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LA=이훈구 작가(재팬올 미국대표)>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를 해석하면 ‘천사들’이다. 따라서 항상 ‘천사의 땅’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이 있다. 최초 스페인 정복자들이 이곳 캘리포니아(원래 멕시코 영토였음)의 지명들을 정할 때 대부분 가톨릭 성인들의 이름으로 지어진 것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샌프랜시스코(San Francisco), 새너제이(San Jose), 샌게이브리엘(San Gabriel), 샌디에이고(San Diego) 등 지명이 지어졌고 곳곳에 성당이 있으며 순례자들의 발걸음에 맞춰 도로변에 나무 십자가가 세워진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1542년 스페인 함대가 최초로 캘리포니아를 발견한 이후 1781년 스페인 농민 44명이 현재 로스앤젤레스의 발상지라고 불리는 ‘올베라 스트리트’(OLVERA STREET)에 정착한 것을 시초로 한다.
원래 로스앤젤레스는 ‘천사들’이라는 짧은 명칭은 아니었다고 한다. ‘모든 천사들의 여왕인 성모님의 마을’이라는 아주 긴 지명이었는데 다 떨어져 나가고 ‘Los Angeles’라는 지명만 남았다. 그런데 이 명칭이 굉장히 딱 맞아 떨어지는 것이 아마도 이곳의 날씨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로스앤젤레스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가장 강점으로 꼽는 것이 바로 날씨다.
미국 내에서도 이곳을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가 ‘날씨’라고 한다. 덕분에 미국 전역의 노숙자(the homeless)들이 몰려들 뿐만 아니라 어떻게든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할 계획을 세운다고 한다. 물론 이러한 홈리스들의 문제 때문에 손해를 많이 보기도 한다. 특히 게빈 뉴섬(Gavin Christopher Newsom)주지사의 경우 경찰 예산을 대폭 삭감하여 이를 노숙자 복지에 쓰는 바람에 경찰들이 반발하여 치안 상태가 마비될 뻔한 경우도 있었다. 시에서는 어떻게든 노숙자들을 ‘쉼터’ 등으로 수용하지만 수시로 몰려드는 그들을 통제할 수 없을뿐더러 철거가 되어도 1-2일 사이에 다시 몰려들기 때문에 공존을 택하고 있다.
▲애타게 기다리는 비 소식
이곳 로스앤젤레스에서 가장 반가운 소식은 ‘비’(rain)이다. 11월과 1월 사이에 아주 예외적으로 비가 내릴 뿐이다. 그래서 물이 매우 귀하다. 게다가 미국은 최근에 폐지 되었지만 집을 지을 때 잔디밭을 의무적으로 두는 제도도 있었다. 비가 안 오기 때문에 인조 잔디를 인위적으로 설치하지 않는 이상 스프링쿨러를 가동시켜야 하는데 제약이 많이 따른다.
세차 역시 시에서 규제를 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큰 문제는 산불이다. 건조한 날씨 때문에 한번 불이 붙으면 몇 개월 동안 잿더미로 만들어 버린다. ‘산불 조심’이 캘리포니아주의 화두다. 물론 산불이 나지 않도록 나무들의 경계마다 사막을 만들던 시기도 있었다. 일종의 ‘완충지대’인 셈인데 환경보호단체들이 이에 제동을 걸고 다시 경계선마저 ‘푸르게, 푸르게’ 하겠다며 나무를 심는 바람에 때마침 불어오는 바람에 맞춰 초대형 산불로 이어지고는 한다.
그런데 또 비가와도 문제가 생긴다. 워낙 비가 많이 오지 않는 지역이다 보니 조금만 소나기가 내려도 도로가 마비된다. 소나기에 도로변 하수도가 역류되기도 한다. 자동차의 타이어들도 ‘광폭’ 혹은 ‘사계절’이 아닌 타이어들이다 보니 곳곳에서 차가 미끌어 지면서 헛바퀴를 돌면서 교통사고가 나기 일쑤다.
특히 빗길 운전을 거의 실전으로 경험해 본 일이 없는 운전자들이기에 사고가 더 잦게 마련이다. 하지만 비가 오면 다들 즐거워한다. 그리고 조금만 더 비가 내렸으면 하는 아쉬움으로 하루를 보낸다. 특히 비가 오면 거리가 깨끗해지기 때문이다. 사실 노숙자와 개들의 각종 분비물(특히 대변)들이 길거리 곳곳에 지뢰처럼 퍼져 있어서 비가 와야 그나마 거리가 좀 깨끗해진다.
