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 슬로건/ Now Everyone Can Fly
글로벌 기업 슬로건/ Now Everyone Can Fly
  • 에디터 이재우
  • 승인 2020.11.19 14: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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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w Everyone Can Fly’ 슬로건을 내건 아시아 최대의 저가항공사 에어아시아. photo=traicy닷컴

말레이시아 저비용항공사(LCC: Low Cost Carrier) 에어아시아 그룹(AirAsia Group). 그 합작회사인 에어아시아재팬이 일본에서 하늘길을 접었다. 니혼게이자이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에어아시아재팬은 11월 17일 도쿄지방법원에 파산 절차를 신청했다. 코로나 영향으로 항공사가 파산하는 건 일본에서 첫 사례다. 

에어아시아재팬은 12월 5일부터 전 노선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에어아시아재팬의 아이다 쥰(会田純) 최고집행책임자(COO)는 언론에 “사업을 지속하는 건 극히 곤란하다고 판단해 사업을 폐지하는 괴로운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에어아시아로서는 이번이 두 번째 일본 철수다. 2012년 전일본공수(현 ANA 홀딩스)와 합작 형태로 에어아시아재팬을 출범시켰다. 하지만 ANA와 경영 방침을 둘러싸고 엇박자가 났고, 탑승률도 고전하면서 1년 만에 철수했다. 그러다 2014년 라쿠텐 등을 파트너로 다시 일본시장에 진입, 도쿄에서 3개 노선을 운항해 왔다. 올해 8월에는 후쿠오카 노선을 개설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 영향으로 봄부터 노선 운휴가 발생했고 결국 일본시장을 떠나게 됐다. 

글로벌 기업 슬로건 시리즈 5회는 에어아시아 편이다. 에어아시아 그룹은 ‘Now Everyone Can Fly’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 에어아시아는 ‘항공산업계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스카이트랙 어워즈(Skytrax World Airline Awards)에서 11년 연속 세계 최고 저비용 항공사 상(World’s Best Low-Cost Airline)을 받았다. <편집자주>

워너 뮤직 출신의 토니 페르난데스 항공업계 뛰어들어
미국 음악산업계에서 중역으로 일했던 말레이시아 출신의 사내. 이 남자는 런던의 한 펍에 앉아 다음 인생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때마침 TV에서 영국 저비용 항공 이지제트(easyJet)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는 즉시 어릴 적 비행기에 대한 애정을 떠올렸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에게 “언젠가는 항공사를 소유 할겁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2019년 3월 창업자 전문 글로벌 매거진 ‘파운더’)

이 사내의 이름은 토니 페르난데스(Tan Sri Tony Fernandes). 1964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태어난 페르난데스는 영국 기숙사학교를 거쳐 런던정경대(London School of Economicsand and Social Science)에서 회계학을 공부했다. 런던 버진 커뮤니케이션(Virgin Communications)에서 몇 년 일하면서 재무 관리자가 됐다. 이후 워너 뮤직(Warner Music Group)에 합류해 9년 동안 동남아시아 지역 부사장으로 일했다. 

에어아시아의 토니 페르난데스 CEO. photo=에어아시아

그런 그는 돌연 어릴 적 꿈을 좆아 항공사업으로 ‘턴’했다. 라이언에어(Ryanair) 같은 저가 항공사의 모델을 연구하기 시작한 후, 파트너를 모아 말레이시아로 돌아왔다. 말레이시아 총리는 페르난데스와 그의 파트너가 항공 산업에 참여하도록 허용했지만, 단서가 붙었다. 기존 항공사를 구매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페르난데스는 부채가 1100만 달러(122억원)에 달하던 말레이시아 정부 소유 항공사 AirAsia를 ‘1’ 말레이시아 링깃(270원, 24센트)에 인수했다. 2001년 3월의 일로, 사업 파트너 카마루딘 머라눈(Kamarudin Meranun)과 함께였다. 

항공사를 인수한 페르난데스 최고경영자(CEO)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비행기 동체에 ‘자신의 사명(使命)’을 새겨 넣는 것이었다. 모든 사람이 저렴한 비용으로 비행기 여행을 한다(Now Everyone Can Fly)라는 슬로건이다. 이 간단하고 강력한 슬로건을 한번 쯤은 봤을 것이다. 페르난데스는 왜 이런 문구를 사용했을까. 창업자 인터뷰 전문 글로벌 매체 ‘파운더’는 이렇게 전하고 있다. 

'Now Everyone Can Fly' 슬로건을 내건 이유

“우선 페르난데스는 에어아시아를 인수 할 당시, 말레이시아인의 6%만이 비행기를 탈 여유가 있다는 걸 알았다. ‘나머지 94%의 일부라도 잡을 수 있다면’ 하는 마음으로 그는 사업을 하게 되었다.”(For starters, he knew that at the time he acquired AirAsia, only 6 percent of Malaysians flew. If he could capture even a portion of the other 94 percent, he’d be in business.)

에어아시아재팬.

페르난데스는 또 아리아나 허핑턴(허핑턴 포스트 창업자)이 설립한 웰니스 사이트 ‘스라이브 글로벌’(Thrive Global)과의 인터뷰에서는 이렇게 말했다. 

