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용지 '더블A'가 태국 회사였어?
복사용지 '더블A'가 태국 회사였어?
  • 에디터 이재우
  • 승인 2020.02.0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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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브랜드 네이밍 이야기)

“후지 제록스와 미국 제록스가 기술 계약을 2021년 3월 말 중단한다”고 후지필름 홀딩스가 6일 발표했다. 후지 제록스는 후지필름 홀딩스의 산하 회사다. 그동안 제록스 (XEROX)는 ‘복사’와 동의어로 사용돼 왔다. △후지 제록스와 미국 제록스의 관계 △제록스에 담긴 브랜드의 의미 △더 나아가 복사용지의 대명사 더블A(Double A)라는 회사까지 살펴봤다. <편집자주>

1906년 설립된 미국 제록스…처음엔 상품명

미국 사무기기 업체 제록스는 1906년 세워진 회사로, 할로이드 포토그래픽 컴퍼니(The Haloid Photographic Company)라는 이름으로 출발했다. 이후 1958년 할로이드 제록스(Haloid Xerox)를 거쳐 1961년 제록스 코퍼레이션(Xerox Corporation)으로 사명을 바꿨다. 상표명으로 개발된 브랜드가 회사명으로 쓰이게 된 것이다.

제록스, 그리스어로 ‘건조한’이라는 의미

이후 제록스라는 브랜드는 ‘복사’와 동의어로 쓰이게 되었다. 제록스(XEROX)는 건식 복사기를 의미하는 조어(造語) 네이밍이다. 그리스어로 ‘건조한’을 의미하는 XEROS의 어미를 X로 바꿔 XEROX로 명명한 것. 글자 양쪽에 X를 배치함으로써 유니크함을 강조했다.

1962년 미일 합작사 후지 제록스 탄생

그런 미국 제록스가 일본의 후지필름과 기술 계약을 맺은 것은 1960년이다. 2년 후인 1962년 두 회사의 합작사인 후지 제록스가 탄생했다. 당시 일본의 복사기는 ‘청사진’이 일반적이었는데, 청사진은 건조 시간이 많이 걸리고 냄새가 독했다고 한다.

일본 광고학계의 권위자인 야스타 테루오(安田輝男)는 ‘일본 대표 브랜드’라는 책에서 “이때 등장한 제록스는 건식으로, 일반 용지에 복사할 수 있어서 당시 사람들에게는 참으로 마법과 같은 복사기였다”고 했다.

합작사 설립 당시 후지필름 홀딩스와 미국 제록스는 각각 후지 제록스의 지분 75%와 25%를 나눠 가졌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후지필름 홀딩스는 미국 제록스가 갖고 있던 후지 제록스의 지분 25%를 사들여 합작사를 완전 자회사화 했다.

미국 제록스 인수 대신 후지 제록스 완전 자회사화

당초 후지필름 홀딩스는 미국 제록스 인수에 공들였다. 2018년 1월 약 6조8000억원에 인수하기로 미국 제록스와 합의했다. 하지만 협상은 난항에 부딪혔다. 미국 제록스 경영진이 반기를 들면서 급기야 양사는 법정소송까지 갔다. 당시 후지필름 홀딩스는 “미국 제록스가 일부 행동주의 주주들의 압력에 굴복해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했다”며 손배소를 제기했다.

법정 공방을 벌이던 후지필름 홀딩스는 2019년 11월 방향을 틀었다. 미국 제록스 인수를 포기하는 대신 약 2조7000억원에 후지 제록스를 완전 자회사 하기로 선언한 것. 미국 제록스가 갖고 있던 지분 25%를 사들인 후지필름 홀딩스는 후지 제록스를 산하에 두게 되었다.

후지 제록스-미국 제록스 60년 기술 계약 종료

지분 관계를 정리한 이후의 수순은 기술 계약 종료였다. 두 달이 지난 올해 1월 6일 후지필름 홀딩스는 “후지 제록스와 미국 제록스가 2021년 3월 말 기술 계약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후지 제록스가 미국 제록스에 매년 지불하던 100억엔(1075억원)의 브랜드 사용료도 없어지게 된다”고 했다. 반세기 넘게 이어온 합작 관계에 완전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아울러 후지필름은 2021년 4월 1일부로 회사 이름을 '후지필름 비즈니스 이노베이션 코퍼레이션'(FUJIFILM Business Innovation Corp)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복사용지 더블A는 태국의 제지회사

이야기의 주제를 복사용지로 좀 옮겨보자. 복사지라고 하면 A4 용지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A4 용지의 실제 크기는 길이 297mm, 폭 210mm. 루트2의 근사값인 1.414대 1의 비율로 만들어졌다. 이는 ‘ISO 216 standard’(국제표준화기구가 제정한 종이 크기 표준)에 따른 것이다. 참고로 A4는 A0(1m²)의 16분의 1에 해당한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A4 용지는 위아래 소문자 a와 대문자 A가 쓰여진 더블A(Double A) 다. 더블A는 1991년 설립된 태국의 펄프 및 복사용 제지기업이다. ‘소비자들이 태국 브랜드라는 사실을 모르게 하자’라는 게 이 회사의 전략이었다. 더블A사의 정식 이름은 Double A (1991) Public Company Limited. 설립연도를 회사 이름에 넣은 특이한 케이스다. 줄여서 Double A (1991) PCL이라고 부른다.

노 잼 노 스트레스(No Jam No Stress)

이 회사가 소비자들에게 가장 어필하는 부분은 종이가 복사기에 걸리지 않도록 하는 데 있다. 복사할 때 종이를 종종 ‘잡아먹는’ 복사기를 경험했을 것이다. Double A는 걸리지 않는 복사용지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노 잼 노 스트레스(No Jam No Stress)’라는 광고 문구를 내세워 글로벌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 <에디터 이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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