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 슬로건/ Better paper, Better world
글로벌 기업 슬로건/ Better paper, Better world
  • 에디터 이재우
  • 승인 2020.08.24 13: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독한 보릿고개가 이어지고 있다. 기업체, 관공서는 물론 각 가정에서는 그 흔한 복사용지 한 장이라도 줄여야 할 판이다. 마음가짐이 그렇다. 요즘은 돈 잘 버는 회사가 아니라 환경을 생각하는 회사가 존경을 받는다. 여기 그런 부류의 기업이 하나 있다. ‘글로벌 기업 슬로건’ 시리즈 1회는 우리에게 A4 복사용지로 잘 알려진 태국 기업 더블에이(Double A)다. 이 회사는 ‘Better paper, Better world’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다. 더블에이가 한국 시장에 진출한 건 2002년. 복사용지만 만드는 이 회사는 무엇보다 친환경, 지속가능성으로 주목받고 있다. <편집자주>

'현대 마케팅의 아버지' 필립 코틀러 교수
미국 노스웨스턴대 켈로그 경영대학원(Kellogg School of Management)은 마케팅 최고의 명문으로 통한다. 이 학교엔 ‘현대 마케팅의 아버지’(The Father of Modern Marketing)로 불리는 필립 코틀러(Philip Kotler·89)가 석좌교수로 있다. 그는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비즈니스 구루’ 중 한 명이다. 

잘 알려졌듯이, 코틀러 교수가 쓴 『마케팅 원리(Principle of Marketing)』와 『마케팅 관리론(Marketing Management)』은 ‘마케팅의 바이블’로 통하는데, 여전히 전 세계 유명 경영대학원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비즈니스 교과서로 사용되고 있다. 

코틀러 교수는 학교 울타리에만 머물러 있지 않았다. 2012년 ‘마케팅을 통한 더 나은 세상 만들기’(Creating a Better World through Marketing)라는 슬로건으로 ‘월드 마케팅 서밋’(World Marketing Summit: WMS)을 창립했다. 캐나다 토론토에 본부를 둔 비영리단체 WMS는 매년 전 세계를 돌며 마케팅 연례 회의를 여는데, 마케팅 전문가들에겐 가장 권위있는 플랫폼으로 평가받고 있다. 

코틀러 교수가 '더블에이'에 주목한 이유
코틀러 교수는 이런 서밋을 통해 한 글로벌 기업에 주목하게 된다. 2014년 도쿄 서밋에서다. 코틀러 교수의 마음을 사로잡은 회사는 태국 복사용지업체 더블에이(Double A)다. 회사의 정식 명칭은 Double A (1991) Public Company Limited. 1991년은 설립 연도다. 선진국도 아닌 동남아 기업에 코틀러 교수가 관심을 보인 이유는 뭘까. 그는 ‘마케팅이 어떻게 세상을 바꾸고 있는지에 대한 성공 모델’로 더블에이를 꼽았다. 

더블에이의 요틴 담넌찬와닛(Yothin Dumnernchanvanit) 사장은 2014년 당시 서밋에서 ‘상품 차별화에서 혁신의 역할’(Innovation’s Role in Differentiating Commodities)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더블에이의 마케팅 전략을 국제적인 행사장에서 직접 소개한 것이다. 당시 한 매체는 “더블에이의 비즈니스 모델은 마케팅의 미래를 대표한다“(Double A’s business model represents the future of marketing)고 전하기도 했다.  

2019년 '도쿄 월드 마케팅 서밋’(World Marketing Summit)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필립 코틀러 교수.

노잼 노스트레스(No jam no stress)
‘노잼 노스트레스’. 더블에이는 오래 전 이 광고 카피로 ‘재미’를 좀 봤다. 재미없다는 그 ‘노잼’이 아니다. 영어로 쓰자면, No jam no stress. 잼(jam)은 복사기 용지가 걸린다는 걸 말한다. 그러니 ‘노잼 노스트레스’는 ‘복사기에 용지 걸림이 없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는 의미다. 