“동남아 지역의 많은 사람들에겐 다가갈 수 없는 사치로 여겨지던 비행을 나는 즐겼다. 그런 나는 모든 사람들이 비행기 탈 여유가 있도록 하는 것을 내 의무로 삼았다. (I also enjoyed flying, which was considered an unattainable luxury for many in the southeast Asian region. I made it my mission to make flying accessible for everyone.)

빚 투성이 항공사는 2년도 되지 않아 부채에서 벗어났다. 2007년에는 호텔, 통신, 파이낸셜, 스포츠, 미디어 등을 총괄하는 튠 그룹(Tune Group)도 발족시켰다. 페르난데스는 개인적으로 항공 사업을 넘어 포뮬러1과 잉글랜드 축구팀 퀸즈 파크 레인저(Queens Park Rangers:QPR) 인수 등을 통해 회사를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시켜 나갔다. 2011년엔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대영 제국 훈장도 받았다. 

페르난데스는 '괴짜' 경영자 엘론 머스크를 가장 존경한다고 했다. photo=에어아시아

”몽상가이지만 행동가인 엘론 머스크를 가장 존경”
아시아에서 가장 마케팅에 정통한 기업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페르난데스는 엘론 머스크(Elon Musk)를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는다. “그는 보기 드문 사상가이자 몽상가이며 행동가입니다. 전기차, 우주여행, 하이퍼루프(Hyperloop: 진공에서 초고속으로 달리는 자기부상열차) 같은 어려운 문제를 현실화하는데 전력하는 사람은 거의 본 적이 없습니다.”

대형 추락 사고(에어아시아 인도네시아) 등 이미지에 상처가 나기도 했던 에어아시아는 코로나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 중 하나다.  영국 유력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월 20일 ‘코로나가 토니 페르난데스의 글로벌 제국을 땅으로 내려 앉혔다’(Covid-19 brings Tony Fernandes’s global empire down to earth)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하늘을 날아야 할’ 전 세계 항공업계의 비행기 95% 이상이 지상에 멈춰 있는 현실을 언급하면서, 에어아시아의 어려움을 보도한 것이다. 

FT는 “페르난데스 제국의 심장부인 에어아시아가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고, 항공사의 주가는 올해 들어 65% 가량 하락했다”며 “일본시장에서도 철수했다”(The company has pulled out of Japan)고 전했다. 이번 에어아시아재팬의 파산을 선제적으로 보도한 것이다. 

코로나 위기로 에어아시아는 처음으로 말레이시아 정부에 재정 지원을 요청했다. 페르난데스는 “지난 19년 동안 우리는 정부에 지원 요청을 한 적이 없다”며 “코로나로 매출의 상당 부분을 잃었다”고 FT에 말했다. 뉴델리의 한 항공 분석가는 에어아시아를 비롯한 항공산업에 대해 ‘매우 어둡다’(pretty dismal)고 전망했다. 

하지만 페르난데스 CEO는 희망을 점친다. 태국과 말레이시아의 국내 여행 상황이 코로나 팬데믹 이전의 80%(태국)와 60%(말레이시아)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페르난데스는 이미 “가능한 한 많은 비행기를 반환하고 항공기를 현재의 4분의 1인 180대 수준으로 줄일 계획”이라고 말했었다. 항공업계는 불황이지만 에어아시아는 ‘믿는 구석’이 있다. 방대한 양의 고객 데이터를 구축해 놓은 것이 새로운 사업의 근간이 되고 있는 것. 

에어아시아는 ‘항공산업계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스카이트랙 어워즈(Skytrax World Airline Awards)에서 11년 연속 세계 최고 저비용 항공사 상을 받았다. 빨간 모자를 쓴 사람이 페르난데스의 사업 파트너인 카마루딘 머라눈(Kamarudin Meranun)이다. photo=에어아시아

“더 이상 항공사가 아닌 라이프 스타일 회사”
“우리는 이제 회사를 항공사와 핀테크, 온라인 사업 등 디지털을 총괄하는 레드비트 벤처(Redbeat Ventures) 두 개로 분할했습니다. 에어아시아는 더 이상 항공사가 아닌 라이프 스타일 회사입니다.” 

“직원이 ‘먼저’고 고객이 ‘그 다음’(employees come number one, customers come number two)이라는 페르난데스는 ‘스라이브 글로벌’(Thrive Global)과의 인터뷰에서 교훈이 될 만한 말을 했다. 원문과 함께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사람들은 실패의 가치를 과소평가합니다. 어느 누구도 처음부터 모든 것을 얻지는 못합니다. 길을 따라가다 보면, 넘어지고 쓰러지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여러분은 더 나아지고 더 똑똑해집니다. 그런 교훈은 결국 당신이 원하는 곳에 도달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원문: Don’t Be Afraid to Fail. People underestimate the value of failure. No one gets everything right the first time around — you will stumble and fall along the way. But every time that happens, you get better, smarter, and those lessons will help you get where you want to be eventually.

코로나 팬데믹이 토니 페르난데스와 에어아시아의 발목을 잡고 있지만, 조만간 사람들이 더 저렴하고 더 안전한 비행을 다시 즐길 수 있으리라. 그때 쯤엔 에어아시아의 슬로건(Now Everyone Can Fly)에 한 단어가 더 추가되지 않을까. ‘에브리웨어’(Everywhere). <에디터 이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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