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연구가 정종화의 영화 열정
그는 노익장이란 말을 싫어한다. 영화 열정만큼은 어느 청춘 못지 않고, 비상한 기억력은 어느 박사도 따르지 못한다. 그런 그의 열정은 머리 속에만 있는 건 아니다. 팔순을 훨씬 넘겼지만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년 넘게 시네마팬들과 만나고 있는 것.
‘충무로의 걸어 다니는 영화사전’으로 불리는 영화연구가 정종화. 그는 매달 마지막 주 목요일 인천 미림극장(대표 최현준)에서 ‘시네마 데카메론’이라는 테마로 영화 강연을 해오고 있다. 코로나로 일상이 스톱됐지만, 강연은 한 번도 건너뛰지 않았다. 코로나도 막지 못한 강연자(스토리텔러)와 팬들의 만남이었다.
그가 2년 동안 영화팬들을 붙들어 둘 수 있었던 건 해박함을 넘어 깨알 같은 영화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달해 주는 입담이 있었기 때문이다. 5월 26일은 정종화 연구가의 ‘시네마 데카메론’ 강연 2년 째 되는 날이다. 2년을 넘긴 정 연구가의 얼굴은 밝아 보였고, 의욕에 넘쳤다. 그는 강연에 앞서 이렇게 말했다.

인천 미림극장서 ‘시네마 데카메론’ 2년 강연
“재작년 5월 28일 시네마 데카메론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한 번도 빠진 적이 없었죠. 오늘이 26번 째 강연입니다. 오늘 강연이 특별한 만큼, 저는 2년 전 복장을 그대로 입고 나왔습니다. 2년 동안 320여 편의 영화를 소개했던 것 같습니다.”
정종화 연구가는 강연에 앞서, 최근 별세한 배우 강수연과의 개인적 인연을 털어놓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강수연 배우는 그동안 42편의 영화에 출연했습니다. 데뷔작 ‘핏줄’(1975)에서 아역으로 나왔고고, ‘별 3형제’(1977년)에서는 방정환을 돕는 처녀로 출연했지요. 당시 이 영화는 영화사에서 일하던 제가 기획했던 작품이기도 합니다.”

배우 강수연과의 개인적 인연 털어놓아
정 연구가는 말을 이어가면서 거의 공개된 적이 없는 포스터 한 장을 선보였다. 강수연 출연작 ‘도화’(1987)라는 작품이다. “서둘러 막을 내리면서 이런 영화가 있었는지, 여기 있는 여러분들도 모르실 겁니다.” 정 연구가는 “평소 강수연에게 출연작 사진(포스터)들을 페이스북을 통해 모두 전달했다”며 “무척 친하게 지냈다”고 덧붙였다.
1시간의 강연이 끝나고, 특별한 행사가 이어졌다. 극장 측에서 마련한 공로패 전달식. 2년 동안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강연해 준 정종화 연구가의 고마움과 노력을 극장 측이 공로패에 담았다.

2년 강연 감사의 마음 담은 공로패 전달식
“정 연구가는 제 팔순 잔치도 미림극장에서 마련해 주었기에 미림극장과 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지원해 준 최현준 대표에게 감사드립니다. 제 강연의 원천은 ‘기록’과 ‘자료’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여기 오신 영화팬들에게 영화와 배우 스토리를 전해드릴 수 있는 겁니다. 그동안 꾸준하게 시네마 데카메론 강연에 참가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강연은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공로패 전달식 이후 간단히 다과모임이 이어졌다. 강연은 끝났지만 영화 이야기는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에디터 이재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