사실 필자는 사우스캐럴라이나에서 1년 이상 체류한 경험이 있다. 그때는 일주일에 우기의 경우 3~5일까지 비가 내렸다. 맑은 하늘에서 천둥소리가 나면서 비구름이 몰려오기도 했다. 그런데 미국은 엄연한 ‘대륙’이다. 로스앤젤레스에 와서는 비를 기다리고 있다. 어쩌다가 드물지만 비라도 내리면 반가운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항상 온화한 평균 날씨
로스앤젤레스의 날씨는 항상 ‘온화하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그리고 비가 안 내리고 사막에 가까우니 당연히 습도가 없는 아주 건조한 날씨를 자랑한다. 그러다 보니 여름에는 화씨 90도 이상 올라가더라도 그늘에만 가면 시원하다. 일교차가 심한 것도 특징이다. 웬만한 여름에도 낮에는 찌는 듯이 덥다가도 밤이 되면 시원해지기도 한다. 건조한 기후에 바람이라도 불면 그야말로 ‘자연풍’을 경험할 수 있다. 겨울이라고 해도 한국의 늦가을 날씨를 연상케 한다. 밤에는 쌀쌀 하지만 낮에는 덥다.
그리고 재미있는 현상이 있다. 한국 같은 혹독한 겨울을 체험한 분들이 처음 이곳에 와서는 한겨울에 진풍경을 경험한다. 사람들이 춥다면서 옷을 두껍게 입고 다니고 심지어 코트를 입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가면서 기후에 적응하게 되면 다들 평범한 로스앤젤레스 사람들과 같이 춥고, 같이 덥고 하는 동질화 현상이 일어난다. 대부분 5년 정도를 그 주기로 본다. 그 시간이 흐르고 나면 대부분 겨울에 침대 위에 전기장판이 등장한다.
최근 개인의 주택에는 한국처럼 온돌을 시공해주는 업체도 늘어났지만 대부분 나무로 지은 집들이고 필요성에 공감하지 못하는 편이다. 가격도 만만치 않고 짧은 겨울 동안 사용하기에는 단점이 많다. 항상 온화한 기후 탓에 낮에는 겨울이라고 해도 덥기 때문에 보통 반팔 위에 다른 외투나 코트를 껴입는 방식이 선호된다. 특히 자외선이 강해 피부가 건조해지기 때문에 여성들의 경우 미스트가 필수다.
▲필수품은 선글래스와 선크림!
이곳 로스앤젤레스에서 가장 필수품은 ‘선글래스’와 선크림이다. 워낙 태양이 강렬하다. ‘이글거린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다. 특히 3~4시경 운전은 선글래스 없이 거의 불가능하다. 태양이 반사되어 도로가 반사되어 보이지 않을 정도다. 비록 필자가 글로 쓰고 있지만 직접 이곳에 와서 운전을 해 보면 안다. 선바이저나 코팅을 한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태양이 아니다. 도로의 경계선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또한 당연히 햇볕에 살갗을 그을릴 수 있다. 때문에 선크림을 가지고 다니면서 수시로 바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사실 동양인들에게 대부분 해당된다.
이건 인종차별적 언급이 아니다. 백인들은 좀 더 태워야 하는 체질이고 흑인들은 더 이상 태울 것이 없다. 그 중간형인 동양인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항상 과도한 자외선으로 고통 받고 있기 때문에 아몬드와 비타민 E를 복용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살갗이 많이 타기도 하지만 바다 바람과 자외선 때문인지 흰머리가 빨리 생긴다는 특징도 있다. 피부 광노화가 급속히 일어나기도 한다.
첫 번째 증상인 홍반이 생기거나 검버섯이 생기기도 하고 특정 부위에 피부가 붉어지기도 한다. 또한 시내 북쪽에 있는 앤젤레스 국유림(Angeles National Forest)을 지나면 바로 사막이 나오고 태평양 바다를 끼고 있는 도시이기 때문에 언제나 태양과 마주 하게 되면 훨씬 더 강렬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인디언 썸머(Indian Summer)
한국에서는 영화 제목으로 쓰인 바 있는 인디언 썸머는 로스앤젤레스의 특이한 기후중 하나다. 남부에서 겨울이 시작되기 직전인 10월 말~11월 중순 경에 나타나는 고온 현상으로 명칭은 2세기 이상 사용 되었지만 그 어원 및 유래에 대해서는 아직 정설이 없다고 한다. 다만 인디언들이 이 계절을 겨울이 시작되기 직전에 신이 내려 주는 일종의 축복으로 여겼다는 데서 그 기원을 찾기도 한다.
이곳에 사는 이들에게 인디언 썸머는 첫 추위(?)를 겪고 난 이후 갑자기 찾아온 선물과도 같다. 인디언들이 대륙을 지배하던 시절에는 추수와 연관 짓기도 했다고 한다. 때문에 미국에서는 주식용어로 하락 국면에서 반짝 상승하는 주가를 빗대어 ‘인디언 랠리’(Indian Rally)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말은 또한 절망 가운데 찾아온 희망을 뜻하기도 하기에 영화 제목으로 쓰이기도 했다. 인생의 끝에서 맛보는 짧고도 찬란한 순간을 뜻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