인 유행”이라며 “그 이후에 반드시 싫은 일이 일어난다. 직원을 희생시키고 싶지 않다”고 했다. 싫은 일이란 주문이 줄어들 경우, 직원들을 줄이는 것을 말한다.

적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세상에 없는 제품, 타사에서 흉내낼 수 없는 제품을 만든다. 지속적 성장을 위해서는 연구 개발 투자(파종)도 꾸준하게 한다. 이런 연륜경영을 통해 히로시 회장은 과거 50년 동안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수익을 늘릴 수 있었다.

직원들이 행복하니,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게다가 신입 지원자들이 몰리는 건 더 당연할 일 아닐까. <에디터 이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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