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쿠시마 방문기①/ 비가 좋은 사람들의 천국
야쿠시마 방문기①/ 비가 좋은 사람들의 천국
  • 이재우 기자
  • 승인 2018.09.04 1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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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가보고 싶었다. ‘꽤나’라는 수식어까지 동원한 건 그곳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다. 그 ‘꽤나 섬’은 야쿠시마다. 우리에게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원령공주’(모노노케히메)의 배경지로 알려진 곳이다. 일본 1호 세계자연유산이기도 하다. 야쿠시마에는 비가 많이 내린다. ‘1년에 366일 비가 내린다’는 말까지 한다. 지난 5월 27일(3박 4일)과 6월 13일(4박 5일) 두 차례 야쿠시마를 다녀왔다. 야쿠시마 방문기를 ①~④편에 나누어 게재한다.

쿵. 비행기 바퀴가 가고시마 국제공항 활주로에 내려앉는 순간, 마음도 덩달아 ‘쿵’했다. “드디어 원령공주의 섬으로 가는구나”라고. 가고시마 공항에 내리자 훅~하는 더운 기운이 코 안으로 스며들었다. 남국에 왔다는 첫 신호였다. 큐슈의 최남단 가고시마현은 몇 차례 왔었다. 이번 여행의 목적지는 가고시마에서 뱃길로 2시간 떨어진 원시의 섬 야쿠시마다.

가고시마현에서 야쿠시마로 들어가는 방법은 3가지다. JAL 자회사인 JAC 프로펠러 비행기를 타거나(30분 소요), 가고시마항구에서 쾌속선을 이용하거나(1시간 50분 소요), 가고시마항보다 더 아래쪽에 있는 이브스키항에서 쾌속선을 타면 된다(1시간 20분 소요). 두 번의 야쿠시마 방문에서 이 3가지 방법을 다 경험했다.

가고시마 국제공항에서 수속을 마치고 공항 편의점으로 갔다. 5000원도 안되는 도시락과 에비스 캔맥주 한 개를 샀다. 2시간 걸리는 배 여행에서 시간을 죽이는데는 ‘도시락 까먹기’만한 게 없다. 거기다 비루(맥주) 한잔이라니, 작은 즐거움이다. 공항을 빠져나와 1층에 있는 버스 승강장으로 갔다. 2번 승강장에서 가고시마항으로 가는 티켓(어른 1250엔, 어린이 630엔)을 구입했다.

가고시마항까지는 1시간 정도 걸렸다. 버스가 달리는 동안 눈 앞에 펼쳐진 남국의 풍경을 잠시 감상했다. 가고시마항 선착장에 도착하니 오후 1시였다. 선착장의 정식 이름은 ‘다네가시마‧야쿠시마 고속쾌속선 터미널’이다. 다네가시마는 야쿠시마와 이웃한 섬으로, 야쿠시마가 둥근 모양인 반면, 이 섬은 길쭉하게 생겼다.

터미널 창구에서 야쿠시마행 티켓(왕복 만 6000엔으로 결코 싸지 않다)을 끊었다. 출발 시간은 1시 20분, 20분 정도 기다려야 했다. 야쿠시마 도착 시간은 3시 10분, 1시간 50분 거리다. 터미널 안 모습은 한국과 비슷했다. 예를 들면, 통영 터미널에서 주변 섬으로 들어가기 위해 대합실에서 대기하는 딱 그런 모습이다.

터미널 밖으로 나갔더니 바다 뒤로 거대한 화산이 하얀 연기를 토해내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흔한 풍경이라고 한다. 선착장 주위의 키 큰 야자수들은 맨몸으로 뙤약볕을 견디고 있었다. 한국이나 여기나 바닥을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비둘기들은 사람 무서워 할 줄 몰랐다.

‘로켓2’라고 적힌 쾌속선에 탑승했다. ‘토피’라는 쾌속선도 있다. 날치를 뜻하는 사투리 ‘토비오우’를 따서 토피라고 이름 지었다고 한다. 지금은 토피와 로켓을 운영하는 두 회사가 합병한 상태다.

배는 1,2층으로 나누어져 있다. 1층 지정석으로 향했다. 자리는 여유가 있었다.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도시락을 펼쳤다. 신기하게도 딱 들어맞았다. 음식 받침대에 있는 둥근 홈 얘기다. 캔 맥주 아랫부분이 쏙~하고 들어갔다. 캔 맥주가 흔들리지 않게 만들어 놓은 것 같았다. 도시락을 게 눈 감추듯 흡입하고 에비스를 한 모금 들이키며 바다쪽을 바라봤다.

파도는 잔잔했고, 배는 흔들림이 없었다. 창문을 통해 바다의 강한 햇살이 눈을 찔렀다. 그럼에도 바다쪽을 줄곧 응시했다. “가끔 돌고래가 나타나기도 한다”는 말을 들어서다. 하지만 이날 내겐 그런 행운이 오지는 않았다. 잠시 눈을 붙였다. <2편에 계속>

<비영리매체 팩트올 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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