더블에이는 잼이 걸려서 사람이 스트레스 받지 않는 데서 한 발 더 나아갔다. 지구가 오염물질로부터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더블에이의 ‘Better paper, Better world’라는 슬로건이 이를 대변한다. 기업 슬로건의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는 ‘선명성’이다. 

그런 점에서 더블에이의 이 슬로건은 고품질, 친환경 의미가 소비자들에게 ‘선명하게’ 전달된다. 아울러 이 슬로건은 코틀러 교수의 생각(Creating a Better World through Marketing)을 그대로 담고 있다. 

더블에이는 논과 논 사이의 빈 땅 '칸나(KHAN-NA)'를 이용해 나무를 심는다. photo=더블에이 홈페이지.

나 (KHAN-NA)라는 독특한 나무 조달 방식
더블에이에 대한 코틀러 교수의 ‘특별한 관심’은 그가 주도하는 전략커뮤니티 ‘코틀러임펙트’(kotlerimpact.org)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 사이트에는 더블에이의 요틴 담넌찬와닛 사장 소개 코너가 있다.

코틀러임펙트는 “요틴의 비젼은 환경과 경제 및 사회적 지속 가능성의 원칙을 기반으로 한다”며 “‘아무것도 낭비되는 것이 없다’(Nothing is wasted)는 강한 신념이 생산과 경영 원칙의 핵심”이라고 했다. 코틀러임팩트는 그러면서 더블에이의 ‘칸나’(KHAN-NA)라는 독특한 나무 조달 방식을 전하고 있다. 

사실, 더블에이가 친환경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이유는 칸나(KHAN-NA) 프로그램이 제대로 기능하고 있기 때문이다. 칸나는 태국어로 ‘논과 논 사이의 사용하지 않는 자투리 땅’을 의미한다. 이 공간에서 복사용지 주원료로 사용되는 페이퍼 트리(paper tree), 즉 유칼립투스 나무를 재배한다. 칸나 프로그램 과정은 이렇다. 

스트레스 없는 지구...더블에이웨이(Double A Way)
회사는 먼저 태국의 영세 농민들과 계약을 맺고 그들에게 묘목을 판다. 묘목 하나에 5바트 정도. 농부는 자투리 땅 칸나에서 나무를 키운다. 나무들은 물을 많이 필요로 하지도 않고 스스로 생육도 잘한다. 나뭇잎도 크지 않아 논의 햇볕 부족을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농부는 이 나무들을 4년 정도 키우고 더블에이 회사에 되판다. 한 그루 당 가격은 70바트. 결과적으로 농부는 부수입을 올려서 좋고, 회사는 삼림을 조성하거나 훼손 할 필요가 없어서 일거양득이다. 일종의 상생 개념. 더블에이는 칸나 프로그램을 통해 1년에 약 4억 그루의 나무를 심게 된다. 이 나무들이 자라면서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는 상당하다. 무려 670만 톤에 달한다고 한다. 

칸나는 한 사례에 불과하다. ‘아무것도 낭비되는 것이 없다’(Nothing is wasted)는 개념이 회사 전체를 움직이고 있다. 이게 바로 ‘스트레스 없는 지구’로 나아가는 더블에이의 경영 방식, 즉 더블에이웨이(Double A Way)다. <에디터 이재우>

☞필립 코틀러 교수의 비즈니스 멘트 Tip
필립 코틀러 교수는 지난해 10월 9일 도쿄에서 열린 ‘2019 월드 마케팅 서밋’에서 의미있는 기조연설을 했다. ‘비즈니스와 마케팅의 미래, 다음은 무엇인가?’(What's next? The future of Business and Marketing)라는 제목의 스피치다. 코틀러 교수는 사회 등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을 향해 “이익을 환원하는 사업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만약 당신이 5년 후에도 지금과 똑같은 사업을 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임한다면, 당신 회사는 망할 처지에 놓일 것”(Within five years. If you're in the same business you are in now, you're going to be out of business.)이라는 말을 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