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진의 SriLanka Talk/ 스리랑카의 두 ‘종교 명절’
김성진의 SriLanka Talk/ 스리랑카의 두 ‘종교 명절’
  • 김성진 작가
  • 승인 2021.09.27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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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맨발의 무희들. 명절이나 큰 행사때 흥을 돋우는 식전행사다.

스리랑카에 살고 있으니 “거기에도 추석이 있나요?”라고 물어오는 사람이 많다. 한국 같은 며칠간의 휴가가 머나먼 스리랑카에도 있는지 궁금하기도 할 테고, 자기들은 쉬는데 거기는 어떤가 하는 애처로운 마음도 있음이다. 

농경을 기반으로 하였던 인류의 조상은 한해의 농사가 마무리되고 그 결실을 거두어들이는 시점에는 같이 땀 흘리며 수고를 나눈 사람들과 축제를 열었던 것이 역사적 사실로 드러나 있다. 부르는 이름은 다르지만 저 멀리 유럽지역, 러시아, 중국, 아프리카 할 것 없이 추수와 수확의 기쁨을 누리는 잔치와 축제, 페스티벌이 있었다. 

웰컴~.행사직전 귀신을 쫒아내는 퍼포먼스로, 주로 환영행사 때 사용된다. 
새해, 아우르다때 마을에서 치러진 행사. 귀신을 쫓고 안녕을 기원하는 식전 퍼포먼스다.

스리랑카는 사계절이 있는 지구 북반구의 수확과 결실의 시기인 가을철과는 그 날짜와 절기가 전혀 다르다. 연중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좋은 환경을 가져서 다모작(多毛作)을 할 수가 있지만,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 건기, 우기 등을 고려하면 연중 가장 풍성하게 수확하는 시기는 4월에서 5월 사이라고 한다. 그래서 한국에서 말하는 ‘추석’이 여기는 4월쯤 되는 셈이다.

근대 역사가 시작된 이래 서양 중심의 계량(計量)과 척도(尺度)는 너무나 견고하게 인류사회 전반에 절대 변할 수 없는 체계로 자리를 잡았는데, 태양력도 그중의 하나다. 그래서 여기도 한국처럼 서양 중심의 양력으로 시작되는 새해가 있고, 스리랑카의 전통을 따르는 음력으로 치르는 새해가 또 하나 있다. 

스리랑카에서는 크리스마스도 중요한 명절로 여긴다. 12월이 되면 크리스마스 장식을 판매하는 곳이 많다. 더운 나라에서 시절에 눈을 주제로한 크리스마스 장식들이 생경스럽다.

4월 명절 ‘알룻 아우르다’(Aluth Avurudda)
올해 2021년 스리랑카의 전통 새해는 4월 12일이었다. 크고 가득 찬 둥근달이 떠올랐던 보름날이었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매년 4월은 곡식과 과일의 수확 철이어서 풍성한 계절이다. 한국식으로 말하자면 설날이면서 추석이다. 스리랑카 말로는 ‘알룻 아우르다’(Aluth Avurudda)라고 한다. 이 나라는 풍요한 결실과 함께 넉넉하게 한 해를 시작하는 것이다.

스리랑카도 한국의 추석처럼 갓 거두어들인 곡식과 과일로 갖가지 명절 음식을 만들어내는 풍습이 있고, 양손 무겁게 선물 꾸러미를 들고 부모님이 계신 고향 집으로 형제자매가 모이는 것도 한국과 흡사하다. 촌락마다 전통 놀이를 하고 술과 음식을 나누며 모처럼 만난 고향 친구들과 회포를 푸는 모습도 그러하고. 

이러한 명절 분위기는 다음 달 보름인 웨삭(Vesak)이라는 절기로 이어지는데 마치 한국의 설날 다음에 오는 정월 대보름 같은 느낌이지만 그 내용은 전혀 다르다. 이해를 할 수는 없지만 가우타마(Gautama, 석가모니의 출가 전 이름)가 태어난 날이기도 하고 석가모니가 깨달음을 얻은 날이고 또, 열반에 든 날이라고 한다. 탄생과 죽음을 동시에 맞이하는 날인 것이다.

 

한 여성이 자식들과 가족을 위해 기도하러 절에 가는 모습. 뒤에 보이는 천 장식은 불교 고유 문양이다. 

불교 교도 축제인 5월 명절 웨삭(Vesak)
이에 따라 스리랑카 전역에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불교 종교행사가 이어지고 사람들은 들뜬 모습으로 거리로 쏟아져 나온다. 정부에서 주관하는 웨삭연등축제(Vesak Lantern Festival)가 열리고, 연등 품평회를 열어 상품과 상금을 나누어 주기도 한다. 사람들은 거리마다 집마다 각자가 만든 연등을 내건다. 팬달(Pandol)이라고 하는 아름다운 불교 장식을 마을 입구와 절 대문에 내다 걸기도 한다.

소승불교인 스리랑카에서 볼수있는 사원의 탑. 하얀색이 하늘색과 대조를 이뤄 무척이나 아름답다.

스리랑카는 전체 인구가 2천만이 조금 넘는다. 불교 교도인 싱할라인이 75%, 힌두교도 타밀인이 15%, 이슬람교도(스리랑카 무어) 10%로 구성되어 있다. 주요 민족이 불교도인지라 나라 전체의 분위기는 불교 일색이다. 도시의 중심에는 아름드리 보리수나무가 긴 가지를 드리우고 있고, 하늘을 향하고 있는 높고 하얀 파고다는 잠깐만 고개를 돌려도 보이는 흔한 풍경이다. 

말하자면 이렇다. 불교도가 대부분인 스리랑카 사회는 4월의 명절 ‘알룻 아우르다’보다 5월에 있는 ‘웨삭’을 더 큰 명절로 여긴다. ‘알룻 아우르다’는 힌두교의 모태인 산스크리트에서 유래함으로 소수민족인 타밀인 색채가 많아서 싫고, ‘웨삭’은 그야말로 불교도들의 매우 중요한 성스러운 진정한 축제이며 새로운 한 해의 시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요일이 되면 대부분의 불교도 학생들은 절에 간다. 절의 불교학교에서 경전을 공부한다. 

스리랑카에 사는 모든 민족과 소수 종교까지도 아울러야 하는 스리랑카 정부와 정치인들은 고민이 많다. 그나마 종교색이 옅은 ‘알룻 아우르다’를 문자 그대로 우선적인 국경일 새해(설날)로 삼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다수의 싱할라인들이 엇박자를 놓아 안절부절하고, 기득권인 불교 세력과 보수정치인들은 모르는 척하고 있다.

→<김성진 작가는?>
△한국에서 이주노동자센터를 10년 간 운영했다.△ 2018년 스리랑카로 건너 와 페라데니아 대학(university of peradeniya) 대학원에서 사회학 전공, 석사학위를 받았다. △스리랑카 수도 외곽 호칸다라 사우스(Hokandara South)에 거주하다 지금은 나왈라(Nawala) 지역에 살고 있다. “인권, 노동뿐 아니라 스리랑카 문화에 대해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 기회가 되면 여기서 공부를 더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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